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

품귀현상 빚는 식품들 '명암'

초코파이 바나나 열풍 계속될까?

SNS 타고 입소문, 소비자 몰려 완판 행진

생산라인 늘리면 인기 시들해져… ‘딜레마’

1위 제품 따라가는 미투제품, 베끼기 꼼수?

최근 오리온이 새롭게 내놓은 ‘초코파이 바나나’가 품귀현상을 빚고 있다. 편의점이나 대형마트 매대에 오르는 즉시 팔려나가니 아직 맛도 보지 못한 소비자들의 원성이 자자하다. 오리온 측은 자사 페이스북에 “24시간 생산라인을 가동하고 있음에도 제품을 구하지 못한 소비자들께 사과드린다”는 사과문까지 게재했다. 소비자들은 초코파이 바나나가 제2의 허니버터칩, 꼬꼬면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하면서, 초코파이 바나나의 열풍을 등에 업은 또 다른 ‘바나나맛’ 식품들이 쏟아져 나올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입소문→ 수요폭발→ 남아도는 재고

이런 예상에는 이유가 있다. 전에도 이와 비슷한 식품 품귀현상이 종종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소비자들은 완벽한 기시감을 느끼며 앞으로의 ‘초코파이 바나나 스토리’를 예상할 수 있게 됐다.

돈이 있어도 못 사먹는 식품의 첫 주자는 팔도에서 출시한 ‘꼬꼬면’이었다. 꼬꼬면은 개그맨 이경규가 KBS의 예능 프로그램 ‘남자의 자격’에서 라면의 달인이라는 라면 경쟁 대회를 할 때 처음 선보였다. 방송 당시 꼬꼬면은 심사위원으로부터 찬사를 받았고 이후 팔도 측이 이경규에게 2%의 판매수익 로열티를 제공하기로 하면서 정식으로 출시됐다. 프로그램을 접한 시청자들은 꼬꼬면을 시중에서 구매할 수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환호했다.

출시 전 G마켓 쇼핑 기획전 ‘푸드데이’에서 20개들이 박스 예약 판매를 할 때 1000박스가 3시간 만에 팔리는 등 빅히트를 예고했다. 이후 빨간 국물 라면과 차별화된 특별한 맛이 입소문을 타고 번지면서 꼬꼬면은 하루 평균 30만개 이상이 팔렸다. 출시 한 달 만에 1000만개의 판매고를 올렸다. 한국 라면의 대명사라 불리는 신라면의 자리까지 위협할 정도였다.

당시 팔도는 소비자들의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애를 먹었다. 꼬꼬면을 찾아 마트와 슈퍼마켓, 편의점을 찾은 소비자들이 헛걸음을 하기 일쑤였다. 이에 팔도는 생산공장을 새로 지어 소비자들의 수요에 발을 맞추려 했다.

그러나 ‘꼬꼬면 신화’는 빠르게 무너졌다. 생산라인 증설과 함께 소비자들의 반응도 시들해졌고 현재는 웬만한 편의점에서도 쉽게 찾을 수 없게 됐다. 꼬꼬면 판매량이 저조해 아예 편의점으로 유통이 잘 되지 않는 것이다.

최근에는 허니버터칩이 꼬꼬면의 전철을 밟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꼬꼬면처럼 처음에는 입소문으로 시작해 수요가 폭발했고, 최근에는 공장 신설까지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2014년 8월께 출시된 해태의 허니버터칩은 SNS 등에서 입소문을 타고 인기를 끌었고 2015년 초까지 품귀현상을 넘어 대란(大亂)을 빚었다. 허니버터칩을 사재기한 다음 본래 가격인 1500원의 몇 배에 달하는 가격을 매겨 되파는 ‘리셀러’들도 등장했다. 중국인 관광객에게는 1만원이 넘는 돈을 받고 판매해 뭇매를 맞기도 했다.

그러나 허니버터칩의 호시절은 갔다는 게 업계관계자들과 소비자들의 중론이다. 실제로 현재 슈퍼마켓이나 편의점에서 허니버터칩은 더 이상 희귀상품이 아니다. 서울시 중구에 위치한 편의점 GS25는 허니버터칩을 쌓아둔 채 팔고 있었다. 해당 매장의 직원은 “옛날과 비교해 확실히 덜 팔린다”면서 “한 번에 두세 봉지씩 사가는 사람도 없다”고 했다. 근처 또 다른 편의점 세븐일레븐, CU에서도 허니버터칩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마케팅 전문가 이모씨는 오는 5월 새로운 공장을 가동할 예정인 허니버터칩이 공장이 신설된 직후 ‘판매량 절벽’으로 몰린 꼬꼬면과 같은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씨는 “처음에 호기심으로 인해 경쟁적으로 몰리던 소비자들이 한번 맛을 본 후에는 ‘별 다를 것 없다’고 생각해 재구매를 하지 않는 것”이라며 “처음 출시 당시만큼의 판매량을 생각하고 공장신설에 많은 비용을 투자했다가, 판매량이 생각만큼 나오지 않으면 투자비용을 회수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허니버터칩이 초반에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것은 ‘희소성’때문인데 생산을 늘려 구매하기 쉬워지면 제품의 가장 큰 무기 중 하나를 잃을 수 있다”고 하면서 “초코파이 바나나도 현재는 공급이 달려 구매하기가 힘들지만 이러한 현상이 몇 달 안 가 수그러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너도나도 허니버터ㆍ과일소주…이제는 바나나?

허니버터칩의 흥행성공으로 경쟁 제과업체들은 너도나도 허니버터 맛 상품을 쏟아냈다. 이같은 미투상품(Me tooㆍ경쟁업체의 성공한 상품을 본떠 만든 상품)은 품귀현상으로 쉽게 맛볼 수 없는 ‘허니버터 맛 과자’에 대한 소비자들의 갈증과 시장을 휩쓰는 1위 상품의 인기에 편승해 소비자를 끌려는 기업의 의도가 맞물려 생겨났다.

허니버터칩의 맛을 흉내 낸 각종 감자칩과 허니버터맛 아몬드, 오징어가 나왔고 심지어 허니버터칩의 디자인을 본뜬 허니버터팩과 폰케이스까지 등장했다. 몇몇 소비자들은 “1위 상품을 베낀 꼼수”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롯데칠성음료에서 출시하자마자 품절대란을 불러온 ‘순하리 처음처럼’도 수많은 미투상품을 생산해냈다. 무학이 작년 5월 ‘좋은데이 컬러시리즈’를 출시했고. 이어 대선주조가 ‘시원블루’ 시리즈를 내놨다. 이후 금복주가 유자향을 넣은 ‘상콤달콤 순한참 유자’를, 하이트진로가 ‘자몽에 이슬’을 선보이며 과일소주 경쟁에 가세했다.

하얀국물 라면 열풍을 몰고 온 꼬꼬면도 기스면, 나가사끼 짬뽕 등 많은 미투상품들을 낳았다.

이렇듯 한 제품이 히트를 치면 경쟁업체에서도 이와 비슷한 제품을 내놓는 패턴이 반복되다 보니 소비자들 사이에선 “이제 바나나맛 빅파이, 오예스가 나오는 것 아니냐”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온다.

소비자들은 미투상품이 소비자들의 선택의 폭을 더욱 좁히는데다 원조상품을 개발한 업체만 손해를 본다고 지적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마케팅 전문가 이씨도 이같은 미투제품이 소비자들의 다양한 입맛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 상품이 인기를 끌면 이와 차별화된 상품을 개발하지 않고 비슷한 것만 시장에 내놔 소비자들의 입맛을 획일화한다”고 하면서 “이런 ‘베끼끼 전략’은 연구개발(R&D)에 대한 투자를 감소시킬 수 있고 기업의 성장에도 방해가 된다”며 지양할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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