● 롯데 신동빈호 '내우외환'

신동주, 日 롯데홀딩스 임시 주총 카드… ‘맞대응’ 주목
신격호 총괄회장 정신감정 판단, 성년후견 여부 관건
日 계열사 신고 누락으로 검찰 수사 대상 올라


지난해부터 불거진 롯데 경영권 분쟁이 해를 넘겨서도 지속되고 있다. 발단은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임시 주주총회 소집 요구다. 신 전 부회장은 일본 롯데홀딩스 임시 주주총회를 소집할 것을 요구하며 신동빈 회장과 그에 우호적인 임원진의 해고를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국내 여론에서 밀린 신 전 부회장의 ‘히든 카드’다.

반면 롯데 측은 자신만만하다. 이미 임직원이 신동빈 회장에 호의적이므로 종업원 지주 등의 지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속내다. 하지만 신 전 부회장의 공세로 수면 위로 떠오른 롯데의 지배 구조를 해결해야 한다는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종업원 지주회’의 선택은 누구

지난 12일, 일본 도쿄에서 기자회견을 연 신동주 전 부회장은 일본 롯데홀딩스 임시주주총회 소집 요구를 할 계획을 밝혔다. 신 부회장이 임시 주주총회에서 상정할 주요 안건으로는 쓰쿠다 다카유키 사장과 고바야시 마사모토 최고재무책임자 및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현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진의 해임, 또 자신을 포함한 신규 이사 및 감사 선임 등 두 가지다.

지난해 7월 28일, 신동빈 회장과 쓰쿠다 사장, 고바야시 최고재무책임자 등은 긴급 이사회를 소집해 신격호 총괄회장을 대표이사 회장직에서 해임했다. 신동주 회장이 경영권 분쟁 및 국내 사업 영역 구축을 위해 설립한 SDJ코퍼레이션은 이를 ‘절차에 흠결이 있는 이사회’라 주장하고 있다. SDJ코퍼레이션은 신동빈 회장 측이 회유로 일본 롯데홀딩스 종업원 지주회 이사장을 갑작스럽게 교체하고 후임 종업원 지주회 이사장도 대리인을 시켜 위임장으로 의결권을 대신 행사하게 하는 불법과 비윤리적 행동으로 롯데그룹의 경영권을 탈취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의 ‘믿는 구석’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신격호 총괄회장의 지지, 또 하나는 일본 롯데홀딩스 최대주주인 광윤사의 지분이다.

신 총괄회장은 지난해 롯데 경영권 사태가 불거진 이후부터 줄곧 판단 능력을 의심받아 왔다. 고령의 나이와 함께 보고받은 사항을 자꾸 잊어버린다는 주변 관계자들의 증언도 있었다. 지난해 12월, 신 총괄회장의 넷째 여동생인 신정숙씨가 신 총괄회장의 판단 능력에 문제가 있어 성년 후견인 제도가 필요하다고 심판을 청구한 바 있다. 신 총괄회장은 지난 2월 3일 법원에 직접 출석해 본인의 건강 상태에 대해 진술하기도 했다. 신 총괄회장의 정신 감정이 이뤄진 후 법원은 본인의 답변과 가족들의 진술을 반영해 성년후견 개시 여부를 결정하고 성년후견인을 누구로 지정할지도 결정하게 된다. 기간은 6개월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신 총괄회장의 판단 능력은 향후 경영권 분쟁에서 중요한 역할을 차지한다. 신동주 전 부회장이 내세우고 있는 신격호 총괄회장의 지지가 판단 능력 검증에 따라 힘을 더 얻을지, 아니면 잃을지 판가름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광윤사의 지분을 신동빈 회장보다 더 많이 갖고 있다. 신 전 부회장은 광윤사 지분 31.5%를 갖고 있는데 여기다 신격호 총괄회장의 지분을 합쳐 총 33.8%의 의결권을 확보하게 됐다. 신동빈 회장의 경우 1.5%의 지분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SDJ코퍼레이션 측은 신 회장의 지분 1.5%와 쓰쿠타 사장과 고바야시 최고재무책임자 등이 지배하고 있는 임원 지주회 지분 6.7% 및 공영회 지분 15.6%를 포함하더라도 23.8%에 불과해 신 회장의 지배력이 약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관건은 ‘종업원 지주회’다. 31.1%의 의결권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종업원 지주회가 누구의 손을 들어줄지에 따라 향방이 결정된다는 것이다. 신 전 부회장 측은 이 종업원 지주회의 지분을 갖고 오기 위해 신격호 총괄회장의 지지를 얻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SDJ코퍼레이션이 기자들을 모아두고 신격호 총괄회장의 신 전 부회장 지지 의사가 담긴 육성 인터뷰 동영상을 공개하고, 조훈현 9단과의 바둑 대결 등 신 총괄회장의 판단력에 이상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 또한 이 때문이다.

반면 신동빈 회장은 지난해 열린 주총에서 이미 종업원 지주회의 지지를 얻은 바 있다. 여론이 쉽게 뒤집히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신 전 부회장의 언론 공세는 계속되고 있다. 신 전 부회장은 지난 19일 도쿄에서 롯데그룹의 지배구조 개선과 함께 롯데홀딩스 상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신 전 부회장은 롯데홀딩스 상장을 위한 첫 단계로, 일본 ‘종업원지주회’가 보유 중인 롯데홀딩스 주식의 보유 대상을 확대해 일본 롯데그룹 사원 모두가 보유하는 주식보장제도를 제안했다.

경영권 분쟁 검찰 수사로 번져

지난해부터 계속된 경영권 분쟁이 심심하게 불거지는 와중에 롯데는 검찰의 수사를 받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월 1일, 롯데그룹 신격호 총괄회장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지정 자료를 미제출하거나 허위제출하고 소속 11개사가 주식 소유 현황을 허위 신고, 공시 하는 등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혐의가 드러나 사건 처리를 진행할 예정이라 밝혔다.

위반 혐의를 받는 계열사는 호텔롯데, 롯데푸드, 롯데케미칼, 롯데리아, 롯데물산 등이다. 공정위에 따라 자산 5조원이 넘는 대기업 집단은 총수와 그 일가가 보유한 기업과 지분 내역을 공정위에 의무적으로 보고하고 공시해야 한다. 그러나 롯데그룹의 경우, 형제간 경영권 분쟁이 불거지기 전까지 일본에 있는 롯데 계열사 자료를 공정위에 제대로 제출하지 않았다.

광윤사, L투자회사 등 사실상 한ㆍ일 롯데 지배구조 정점에 놓인 일본 롯데홀딩스의 주주회사들의 정체는 지난해 형제간 경영권 다툼이 일어나면서 드러나기 시작했다. 롯데 측은 이 회사들이 총수 일가와 관련이 없다고 했지만 사실상 총수 일가가 실소유주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총수 일가의 내부 지분율이 낮아진 것이다. 공정위가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롯데그룹이 국내 계열사에 출자한 일본 계열사를 ‘기타 주주’로 허위 신고하면서 총수일가 내부 지분율은 85.6%에서 62.9%로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 또한 수사에 착수했다. 서울남부지검은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가 사기ㆍ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롯데그룹 신격호 총괄회장과 신동빈 회장을 고발함에 따라 수사에 착수했다고 14일 밝혔다. 이 단체는 공정위의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검찰에 고발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롯데그룹은 “롯데의 지배구조는 일본에서 사업에 성공한 신격호 총괄회장이 일본 회사의 수익금을 조국에 투자하면서 한국 롯데를 설립하게 된 역사적인 배경에서 비롯된 것이다. 호텔롯데, 롯데쇼핑, 롯데칠성, 롯데제과 등의 롯데그룹의 주요 계열회사들은 모두 한국법에 따라 설립된 한국 회사들이고, 한국에 세금을 납부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또 “그동안 일본롯데 계열사 등에 대한 자료 제출이 일부 미진했던 부분은 한?일롯데 경영의 특수성에 기인한 것으로 고의성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또 향후 호텔롯데의 상반기 내 상장을 목표로 IPO 절차를 진행하며 주요 계열사 상장도 계획하고 있으며 기업의 소유 및 지배구조의 투명성 제고에 부응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명지 기자



이명지 기자 mjlee@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