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 신약 개발에 후발주자 뛰어들어 ‘경쟁’ 치열

한 발 앞선 셀트리온 “10년 내 10조 달성할 것”

후발주자 삼성, 셀트리온과 유럽에서 정면승부 예상

LGㆍ대웅제약ㆍ종근당도 임상 中… 한화는 백기 들어

국내 제약업체 셀트리온이 미국 바이오시밀러 시장의 문을 여는 데 성공했다. 셀트리온이 개발한 국내 최초의 항체 바이오 복제약 ‘램시마(Remsima)’가 미국 FDA(식품의약국)로부터 최종 판매허가 승인을 받은 것이다. FDA는 램시마의 오리지널 의약품인 ‘레미케이드’와 같이 류마티스관절염, 강직성척추염, 성인궤양성대장염, 소아 및 성인크론병, 건선, 건선성관절염 등에 효능ㆍ효과가 있다며 승인의 이유를 밝혔다. 레미케이드의 미국 매출액이 45억 달러(약 5조 2000억원)에 육박하고, 램시마가 속한 ‘TNF-알파 억제제’ 분야의 미국 시장 규모는 약 172억 달러(약 20조원)에 달하는 만큼 셀트리온의 전망은 밝다. 셀트리온 측은 미국 내 램시마 매출이 2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램시마ㆍ트룩시마의 셀트리온 ‘맑음’

생물의 세포나 조직 등을 이용하여 제조하는 약인 바이오의약품의 ‘복제약’인 바이오시밀러는 오리지널 바이오 의약품과 동일한 효능을 내면서 가격은 더 저렴하다. 셀트리온의 램시마 역시 오리지널 의약품인 존슨앤존슨의 레미케이드보다 가격경쟁에서 앞설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로 지난 2013년 8월 유럽 의약국(EMA)으로부터 판매 허가를 획득한 램시마는 레미케이드 가격보다 10~20% 가량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됐다. 이에 램시마는 약 9개월 만에 오리지널 의약품 시장 점유율의 20% 가량을 빼앗았고 그 덕에 매출도 솟구쳤다. 셀트리온의 지난해 매출액은 6034억원으로 전년과 비교해 28% 늘어났고, 영업이익은 28.5% 증가한 2589억원을 기록했다.

셀트리온은 유럽에서와 같이 미국시장에서도 ‘저가전략’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이다. 김형기 셀트리온 사장은 지난 6일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향후 미국시장에서도 램시마를 레미케이드보다 20~30% 싸게 판매하는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미국에서 판매되는 레미케이드 가격은 800달러(약 92만원) 선이다.

통상 바이오시밀러 제품이 나오면 오리지널 의약품 가격이 원래 가격보다 70~80% 정도 떨어진다는 사실을 감안했을 때, 존슨앤존슨 측은 레미케이드를 약 560~640달러(64만~73만원) 정도에 판매할 것으로 보인다. 셀트리온이 밝힌 저가전략대로라면 미국에서 램시마는 392~512달러(45만~59만원)에 선보이게 된다는 말이다.

현재 셀트리온은 미국에서 램시마의 판매를 책임질 제약회사인 ‘화이자’와 판매 가격에 대해 논의를 진행 중이다. 최종가격은 이후 약제 가격과 사용을 관리하는 미국 사보험 관리업체(PBM)와 교섭을 통해 정해진다.

전체보험 중 사보험이 70%를 차지하는 미국인 만큼 램시마가 저렴한 가격을 형성하는 데에는 별다른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게 대다수 업계 관계자들의 의견이다. 미국에서 ‘램시마 돌풍’이 일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셀트리온은 제2, 제3의 램시마를 만들어 10년 내 매출 1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지난해 10월 세계 최초로 허가신청을 낸 혈액암 치료제인 ‘트룩시마(Truxima)’가 올해 허가를 받으면 내년쯤에는 판매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고, 올 하반기에는 미국 FDA에 허가를 신청한다는 구상이다.

유방암 치료제 ‘허쥬마(Herzuma)’의 경우 말기유방암 환자의 임상은 이미 종료됐고, 초기유방암 환자 3상은 올해 종료할 계획이다. 올 하반기와 내년 초에는 각각 유럽과 미국에 판매허가를 신청할 것으로 보인다.

김형기 사장은 “램시마는 퍼스트무버(First Mover)로서 금액으로는 산정할 수 없는 막대한 시장 선점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램시마를 발판 삼아 글로벌 바이오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셀트리온 뒤쫓는 후발주자들

순풍을 탄 셀트리온 덕에 국내의 바이오시밀러 업계도 덩달아 기대감으로 고조되는 모양새다.

셀트리온의 국내 최대 라이벌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셀트리온과 마찬가지로 레미케이드의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성공했다. ‘플릭사비(Flixabi)’라는 이름의 이 바이오시밀러는 지난 1일 유럽의약국(EMA) 약물사용 자문위원회(CHMP)로부터 허가에 대한 긍정적인 의견도 받았다. 일단 CHMP에서 긍정 의견을 내면 95%는 정식 판매허가가 난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후 올 하반기부터 유럽에서의 판매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유럽에서 램시마와의 정면대결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지난 1월 유럽에서 류머티즘 관절염 치료제 ‘엔브렐’의 바이오시밀러 ‘브렌시스’를 출시해 삼성 바이오시밀러 사업의 시작을 알렸다. 현재도 세계 3대 자가면역질환 치료제인 엔브렐, 레미케이드, 휴미라 바이오시밀러를 모두 개발하고 있다.

바이오시밀러에 열 올리는 건 삼성뿐만이 아니다. 식약처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국내 업체들이 임상시험을 진행 중인 바이오시밀러는 12개 품목에 달한다. ‘LG생명과학’과 ‘바이오씨앤디(BIOCND)’ ‘대웅제약’ 등은 관절염 치료제 ‘엔브렐’과 ‘휴미라’ 등의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하기 위한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종근당’은 만성신부전 빈혈 치료제인 ‘네스프’의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임상 3상을 실시하고 있다.

반면 달아오른 바이오시밀러 시장의 분위기와 상반된 행보를 보이는 곳도 있다. 바로 ‘한화 케미칼’이다. 한화는 최근 발표한 사업보고서에서 “향후 바이오사업에 대해 추가적인 투자는 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히면서 바이오시밀러 사업에서 철수할 것을 사실상 공식화했다.

지난 2006년 항체 바이오시밀러 사업의 첫 삽을 뜬 한화는 2010년 바이오의약품 생산을 위한 공장을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에 설립하며 발 빠른 액션을 취했다. 화이자의 관절염치료제인 ‘엠브렐’의 바이오시밀러 ‘다빅트렐’의 개발에도 성공했다. 2014년 11월 해당 의약품의 국내 판매허가를 받았으며 미국 MSD와 글로벌 판매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신규 제품의 해외판매는 부진했고, 결국 2015년 7월에는 일본계 바이넥스사에 오송 공장을 매각하는 등 시장에서 멀어지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한화케미칼 측은 이번 사업철수를 “석유화학 및 그룹 주력사업인 태양광 사업 등 핵심사업의 강화를 위한 전략적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오보람 인턴기자 boram3428@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