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 협약 비웃는 프랜차이즈 본사…가맹점주들 ‘행동’으로 맞서

피자헛, 상생협약 맺고도 일방적 가맹점 계약 해지

미스터피자ㆍ바르다김선생 등 연이은 논란

임원에게 목 좋은 가맹점 내주는 ‘전관 예우’

상생 협약 어길 시 처벌 가능해져야

프랜차이즈 본사와 가맹점은 평등한 관계일 순 없다. 본사의 브랜드 이미지에 기대 장사를 하는 가맹점주에게 본사와의 계약은 생계를 보전할 수 있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본사의 지위를 악용해 갑질을 하는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문제가 되고 있다. 피자부터 분식, 아이스크림 기업까지 종류를 가리지 않는다.

공정거래위원회와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등은 이러한 사태를 예방하기 위해 본사와 가맹점 간 상생 협약 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하지만 협약은 말 그대로 협약일 뿐이다. 협약을 어길 경우 처벌 조항이 추가되지 않는다면 피해를 입는 가맹점주들은 점차 늘어날 것이다.

피자헛 가맹점주가 시위에 나선 사연은

한낮 최고 기온이 30도에 육박하는 6월,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피자헛 본사 앞에는 하루 종일 시위를 벌이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노용빈 피자헛 가맹점주협의회 회장은 6월 16일 기준으로 만 29일째 강남에 위치한 피자헛 한국 지사 앞에서 시위를 지속하고 있다. .

노 회장이 거리로 나서게 된 사연은 피자헛 본사가 가맹점주들과의 상생 협약을 어겼기 때문이다. 피자헛은 지난 2월부터 피자 두 판에 스파게티 등을 넣어 함께 판매하는 ‘트리플박스’를 내놨다. 이 상품은 신제품이 아니고 기존에 팔고 있던 상품들을 재구성한 것이다. 합쳐진 단품들의 가격을 더하면 5만6000원. 그런데 ‘트리플박스’라는 이름으로 함께 판매되면서 2만8900원에 팔리게 됐다.

이 과정에서 본사는 가맹점주들에게 ‘트리플박스’ 판매에 대한 동의를 받지 않았다. 점주들에게 돌아가는 수익은 0이다. 오히려 마이너스이기 때문에 가격을 더 올려야 하지만 피자헛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또 3% 보존을 약속하며 판매를 이행하지 않으면 가맹점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노 대표는 가맹점주협의회장으로 이 상품을 판매할 수 없었고 이에 따라 거리로 나서게 됐다.

노 회장은 현재 피자헛을 상대로 가맹점 해지 무효 가처분 소송을 진행 중이다. 노 회장이 운영하고 있는 포항 장성점 피자헛 매장이 물품 대금 지급을 지연했다는 이유로 본사 측으로부터 가맹점 계약을 해지당한 것이다. 노용빈 대표는 “본사가 보내주는 물품 대금 청구서가 기존 날짜보다 일찍 나왔다. 미지급도 아니고 연체했다는 이유로 일방적으로 가맹점을 해지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밝혔다.

상생 협약을 맺은 지 채 1년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석연치 않은 이유로 가맹점주협의회장이 운영하는 가맹점 계약을 해지한 것에 피자헛 본사를 향한 의구심은 날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비싼 치즈 판매부터 임직원에게 좋은 자리 주기까지

가맹점주와 본사간 갈등은 비단 피자헛만의 사례는 아니다. 또 다른 피자 브랜드인 미스터피자 가맹점주들은 지난 4월 대대적인 시위에 나섰다. 미스터피자가 피자의 주 재료인 치즈 가격을 정상 수준보다 높게 받으며 상생협약을 파기했다는 것이 가맹점주들의 화를 돋운 원인이었다.

굽네치킨 사업자인 지앤푸드는 지난 2008년 12월부터 2010년 8월 사이 계약이 끝난 130개 가맹점에게 재계약을 조건으로 기존 영업 지역 축소를 요구했다. 130개 가맹점들은 본사의 요구를 받아들였고 지앤푸드는 이 틈을 노려 44개의 가맹점을 추가로 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앤푸드가 거래상 지위를 이용해 가맹점주들에게 불이익을 줬다며 지난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2억여원을 부과했다. 지앤푸드는 이에 “가맹점들이 회사에 전적으로 의존하지 않으며, 영업지역 축소에도 자발적으로 동의했다” 소송을 냈으나 서울고등법원이 지난 6월 1일,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고급 김밥 프랜차이즈 ‘바르다김선생’ 역시 갑질 논란에 휘말렸다. 지난 3월 31일, 경기도는 바르다김선생을 공정위에 고발했다. ‘바르다김선생’이 쌀과 김 등의 식재료를 일반 시중가보다 과도하게 높은 가격으로 판매했다는 것. 이에 대해 바르다김선생 본사 측은 ‘최상의 식자재를 공급하기 위해 특정 지역에서 재배된 원물이나 특정 업체에서 제조한 식자재를 사용하기 때문에 시중에서 유통되는 일반 식자재보다 가격이 높을 수 있다’고 해명했다.

나날이 늘어가는 본사의 갑질 사례를 방지하기 위해 공정거래위원회는 본사와 가맹점 간 상생 협약 체결을 늘려가고 있다.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3일 가맹본부 대표 간담회에서 “가맹점주가 피해를 보지 않도록 표준가맹계약서를 개정하고 세분화하는 작업을 추진 중이다”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CJ푸드빌(뚜레쥬르 등), 롯데리아, BGF리테일(씨유), GS리테일(GS25), 코리아세븐(세븐일레븐), 한국미니스톱, KGC인삼공사(정관장) 등 8개 가맹본부가 연내 공정거래 협약을 체결하게 된다. 이 여덟 개 사업자는 지난해 말 공정위에 등록된 가맹 브랜드 4844곳의 가맹점 20만 8104개 가운데 16.7%(3만 4704개)를 차지한다.

하지만 이 상생협약이 과연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번에 문제가 된 피자헛 사태 또한 지난해 10월 본사와 가맹점주협의회 간 상생 협약이 이미 맺은 상태에서 이뤄졌다. 노용빈 회장은 “피자헛 본사는 상생 협약을 잘 지키고 있다고 말하지만, 이것은 본사에 우호적인 가맹점주들을 모아 형식적인 대화를 나누는 것일 뿐 아무 의미가 없다”고 주장했다.

결국 필요한 건 ‘가맹점의 단결’

업계 관계자들은 상생 협약이 권고 사항에 그치는 것이 문제라고 말한다. 피자헛의 경우 당시 더불어민주당 이학영 의원실의 중재를 통해 상생협약을 맺었지만 결국 1년도 채 되지 않아 물거품으로 돌아가게 됐다.

이 때문에 상생 협약에 강제성을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현재 본사와 가맹점이 맺는 협약은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15조 4항 ‘공정위는 가맹본부와 가맹점 사업자가 가맹사업 관계 법령의 준수 및 상호 지원 협력을 약속하는 자발적 협약을 체결하도록 권장할 수 있다’를 바탕으로 이뤄진다. 상호 합의에 의해 체결되지만 어길 경우에도 처벌은 받지 않는다.

때문에 전국가맹점주협의회를 비롯한 일부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은 힘을 모아 20대 국회에 가맹점과 본사 간 상생 협약을 어길 시 본사가 처벌을 받는 내용이 포함된 가맹점법 입법안을 제출하려 하고 있다.

가맹점간 사이에 의사소통을 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 또한 고민이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연석회의 김태훈 사무국장은 “가맹점주들은 각자 영업장에서 일을 하기 때문에 모일 기회가 많지 않아 생각보다 단결이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를 악용하는 본사도 많다. 본사에 우호적인 가맹점들끼리 모여 따로 연합회를 결성시킨 후 이들하고만 대화를 하는 것이다. 결속이 잘 되지 않는 상황에서 벌어지는 이간질은 가맹점들이 한 목소리를 내는 것을 방해하고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가맹점주협의회에 대한 공적인 인증이 필요하다. 업계에선 가맹점주협의회를 공정위 차원에서 관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가맹점주들은 각자 협의회를 맺어 본사와 의견 교환을 하고 있지만, 일부 본사 측에선 가맹점주협의회의 정당성을 문제 삼으며 만남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

현재 가맹점주협의회들은 비영리법인 등록을 위해 세무서에 회의록, 회원등록 명단 등을 제출해 인정받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김태훈 사무국장은 “공정위가 가맹점주협의회 관리 감독에 나서 공신력을 갖춘 협회로 만들어 주는 절차가 필요하다” 고 지적했다.

이명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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