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내내 햄버거 할인, 배경 의혹국내 패스트푸드 '빅4', 매달 할인 행사 진행"고객에 보답 차원" vs "고객 호구로 간주해"할인 경쟁에 복합적 요인… "당분간 지속될 것"

왼쪽 위에서부터 시계 방향으로 서울 시내에 위치한 버거킹, KFC, 롯데리아, 맥도날드 매장 전경. 사진=윤소영 기자
30년 가까이 고속 성장을 해오던 국내 패스트푸드 업계가 최근 할인 프로모션에 총력을 쏟고 있어 긴장을 자아내고 있다. 맥도날드, 롯데리아, 버거킹, KFC 등 국내 패스트푸드 '빅4'가 1년 365일 내내 할인 행사를 진행하는 것을 두고 이들이 '할인 경쟁의 늪'에 빠진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처럼 패스트푸드 업체들이 할인 4파전을 벌이는 것을 두고 업계와 고객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해당 업체들은 고객 사은을 위한 프로모션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고객들은 빈번한 할인 행사에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패스트푸드 업계 할인 경쟁 뒤에 감춰진 이면을 살펴봤다.

수상한 할인 릴레이 경쟁

지난해부터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 패스트푸드 업계의 할인 경쟁은 올해까지 이어지고 있다. 특히 '빅4' 업체들은 한정된 기간 동안 일부 품목을 할인하는 프로모션을 도미노식으로 진행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매주 할인 행사를 진행하는 업체는 버거킹으로 드러났다. 버거킹은 지난 22일부터 28일까지 화이타버거와 화이타스테이크버거 구매 고객에게 세트로 무료 업그레이드하는 행사를 단행했다.

앞서 지난 18일부터 21일까지는 6400원인 갈릭스테이크버거를 4900원에 판매했고, 바로 전 주에는 콰트로치즈와퍼 구매시 와퍼주니어를 무료 제공했다. 지난해 12월 1일 와퍼 2000원 할인을 시작으로 행사를 하지 않는 날을 찾아볼 수 없었다.

KFC의 상황도 이와 비슷하다. 지난 22일부터 29일까지 4200원인 보스버거를 3000원에 할인 판매하고 있으며 지난해 12월부터 매달 3~4차례 할인을 진행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롯데리아 경우 아예 매주 수요일을 리아데이로 지정해 행사 품목을 원 플러스 원으로 제공하고 있다. 맥도날드는 토마토 치즈버거, 불고기 버거, 맥 치킨 등 버거 품목을 1년 내내 2000원에 판매하는 행복의 나라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이처럼 패스트푸드 업계의 끊임없는 할인 행사에 일부 고객들은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한 달에 세네 번 패스트푸드점을 방문한다는 A씨는 "햄버거 원가가 얼마나 낮길래 할인을 계속하나 싶다"며 "할인이 계속되다 보니 이제는 제 돈 주고 먹는 게 아깝다"고 했다.

일주일에 네다섯 번 햄버거를 구매한다는 B씨는 "사실 잘 팔리는 햄버거는 할인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어중간한 메뉴가 주로 할인 대상이다"며 "고객을 호구로 보는 것 같아 불쾌감을 느낀다"고 했다.

이와 관련, 업계 한 관계자는 "할인 행사 부분은 고객 입장에서 좋은 것"이라며 "고객들의 성원에 보답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할 뿐이지 큰 매출 효과를 기대하면서 행사를 진행하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할인 행사를 통한 이해관계를 묻는 질문엔 "출혈이라고 보진 않는다"며 "많이 하면 물론 (회사에) 영향이 있을 순 있지만 매출 이익이나 영업적인 면에서 관리가 되니까 큰 영향은 아니다"고 답했다.

끊임없는 할인 전쟁 속사정

패스트푸드 업체들의 할인 경쟁과 관련해 외식 업계 한 관계자 C씨는 비슷한 가격대에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경쟁 상대가 다양화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선택의) 다양화로 인해 기존 시장처럼 (카테고리가) 분화되는 시대는 지났다"고 했다.

이어 "예전에는 편의점에서, 카페에서 먹는 게 한정적이었다면 요즘에는 식사류, 커피, 디저트가 다같이 경쟁한다"며 "(고객의) 기호가 달라진 부분도 있고 (고객의)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다양한 형태가 나와서 그런 것 같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패스트푸드의 주 고객인 10대의 선호가 줄어든 것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우리나라 청소년의 식습관 현황'에 따르면 2005년부터 2014년까지 10년 간 청소년의 패스트푸드 섭취량은 절반으로 감소했다.

질병관리본부는 패스트푸드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확산과 웰빙에 대한 높은 관심으로 청소년들이 패스트푸드 섭취를 줄였다고 풀이했다. 이를 두고 10대 고객들의 이탈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주머니 사정이 가벼운 것을 고려, 다양한 할인 행사로 관심을 끌고 있다는 게 또 다른 외식 업계 관계자 D씨의 설명이다.

고객들의 수제버거에 대한 관심 또한 업계의 전략을 바꾸는 데 한 몫한 것으로 드러났다. 젊은 층이 즐겨 찾는 서울 홍대나 이태원, 강남역 등지에서는 수제버거를 판매하는 자니로켓, 버거조인트, 버거헌터 등 해외 유명 수제버거 매장과 개인 매장들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앞선 C씨는 "수제버거집이 '수요미식회', '테이스티로드' 등 맛집 프로그램에 나오면서 잘되기 시작했다"며 "국내에서는 수제버거가 패스트푸드 업계에 들어와 있어서 (엄연히 다른 둘을) 나눠서 보기에 힘든 부분이 있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무리한 할인 경쟁이 결국 패스트푸드 업계의 명분 없는 가격 인상에서 비롯됐다고 얘기하고 있다. 맥도날드는 지난 11일 버거류 9종, 아침메뉴 4종, 디저트류 4종의 가격을 100~200원 인상했다. 지난해 2월에도 제품 가격의 평균 1.89%를 한 차례 올린 바 있다.

롯데리아와 버거킹, KFC는 당장 가격 인상 계획을 밝히지 않았지만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다분하다. 롯데리아와 버거킹은 지난해 각각 제품 가격의 평균 3.0%, 2.12%를 올렸으며 KFC는 2014년 버거 세트를 중심으로 평균 3.3% 가격을 인상했다.

업계에서는 패스트푸드 업체들의 할인 릴레이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 업체들이 매년 가격을 상승시키는 전략을 택하고 있어 할인을 통해서나마 악화된 여론을 잠재우고 고객 유실을 방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앞선 D씨는 "물가 상승률을 고려했을 때 가격 인상 폭은 마진을 남길 수 있는 최소한의 수준"이라며 "업계에서 전반적으로 가격 인상을 하고 있는 가운데 경쟁력을 위해선 흐름에 맞출 수밖에 없다"고 했다.



윤소영 기자 ysy@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