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사만 배불린다?…속사정 보니

갤럭시 S7ㆍG5 출시로 활기 띠는 스마트폰 시장

단통법 시행 2년… 소비자 불만 커져

마케팅비 절감으로 이통사 실적 호조 예상

선택약정 할인제도로 결국 ‘거기서 거기?’

삼성전자의 갤럭시 S7과 LG전자의 G5가 최근 출시됐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S7을 등에 업고 올 1분기 6조6000억원의 영업 이익을 올렸다. 지난 분기보다 약 7.49% 증가한 것으로 업계의 예상을 뛰어넘는 깜짝 실적이었다. 스마트폰 사업에서 고전하던 LG 역시 신제품 G5가 입소문을 타면서 오랜만에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G5는 출시 첫 날에 1만5000대가 팔렸는데 이는 전작 G4의 세 배 수준이다.

국내 대형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신제품 출시로 이동통신사 역시 바빠졌다. 하지만 예전처럼 공격적인 영업을 하기는 힘들다. 2014년부터 시작된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한 법률’, 일명 ‘단통법’으로 인해 이통사가 지원할 수 있는 보조금에 한계가 생겼기 때문이다.

혹자는 단통법으로 배를 불린 건 이통사뿐이라 말하지만 속내는 그렇지 않다. 이통사 역시 단통법으로 손해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과연 단통법의 도입으로 웃는 사람은 누구일까?

단통법으로 마케팅비 줄인 이통사, ‘겉으론 웃지만’

이른바 ‘단통법’으로 불리는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은 지난 2014년부터 시행됐다. 단통법 시행 후 이동통신사가 지급하는 공시 지원금이 요금제별로 최고 33만원으로 대폭 줄면서 소비자들에게 돌아가는 할인폭은 그만큼 줄게 됐다. 예전 같으면 발품을 팔아 더 싼 가격에 휴대폰을 구입할 수 있었지만 현재로선 더 싸게 휴대폰을 살 수 있는 방안이 사라진 것이다.

이 때문에 소비자들 사이에선 단통법에 대한 원성이 높다. 제도가 시행된 지 2년이 다 돼가지만 소비자들의 불만은 여전하다. 휴대폰을 저렴하게 살 수 있는 길이 막히면서 과연 누구를 위한 법이냐는 것이다. 특히 단통법 시행 이후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의 이동통신사만 배가 부른 게 아니냐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지난 7일, 국내 증권사들이 내놓은 이통사 1분기 실적 전망치를 분석해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올해 1∼3월 이통 3사가 올린 매출 규모는 총 12조597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영업이익은 총 9763억원으로 11.2%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체별 매출액은 SKT 4조2825억원(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 상승), KT 5조5690억원(2.4%), LG유플러스 2조7464억원(7.5%)으로 전망된다. 영업이익은 SKT가 456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3%, KT는 3536억원으로 10.2% 늘고 LG유플러스는 1667억원으로 7.8%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마케팅비 절감에 따른 효과로 여겨진다. 단통법 이후 이통사가 지불해야 할 공시 지원금이 줄어 그에 대한 이익을 누리게 된 것이다. 이학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지난 1분기 삼성전자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7이 출시됐음에도 시장이 과열되거나 과도한 마케팅 비용 지출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출발은 소비자를 위한 것이었다곤 하나, 결국 이통사의 배만 불린 게 아니냐는 비판이 거세지는 건 이러한 이유에서다.

단통법 피해 오피스텔로 숨는 휴대폰 판매상들

그러나 이통사들도 어렵긴 매한가지다. 흔히 말하는 마케팅 비용 이익이 그렇게 크지 않다는 반박 의견도 있다.

단통법에 따라 이통사는 공시지원금을 줄이는 대신, 요금 할인을 해 줘야 한다. 단통법 시행 후 20% 요금 할인이 들어가는 선택약정할인제를 도입했는데 장기적으로 보자면 이 제도 때문에 마케팅비 절감도 일시적인 효과일 뿐이라는 것이다. 단통법 시행 당시 12%였던 할인율은 지난해 20%로 상승했다. 이통사들은 선택약정할인제를 제대로 고객들에게 설명해 주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현재 선택약정할인제도를 선택한 고객은 총 500만명에 이른다. 이통사들은 이미 실적 부진의 원인을 선택약정할인제도로 파악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통사들은 새로운 먹거리 찾기에 바쁘다. 최근 통신시장의 핫이슈로 떠오른 SKT의 CJ헬로비전 합병 역시 통신 시장에서 더 이상 정체된 실적만을 바라볼 수 없어 선택한 새로운 카드라는 게 관계자들의 의견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스마트폰 보급률이 최대치까지 올라온 시점에서 이통사 역시 신규 사업 영역을 구축해야 하는데 SKT의 경우 그것을 CJ헬로비전 합병을 통한 지역 방송 진출로 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최근 갤럭시 S7, G5 등 신제품이 쏟아지면서 이통사들이 정해진 보조금보다 더 많은 비용을 뿌려 서로 가입자를 유치하려는 움직임을 보인 것에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특히 이러한 사례를 살펴보면 신규 가입자보다 번호이동 가입자에게 더 많은 보조금을 준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결국 무리를 해서라도 고객을 유치하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지난 8일에는 검찰이 단통법 시행 후 최초로 이 법을 어긴 이통사 임원들을 처벌하기도 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는 휴대전화 단말기의 불법 보조금을 살포한 혐의로 SK텔레콤 전 상무 조모(50)씨, KT 상무 이모(50)씨, LG유플러스 전 상무 박모(49)씨 등 영업담당 전·현직 임원 3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결국 단통법으로 웃는 사람은 누구인가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소비자들과 휴대폰 대리점 모두 불만의 소리가 높아지는 시점에서 이통사 역시 단통법에 난색을 표한다면 제도를 다시금 생각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불법 보조금까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오피스텔 등 은밀한 장소를 골라 고객과 일대일 접촉해 불법 보조금을 주는 신종 수법이 탄생한 것이다. 또 오피스텔 영업을 넘어서 직접 ‘찾아가는 서비스’를 통해 고객을 만나는 방법도 생겼다. 불법 보조금 단속이 강화될수록 점점 더 음지로 숨을 가능성은 커지고 있다. 단통법으로 골머리를 앓는 건 비단 소비자들만은 아닌 것 같다.

이명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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