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만 회장 통 큰 결단…사모펀드 MBK파트너스와 1조 1300억 원 계약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
지난 2일 두산인프라코어가 국내 최대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에 공작기계 사업부문을 1조 1300억 원에 매각한다고 밝혔다. 이번 매각은 사업 양수도 방식으로 이뤄지며 오는 4월 까지 양수도 작업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두산인프라코어의 공작기계 사업부문의 매각 절차는 순탄치 않았다. 지난해 두산인프라코어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스탠더드차타드(SC) PE와 1조 3600억 원에 매각 협상을 해왔으나 인수 직전까지 갔다가 무산됐다.

이후 MBK파트너스를 선정, 협상을 벌였지만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못했다. 결국 이 결단을 내려 1조 1300억 원의 매각계약을 이끌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공작기계 사업부문은 지난해 매출 1조 2470억 원을 기록했다.

이와 관련, 두산인프라코어 측 한 관계자는 "이번 공작기계 사업 매각으로 부채비율이 2015년말 267%에서 203%로 약 64% 포인트 감소하는 재무구조 개선 효과를 얻게 됐다"며 "두산밥캣 IPO 추진 등 선제적 재무구조 개선에 속도를 더해 향후 안정적인 사업운영을 펼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공작기계 사업부문 매각 후 건설기계와 엔진, 2개의 사업부문으로 구조를 재편해 사업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며 "지난해 과잉설비 해소 등 영업이익 개선 효과를 통해 공작기계 사업부문을 제외하고도 올해 매출 6조1064억 원, 영업이익 5460억 원의 실적을 전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증권업계 전문가들 또한 두산인프라코어의 공작기계 부문 매각 소식을 반기는 분위기다. 더불어 두산밥캣이 국내 증시 상장을 추진하고 있어 두산인프라코어의 유동성 리스크가 점진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유재훈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공작기계 사업 매각이 끝나면 순차입금은 3조1000억 원에서 2조 원 수준으로 하락할 것"이라며 "하반기에는 밥캣 상장도 예정돼 있어 재무 유동성 위험이 낮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올해 연간 영업이익은 4649억 원, 주당순이익(EPS)은 784원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공작기계 사업 매각이 원만히 진행되면 재무구조가 개선되고 이익도 좋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동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별도 순차입금이 3조1000억 원에서 2조 원으로 하락하게 되며 하반기 자회사 밥캣의 국내 IPO 추진으로 유동성 리스크가 완화될 것"이라며 "추가적인 유동화 등으로 연말 부채비율은 200% 초반까지 하락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지윤 대신증권 연구원은 "자회사인 두산인프라코어의 공작기계 사업부 매각으로 2017년에 5억 달러의 영구채 상환이 가능해졌다"며 "두산인프라코어는 단기적으로 공매도의 쇼트커버(공매도한 주식을 다시 사들이는 것) 효과에 따른 주가 상승이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한편 두산인프라코어의 미래 실적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두산인프라코어의 사업은 크게 건설기계, 공작기계, 엔진 등의 제조로 공작기계 경우 국내 시장의 꾸준한 수요와 미국 및 중국시장을 중심으로 안정적인 매출을 유지하는 알짜배기다.

이처럼 매각하는 공작기계 부문의 이익 비중이 컸던 만큼 두산인프라코어가 이를 어떻게 해소할지 기대와 우려가 함께 나오고 있다.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공작기계 매각대금 유입에 따른 이자비용 감소 효과가 해당 사업부문이 만들어 낼 수 있었던 이익에 못 미칠 것"이라며 "최소한 1.4분기 실적을 확인해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윤소영 기자 ysy@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