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재편으로 몸값 높아진 경력직 구인난삼성전자, 전장사업부 필요한 인력 모으는 중현대차, '삼성 접촉 금지령' 내려면세점 업계, 경력직 모시기 전쟁… 중소업체 피해 겪어

저성장시대를 맞이한 대기업들은 사업 재편을 통해 주력 사업을 키워 나가기에 바쁘다.

기업이 성장하려면 사업을 잘 이끌어나갈 수 있는 인력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대기업들은 경험이 많은 경력직들을 끌어모으는 데 주력하고 있다.

재계 서열 순위 1, 2위인 삼성과 현대자동차는 자율주행차 생산에 필요한 자동차 부품에서 맞붙게 됐다. 이 과정에서 핵심 인력을 끌어오는 것이 중요하다. 이건희 회장 시절, 삼성자동차 경영 시 인력난을 겪은 바 있는 삼성은 연구 및 영업인력 챙기기에 전력을 다할 것으로 전망된다.

면세점 업계에서도 인력 구하기 전쟁이 치열하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5월까지 신라, 한화, 신세계, 두산, 에스엠 면세점 다섯 곳이 서울 시내에 문을 열면서 대규모 경력직 채용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롯데 월드타워점, SK 워커힐점을 비롯해 문을 닫는 면세점 인력들을 흡수할 뿐만 아니라, 중소 면세점의 고급 인력들 또한 '스카우트' 대상이 되고 있다.

인력 보충 나설 삼성전자 전장사업팀

삼성은 2016년 조직개편을 통해 전장사업팀을 신설했다. 생활가전사업부 C&M 사업팀장을 맡아온 박종환 부사장이 전장사업팀장으로 선임됐다.

한동안 전장사업팀은 출범 후 이렇다 할 성과를 보이지 않아 아직 제대로 된 사업 구성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평가를 듣기도 했다.

예전 삼성자동차처럼 완성차를 만드는 것은 아니지만 전장사업팀 신설의 경우 삼성이 다시 한번 자동차 시장에 발을 들여놓는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스마트카' 시장에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은 물론 애플, 구글 등 세계 IT 기업들이 모두 뛰어든 시점에서 삼성의 전장사업부는 향후 그룹의 미래 먹거리를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핵심 인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박종환 부사장의 경우 삼성자동차 근무 경력을 갖고 있다. 전장사업팀의 규모는 20여명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말, 삼성전자의 전장사업팀 신설로 관련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영업 및 연구 인력을 스카우트해 갈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재계에서는 현대차 등에서 전장 부품 관련 사업을 맡고 있는 현대모비스 등 관련 계열사 직원들에게 '삼성 접촉 금지령'을 내렸다는 풍문이 돌기도 했다. 전장 사업 분야에 먼저 진출한 LG전자 역시 연구 인력 스카우트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삼성은 지난 1990년대 '삼성자동차' 설립 시 인력난에 시달린 전력이 있다. 김영삼 전 대통령 시절, 정부는 삼성에 자동차회사 설립 허가를 내주면서 동종 업계 현직 및 향후 퇴직자 중 2년 이상의 경력자를 채용하지 않는 조건을 건 바 있다. 이로 인해 삼성자동차는 국내에서 인력을 구하지 못해 애를 먹기도 했다.

물론 대기업들의 인력 스카우트는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현대자동차 황승호 부사장, 현대오트론의 김재범 부사장은 모두 삼성전자 출신이다. 지난 1994년 삼성자동차 설립 시에도 다수의 현대차 인력이 이동한 바 있다.

세계적 대기업들은 전장 부품을 핵심으로 자율주행차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연구 인력의 경우, 각 기업에서 두 팔 벌려 환영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대기업간 인력 모시기 경쟁은 앞으로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신규 면세점, 경력직 채용 발벗고 나서

지난해 말부터 연이어 문을 열고 있는 신규 면세점 또한 인력 끌어모으기에 분주하다.

용산 아이파크몰에 위치한 HDC 신라 면세점은 지난해 12월 24일 3, 6, 7층의 문을 먼저 열었다. 오는 3월 25일에는 그랜드 오픈에 나선다. 여의도에 위치한 한화갤러리아면세점 63 또한 지난해 12월 28일 사전 오픈했다.

그러나 신규 면세점들은 아직까지 기대했던 성과를 올리지 못하고 있다. HDC 신라 면세점의 경우, 명품 업체 입점 소식이 들려오지 않고 있다. 두 면세점의 실적 또한 개장 전보다 기대에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와중에 면세점 업계는 인력을 보충하느라 정신이 없다. 신세계면세점과 두산 면세점이 오는 5월 문을 열고, 영업한지 얼마 되지 않은 업체들 또한 경력직 및 신규 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신세계 측은 신규 시내면세점에 신세계 직영사원과 입점 브랜드 사원까지 포함해 최소 3000여명의 인력이 필요할 것이라 파악하고 있다. 면세점 입찰 관련 기자간담회 당시 신세계디에프 성영목 사장은 "신세계는 기존 면세사업 인력을 충원할 필요성도, 충원 의지도 당연히 갖고 있다"며 "면세업계에서 일하고 있는 분들의 의사를 존중해 단계적으로 필요 인력을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두산그룹 역시 사업권을 잃은 면세점 인력을 흡수하는 전략을 세울 것으로 보인다. 두산그룹 박용만 회장은 "면세점 인력 정규직 채용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 언급한 바 있다. 특히 면세 분야에 첫 진출하는 두산의 경우, 기존 인력을 흡수해 면세점 영업 노하우를 갖춘 직원들을 대규모 채용할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 디에프의 경우, 사원급부터 팀장급까지 영업, 온라인, 물류, 지원부문에서 면세, 유통, 패션업계에서 2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인력을 지난 1월 초까지 지원받았다. 업계에 따르면 임원급은 헤드헌터를 통해 보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갤러리아, HDC 신라면세점 또한 개장 전 경력직 채용을 서둘렀다.

그런데 인력 구하기가 생각보다 만만치 않다. 신규 면세점의 경우, 개장시간을 30분 늦췄는데 이 때문에 기존 인력들이 난색을 표하고 있다. 또 대우가 좋다고 하더라도 면세점 사업에 새로 뛰어드는 업체로 이직하는 것을 직원들이 꺼릴 가능성도 있다.

이 때문에 최근 중소 면세점 업계가 고민에 빠졌다. 상대적으로 대우가 좋은 대기업 면세점으로 중견 인력들이 빠져나가는 현상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중소 면세점 업체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올 초까지 실질적 업무를 도맡아 왔던 핵심 인력의 이탈이 계속돼 왔다. 새로 개장하는 대기업 면세점으로 직장을 옮긴 듯하다"고 현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나 면세점 업계의 '인력난'은 쉽게 끝나지 않을 듯하다. 우선 면세점 면허가 5년으로 정해짐에 따라 직원들은 5년마다 고용 불안정에 시달려야 한다. 이 때문에 5년마다 기존 면세점이 문을 닫거나 신규 면세점이 생기면 그때마다 고용 엑소더스가 벌어질지도 모른다는 부정적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명지 기자 mjlee@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