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면세점’, 대기업 아킬레스건은

롯데, 신영자 비리 의혹에 촉각 곤두세워

SK, 워커힐면세점 꺼진 불씨, 다시 살릴까

두산ㆍ한화, 저조한 실적 딛고 일어설까

13개 면세점 영업으로 경쟁 더욱 치열해질 듯

유통업계가 서울 시내 면세점 입찰권을 둘러싸고 세 번째 대결을 펼치게 됐다. 이로서 총 13곳의 면세점이 서울 시내에 자리잡게 됐다.

지난번 입찰에서 고배를 마신 롯데, SK 등은 다시 한 번 재도전에 나선다. 유통업계의 절대적 강자인 롯데는 오너일가가 비리 의혹에 휘말리면서 행여 또 한번 낙방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기존 면세점 사업자로 유리한 입장이었지만 ‘충격의 탈락’을 경험한 SK네트웍스는 당시 약점으로 평가됐던 요소들을 극복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서울 시내 면세점 신규 허가를 받으며 유통업에 진출한 두산과 한화는 예상보다 저조한 매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 와중에 연말 추가 입찰에도 참가할 의사를 내비치면서 기존 매장의 매출액 증가와 신규 입찰권을 따내야 한다는 두 가지 숙제를 해야 한다.

절실한 ‘재도전’, SK와 롯데의 각오는

관세청은 지난 3일 관광산업 활성화 및 투자ㆍ고용 촉진을 위해 서울ㆍ부산ㆍ강원지역에 시내면세점을 추가 설치키로 하고 홈페이지에 특허신청 공고를 냈다. 신규 면세점은 서울 4곳, 부산 1곳, 강원 1곳 등 총 6곳이다. 서울에 새로 들어서는 면세점 가운데 1곳은 중소ㆍ중견기업만을 대상으로 하는 제한경쟁이 이뤄진다. 즉 대기업들은 서울 시내 면세점에서 세 자리를 놓고 경쟁에 나서게 된다.

이번 추가 지정으로 지난 2차 입찰에서 탈락한 대기업들은 지난번의 설욕을 만회 하겠다는 각오를 단단히 하고 있다. 롯데, SK네트웍스, 현대백화점이 재도전 의사를 밝혔다.

SK네트웍스는 지난해 서울 시내 면세점 입찰 심사에서 탈락한 워커힐 면세점의 재허가가 절실한 입장이다. SK네트웍스는 입찰 경쟁에서 탈락한 후 면세점 사업에서는 손을 뗀 상태다. 워커힐 면세점은 지난 5월 이후 영업이 중단됐다. 지난 심사에서 SK네트웍스는 23년간 축적해 온 면세점 운영 노하우를 강조했지만 기존 면세점 중 가장 낮은 매출액(연 매출액 2700억원)을 기록해 약점이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또 기존 면세점들이 관광객이 몰리는 명동, 남대문 등 중구 쪽에 위치해 있는 것과는 달리 ‘워커힐’이라는 장소가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것도 불리하게 작용한다. SK네트웍스는 지난 2차 입찰 당시 불리한 조건으로 평가받았던 요소들을 얼마나 극복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SK네트웍스 관계자는 “워커힐이라는 지리적 입지는 타 면세점과 차별된 ‘도심 속 리조트’라는 강점을 갖는다. 또 지역 균형 발전이라는 명목에도 잘 들어 맞는다”고 밝혔다.

롯데면세점의 가장 큰 약점은 창사 이래 대대적인 검찰 수사를 받게 된 모기업의 상황이다. 비자금 혐의로 검찰이 롯데그룹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하면서 면세점 재허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커졌다.

롯데그룹은 면세점 사업에선 국내 사업자들 중 가장 숙련된 노하우를 갖고 있는 기업으로 꼽힌다. 호텔롯데 매출액의 70%를 면세점이 책임지기 때문에 롯데 입장에선 단연 효자 사업군이다. 국내에서도 중구 소공동 본점을 포함해 코엑스점, 부산점, 제주점, 인천공항점, 김포공항점, 여기에 6월말로 영업이 종료될 월드타워점을 포함해 7곳을 운영하고 있다. 이렇게 뛰어난 면세점 사업 노하우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월드타워점 재허가에 실패한 것은 지난해 불거진 신동주-신동빈 형제 간 경영권 분쟁의 여파로 파악된다. 그런 점에서 롯데그룹에 대한 검찰 수사가 면세점 재허가 심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현대백화점은 면세점 입찰 재수생이다. 두 번째 도전하는 만큼 코엑스 단지 내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을 후보지로 내세워 강남 관광객을 끌어오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러나 면세점 운영 노하우가 없다는 점은 가장 큰 약점으로 꼽힌다.

아직까지 저조한 신규 면세점의 성적표

특히 이번 연말 추가 입찰에는 이미 신규 사업권을 따낸 신세계, 두산,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또한 참가 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관세청이 네 곳의 서울 시내 면세점 추가 지정을 시사하면서 서울 시내 면세점은 9곳에서 13곳으로 늘어나게 됐다. 기존 업체들 입장에선 신규 업체들의 등장이 달갑지만은 않다. 추가 지정으로 업장이 늘어나면 자연스레 경쟁이 치열해지기 때문이다.

특히 기존업체들은 명품 입점도 아직까지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호텔신라와 현대산업개발의 합작 면세점인 신라HDC면세점을 제외하고는 이른바 3대 명품(루이비통, 샤넬, 에르메스) 입점 소식이 들려오지 않는다.

한화와 두산은 신규 면세점 입찰에 성공함으로써 유통 업계에 발을 들여놨다. 하지만 면세점 사업에 관한 노하우가 타사에 비해 부족하다는 것이 약점으로 꼽힌다.

동대문에 위치한 두산의 두타 면세점은 입점 초기부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명품 브랜드 입점도 늦어지고 있지만 중국인 관광객들이 선호하는 MCM 등 패션 브랜드와 설화수와 같은 화장품 브랜드 역시 문을 열지 않은 상태다. 두타 면세점만의 장점이었던 심야 영업 또한 예상보다 손님이 적어 직원들의 피로만 가중시킨다는 부작용이 생기고 있다.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는 올 1분기 면세점 사업에서 매출 437억원, 영업손실 87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연말 신규 개장한 면세점들 중 가장 큰 손실치다.

한화와 두산은 3ㆍ4세대 오너가 일원을 면세점 사업에 투입시켰다. 김승연 회장의 셋째 아들인 김동선 한화건설 팀장이 면세점 태스크포스팀에 합류해 있다. 두산 역시 박용만 인프라코어 회장의 장남인 박서원 전무가 면세점 사업을 전두지휘하고 있다. 만약 면세점 사업에서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한다면 미래 각 기업을 이끌어갈 오너가 자제들의 경영 능력에도 흠집이 생길 수 있다.

사실 서울 시내 면세점들의 실적 부진은 비단 두산과 한화의 고민만은 아니다. 용산 신라아이파크면세점을 운영하는 HDC신라면세점은 개장일인 지난해 12월 24일부터 올해 2월 말까지 매출 168억원, 영업손실 53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중소 면세점인 하나투어의 자회사 SM면세점 역시 매출 190억원, 영업손실 67억원을 나타냈다. 지난 연말 문을 연 서울 시내 면세점들이 모두 손실을 기록한 것이다. 물론 초기 사업 확장 비용을 메울 만한 영업을 할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으로 해석되지만 향후 문을 여는 매장들이 늘어날수록 면세점 업계는 과열 경쟁에 시달리게 된다. 치열한 면세점 업계에서 독보적인 장점을 발굴하는 것이 오너가의 새로운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명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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