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속 사령탑 유지 '구관이 명관'10대 그룹 대표이사 교체율 32%에 불과삼성그룹 교체율 37%… 한진그룹 교체율 '제로'경영 환경 불확실성 확대 '변화보단 안정' 추구

오는 11일 삼성그룹, 현대자동차그룹, 포스코그룹 계열사들의 주주총회를 시작으로 국내 10대 그룹의 주총이 이달 내내 이어진다. 이번 주총을 앞두고 재계에서는 날로 커져가는 경영 불확실성과 맞물려 임원 선임과 해임 등 인사이동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황이다.

더불어 지난해 인사이동을 지양했던 분위기가 올해 또다시 형성될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경영 환경이 대폭 어려워진 만큼이나 대대적인 인사 변화보다는 신중을 기했던 지난 사례가 이와 관련해 회자되고 있다.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인 CEO스코어가 국내 10대 그룹 158개 계열사 204명의 대표이사를 대상으로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이사 선임 안건을 분석한 결과 65명(31.9%)이 교체(퇴임ㆍ계열사 이동 포함)된 것으로 드러났다.

재계 1위 삼성그룹은 대표이사 교체율이 10대 그룹 가운데 비교적 높게 나타났다. 지난 1년 간 22개 계열사의 대표이사 27명 중 10명(37.0%)이 교체됐으며 이는 '이건희 체제'에서 '이재용 체제'로 넘어가는 과도기인 만큼 인사에 변화를 불어넣은 것으로 해석됐다.

계열사별로 보면 22개사 대표이사 27명 중 삼성전자판매, 삼성증권, 삼성자산운용, 삼성SDS, 시큐아이, 크레듀, 삼성전기, 삼성메디슨, 세메스. 에스원 등에서 10명의 대표이사가 퇴임하거나 타 계열사로 이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2위 현대자동차그룹 경우 계열사 20곳의 대표이사 25명 중 단 5명(20.0%)만 교체했다. 국내외 경기침체 지속 등으로 불확실성이 커지자 대표이사 3분의 2 이상을 유임시켜 경영 안정을 꾀했다는 게 재계 전문가들의 평이다.

조사 결과 현대스틸산업 최귀철 대표가 김영 대표로, 현대종합특수강 서영준 대표가 정순철 대표로, 현대케피코 박상규 대표가 박정국 대표로, 현대로템 한규환 대표가 김승탁 대표로, 현대다이모스 여승동 대표가 조원장 대표로 교체된 것으로 드러났다.

재계 3위 SK그룹은 최근 1년 새 퇴임하거나 타 계열사로 이동한 대표이사가 16명(39.0%)이었다. 이는 10대 그룹 가운데 높은 수준으로 지난해 광복절특사로 석방된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측근들이 주력 계열사로 배치됐기 때문이라는 게 재계 한 전문가의 설명이다.

대표적인 인사로는 정철길 SK이노베이션 부회장, 하성민 SK수펙스추구협의회 윤리경영위원장, 박정호 SK(주) 대표, 장동현 SK텔레콤 대표, 문종훈 SK네트웍스 대표 등이 꼽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4위 LG그룹은 지난해 16개 계열사의 대표이사 19명 중 6명(31.6%)이 교체됐다. 이는 계열사 간 분위기 쇄신을 위한 대표이사들의 계열사 이동이 주 원인로 LG전자, LG이노텍, LG화학, LG유플러스 등에서 변화 바람이 불었다.

반면 LG그룹 계열사 대표이사 가운데 4명은 재임기간이 10년 이상인 것으로 나타나 이목을 끌었다. 한대근 실리콘웍스 대표(16년), 차석용 생활건강 대표(12년), 박진수 LG화학 대표(14년), 정일재 LG생명과학 대표(11년) 등이 장수 대표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재계 5위 롯데그룹은 지난해 17개 계열사의 대표이사 25명 중 4명(16.0%)이 교체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5분의 1도 안 되는 비율로 지난해 8월 촉발된 신격호ㆍ동주ㆍ동빈 오너가 3부자의 경영권 분쟁으로 그룹의 안정을 기하려는 데서 비롯됐다는 게 재계의 중론이다.

이 가운데 롯데물산은 이원우 대표에서 노병용 대표로, 롯데하이마트는 한병희 대표에서 이동우 대표로, 호텔롯데 면세점 부문은 이홍균 대표에서 장선욱 대표로, 호텔롯데 롯데월드 부문은 이동우 대표에서 박동기 대표로 교체됐다.

재계 6위 포스코그룹 경우 12개 계열사의 대표이사 13명 중 8명(61.5%)이 1년 새 교체돼 가장 큰 변동폭을 기록했다. 이와 관련, 앞선 재계 전문가는 2014년 정준양 전 포스코그룹 회장이 물러나고 권오준 포스코그룹 회장이 취임한 결과라고 귀띔했다.

대표이사가 바뀐 계열사로는 포스코기술투자, 포스코플랜텍, 포스코엔지니어링, 포스코엠텍. 포스코에너지, 포스코켐텍, 대우인터내셔널, 포스코강판 등으로 공석은 권오준 회장 출범 후 선임된 대표이사들로 채워졌다.

재계 7위 GS그룹은 지난해 10대 그룹 가운데 계열사 대표이사의 전환배치를 가장 많이 단행했다. 14개 계열사 대표이사 18명 중 8명(44.4%)이 교체돼 10대 그룹의 평균(31.9%)을 훌쩍 뛰어넘었다. 교체된 8명 중 하영봉 전 GS E&R 대표는 GS에너지 대표로, 손영기 전 GS파워 대표는 GS E&R 및 GS EPS 대표로, 정택근 전 GS글로벌 대표는 (주)GS 대표로, 이완경 전 GS EPS 대표는 GS글로벌 대표로 자리 이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8위 한화그룹은 지난해 13개 계열사의 대표이사 19명 중 7명(36.8%)이 교체됐다. 이와 관련, 오랫동안 조직을 이끌어왔던 원로들이 물러나고 그 자리를 40~50대의 젊은 피로 수혈하는 세대교체 작업이 한화그룹에서 한창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말했다.

그 결과 홍기준 전 한화케미칼 대표, 김연배 한화생명 대표, 홍원기 한화호탤앤드리조트 대표 등 원로 3명이 퇴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로 역할을 맡았던 임원 가운데 유일하게 현재까지 남은 사람은 금춘수 한화그룹 경영기획실장뿐이다.

재계 9위 현대중공업그룹 경우 6개 계열사의 대표이사 7명 가운데 단 1명(14.3%)을 교체했다. 현대삼호중공업에서 실적 개선을 위해 하경진 전임 대표가 자문역으로 물러나고 공석에 윤문균 대표가 임명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10위 한진그룹은 계열사 5곳의 대표이사 10명을 단 한명도 교체하지 않아 눈길을 끌었다. 한진그룹 측은 각 사업부문의 기반을 공고히 다지고 책임 경영 체제를 강화하기 위한 방편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한편 퇴임한 10대 그룹 대표이사들의 임기는 평균 3.2년으로 집계됐다. 상법상 대표이사 임기가 보통 2~3년인 점을 감안했을 때 대다수의 대표이사들이 기본 임기를 채우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GS그룹의 퇴임자 임기가 5.9년으로 가장 길었고 LG그룹(5.4년), 한화그룹(4.4년), 롯데그룹(3.0년), 삼성그룹(2.9년), 현대자동차그룹(2.8년), 현대중공업그룹(2.7년), SK그룹(2.6년), 포스코그룹(1.8년) 순이었다.



윤소영 기자 ysy@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