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0억 원 적자·물류센터 매각 등 유언비어 돌아이마트와 '10원' 최저가 전쟁… '쿠팡 불리' 전망로켓배송 논란, 물류협회 "무질서" vs 쿠팡 "문제 없다"

김범석 쿠팡 대표가 지난해 11월 3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로켓배송서비스와 관련해 오는 2017년까지 1조 5000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사진=윤소영 기자
국내 소셜커머스 업체 쿠팡이 '사면초가'에 몰리는 처지가 됐다. 수천억 원대 적자설과 물류센터 매각설부터 국내 '유통 공룡' 이마트의 맹공격, 한국통합물류협회와의 법정 공방 2라운드까지 하루도 마음 편할 날이 없는 상황이다.

그간 쿠팡은 로켓배송, 쿠팡맨 등 차별화된 전략으로 국내 벤처기업의 성공 신화로 주목받아 왔다. 그러나 여기저기서 쉴 새 없이 날아드는 화살에 갓 3년차에 접어든 쿠팡의 경영 위기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쿠팡 적자 4000억 원 육박?

몇 년간 적자를 기록해온 쿠팡은 지난해 6월 일본 IT기업 소프트뱅크로부터 10억 달러(약 1조 1000억 원)를 투자받았다. 이미 2014년 미국 투자전문회사인 세콰이어캐피탈과 블랙록으로부터 각각 1억 달러(약 1025억 원), 3억 달러(약 3322억 원)를 투자받은 바 있다.

그러나 세 차례의 대규모 투자 유치에도 쿠팡의 사정은 나이지지 않았다는 게 소셜커머스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쿠팡은 지난해 1200억 원대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는 경쟁사인 티켓몬스터(246억 원)와 위메이크프라이스(290억 원)의 영업손실을 다섯 배 웃도는 수치다.

자금난의 원인으로는 쿠팡이 2014년부터 시작한 자체 배송서비스 로켓배송이 꼽힌다. 쿠팡이 로켓배송을 위해 고용한 쿠팡맨(배송인력)의 인건비만 한해 수백억 원에 달하며 현재 운영하고 있는 14개의 물류센터는 2017년까지 21개로 확대될 계획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지난해부터 '쿠팡 4000억 원대 적자설'이 공공연히 나돌고 있다. 최근에는 쿠팡이 자금난으로 인해 수도권에 위치한 물류센터 두 곳을 매각할 것이라는 '물류센터 매각설'까지 흘러나온 바 있다.

박광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쿠팡의 경쟁력 약화는 물류센터 매각설 해프닝뿐만 아니라 전자상거래업체별 트래픽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며 "꾸준히 증가하던 쿠팡의 모바일 앱 이용자수는 2015년 8월 879만 명을 고점으로 하락하기 시작해 12월에는 746만 명을 기록하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쟁사인 11번가, 위메프, 티몬의 앱 이용자 수는 같은 기간 각각 14.4%, 8.6%, 23.4% 증가했다"며 "쿠팡이 로켓배송 투자에 집중하는 사이 경쟁사는 새로운 배송 서비스와 가격 할인 등을 내세워 고객을 유치했다"고 강조했다.

지속적으로 흘러나오는 자금난 소문에도 불구하고 쿠팡은 로켓배송을 위한 투자를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범석 쿠팡 대표는 지난해 11월에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엄청난 대규모 투자를 하면서 로켓배송을 하는 이유는 혁명을 일으킬 거라 믿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적자에서 흑자로의 전환은 장기적인 사업 플랜을 갖고 투자한 투자자들이 받쳐주고 있다"며 "100년 기업을 만들려고 한다. 당분간은 적자가 늘 것이다. 장기적으로 바라보고 뛰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윗과 골리앗의 최저가 경쟁

쿠팡은 지난해 3월부터 기저귀, 분유, 여성위생용품 등의 품목을 대상으로 정기배송을 신청하면 5%를 추가 할인해주는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정기배송이란 고객이 구매품목의 배송 주기를 설정하면 정기적으로 배송받을 수 있도록 한 쿠팡의 서비스다.

쿠팡의 차별화된 전략은 성공적이었다. 정기배송 서비스품목들은 지속적으로 소모되기 때문에 정기적인 구매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이마트의 기저귀 판매량이 전년 동기대비 26.3% 급감한 것이 이를 뒷받침했다.

쿠팡이 일부 생활필수품 부문에서 매출을 빼앗자 '국내 마트업계 1위' 이마트는 긴장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지난해 말 "쿠팡이 적자를 보면서도 20~30대 여성 고객을 가져가는데 왜 방관했는가"라며 직원들을 질책했다고 귀띔했다.

그 여파인지 이마트는 지난달 18일 기저귀를 시작으로 분유, 여성위생용품 등의 품목에서 최저가경쟁에 돌입했다. 더불어 최저가품목을 생활필수품 전반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혀 본격적인 '쿠팡 공격'을 알렸고 현재 두 업체는 10원 단위의 최저가경쟁을 벌이는 중이다.

국내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5.6%를 차지하는 쿠팡이지만 이마트의 출혈을 감수한 공격은 상당히 위협적이라는 게 앞선 관계자의 설명이다. 실제로 이마트는 최저가경쟁을 선포한 이후 기저귀와 분유 판매량이 각각 282%, 131%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이마트의 공격이 장기화될 경우 쿠팡이 버티기 어려울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유통기간이 정해져 있는 기저귀와 같은 상품을 구매할 때 MD들의 능력이 추가 마진을 발생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마트는 이미 생필품 MD에 있어서 국내 최고 능력을 보유했다고 볼 수 있다"며 "축적된 노하우와 네트워크 측면에서 이마트와 쿠팡의 MD 능력 차이는 클 수밖에 없다. 이마트가 펼치는 총공세가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신세계그룹이 최근 내세우고 있는 스마트폰 간편결제 서비스 쓱(SSG)페이도 쿠팡에게는 부담스러운 존재다. 쓱(SSG)페이가 스마트폰 사용과 전자상거래에 익숙한 2030세대의 소비패턴을 신세계그룹의 유통 생태계에 편입시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양사의 최저가 경쟁은 결국 쿠팡이 얼마나 버틸 수 있느냐에 달렸다고 앞선 관계자는 내다봤다. 그는 "이마트가 총력을 다하면 충분히 제압할 수 있는 상황에서 쿠팡이 지난해 소프트뱅크로부터 투자받은 실탄이 떨어지면 자연스럽게 전쟁은 끝날 것"이라고 전했다.

물류협회vs쿠팡 소송 2차전

쿠팡의 '저격수'는 이마트뿐만이 아니다. CJ대한통운을 선두로 한 국내 택배회사들은 로켓배송을 두고 자체 트럭을 통해 배송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명백히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에 위반된다며 쿠팡과의 소송전을 불사하고 나섰다.

택배회사들의 이익단체인 한국통합물류협회는 지난해 10월 쿠팡의 모회사 ㈜포워드벤처스를 상대로 로켓배송에 대해 '행위금지가처분신청'을 냈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1부(조용현 부장판사)는 지난달 2일 가처분을 통해 금지시킬 만큼의 사안이 아니라며 이를 기각했다.

법원의 판결로 로켓배송 위법성 논란은 일단락된 것처럼 보였지만 한국통합물류협회는 이달 안에 본안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입장이다. 배명순 한국통합물류협회 사무국장은 "3월 중 본안 소송을 진행할 계획으로 협회 내부에서 검토가 끝나가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이어 "재판부가 지난해 긴박하게 행위금지를 시킬 필요는 없다고 했으나 불법 소지가 있으니 본안에서 판단받으라고 권장했다"며 "로켓배송은 사회적으로도 무질서를 초래하고 불법으로 판명되면 쿠팡도 회복할 수 없는 손해를 입기 때문에 중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통합물류협회 측의 태도에 쿠팡은 로켓배송이 법적으로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쿠팡의 한 관계자는 "위법이라고 생각하지 않기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며 "법원에서 앞선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고 법제처, 국토부 등에서도 문제없다고 했다"고 밝혔다.

이어 "전례와 법적 근거를 통해 여러 차례 문제가 없기 때문에 한국통합물류협회에 특별한 대응을 하고 있지 않다"며 "소송이 진행된다고 하더라도 로켓배송은 고객을 위한 서비스이기 때문에 우리 입장대로 진행할 예정이다"고 강조했다.

한편 로켓배송을 상대로 한 지난해 가처분 신청은 기각했지만 최종 위법성 판단은 본안소송으로 미뤄진 상태다. 지난해부터 로켓배송 안건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법제처는 현재까지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제처는 지난해 9월부터 11월까지 총 세 차례에 걸쳐 로켓배송에 대한 위법성 여부를 심사했다. 그러나 전체 통신판매업자의 유상운송과 무상운송의 경계에 대한 판단이 모호한 점을 들어 판단 여부를 유보했다.



윤소영 기자 ysy@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