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 재허가ㆍ신성장동력 발굴 과제… 최태원 회장과 결별 가능성도

17년만에 SK네트웍스 대표이사 복귀한 최신원

당장 워커힐 면세점 재심사 통과해야

패션ㆍ카라이프 통해 실적 부진 극복도 중요해

신원ㆍ창원 형제, 지분 확보로 계열분리 시도하나

무려 17년 만의 귀환이었다. SK 오너가의 장손 최신원 회장이 지난 연말, SK네트웍스의 대표 이사로 복귀했다.

SK네트웍스는 현재 SK그룹의 모태가 되는 회사다. 1953년 설립된 ‘선경직물회사’를 근간으로 하고 있다. 최신원 회장의 SK네트웍스 복귀는 그룹은 물론, 최 회장 본인에게도 남다르게 다가오고 있다.

SK네트웍스의 상황은 그다지 좋지 않다. 우선 지난해 SK네트웍스가 운영하던 워커힐 면세점이 재허가를 받지 못하게 되면서 큰 타격을 입게 됐다. 전반적인 불황으로 주요 사업군인 상사와 소비재 사업 성장치도 둔화된 상태다.

워커힐 면세점, 그때의 약점이 지금의 장점?

SK네트웍스의 지난 1분기 실적은 전반적인 하락세를 나타냈다. 올 1분기 매출액은 4조548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4% 하락했고 영업이익 또한 205억원으로 36% 떨어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신원 회장은 지난 3월, SK네트웍스 정기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에 선임돼 다시 경영 일선으로 돌아왔다. SK네트웍스는 최 회장에겐 의미가 깊은 회사다. 선친의 유산이 곳곳에 묻어 있기 때문이다. 지난 4일부터는 SK네트웍스의 새 집무실로 첫 출근을 시작했다. 대표이사 선임 후 직원들을 만나 사기를 북돋으며 직접 사내 분위기를 챙겼다.

최 회장 앞에 놓인 SK네트웍스의 현실은 밝지 않다. 특히 워커힐 면세점의 허가를 잃은 것은 뼈 아픈 기억이다. 지난해 재허가 심사에 실패한 워커힐 면세점은 현재 영업이 중단된 상태다. 워커힐 면세점의 재허가에 실패하면서 SK네트웍스는 면세 사업에서 손을 떼게 됐다.

그러나 관세청이 오는 연말, 네 곳에 면세점 추가 지정을 예고하면서 SK네트웍스는 다시 한 번 워커힐 면세점 재허가에 도전할 수 있게 됐다. SK네트웍스는 심기일전한 후 다시 한 번 심사에 도전한다는 계획이다

일단 전망은 긍정적이다. 심사 당시 부정적으로 작용했던 요소들이 현재는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게 됐다. 광진구 광진동에 위치한 워커힐 면세점은 심사 때만 해도 명동, 남대문, 동대문 등 중구 쪽에 몰려 있던 타 면세점들에 비해 접근성이 떨어지지 않느냐는 지적을 받아왔다.

현재 서울 시내 면세점들은 대부분 중구에 위치해 있다. 롯데 면세점 본점과 광화문 동화면세점이 터줏대감으로 자리잡고 있고 신세계 면세점 명동점과 두타 동대문 면세점이 새로 문을 열었다. 또 중소 면세점인 SM면세점 역시 인사동에 위치해 있다. 면세점들이 모두 근거리에 위치해 있는 상황에서 광진동에 위치한 워커힐 면세점이 오히려 눈에 띈다는 평가를 듣는다. 특히 기존 면세점들의 실적이 시원찮은 상황에선 기존 면세점들과 동떨어진 위치가 득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SK네트웍스 측은 카지노와의 연계로 구매력이 큰 중국인 관광객을 끌어모을 수 있으며 보석과 시계 판매를 강화해 확실한 고객층을 끌어 모을 수 있단 장점을 갖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롯데그룹의 검찰 수사 역시 SK네트웍스 입장에선 호사로 작용할 수 있게 됐다. 비자금 조성 혐의로 신영자 롯데장학복지재단 이사장이 구속되면서 롯데그룹의 연말 면세점 입찰 심사에 악영향을 주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롯데그룹 역시 지난해 롯데 월드타워점 면세점 재허가를 받지 못해 연말 재심사가 절실한 상황이었다.

지난해 면세점 입찰 심사 결과는 SK네트웍스에게 큰 충격이었다. 특히 유통업계의 ‘자존심 싸움’으로 롯데, 신세계의 면세점 사업이 주목을 받은 것에 비해 상대적으로도 관심을 덜 받았다는 평가를 듣기도 했다. 또 타 기업의 오너가 일원들이 태스크포스(TF) 참여, 프레젠테이션 주도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나선 것과는 달리 광복절 특사로 출소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최태원 회장은 한 걸음 물러선 태도를 취했다. 최신원 회장도 심사 당시에는 SK네트웍스를 떠나 있었다. 이와 같은 여러 가지 요소로 상대적으로 SK네트웍스의 워커힐 면세점과 동대문 신규 면세점 조성 계획이 주목을 덜 받았다는 게 현장의 평가였다.

면세점 사업은 SK네트웍스의 매출액 규모에서 그다지 큰 부분을 차지하진 않는다. 하지만 24년 동안 면세점 사업을 해 온 SK네트웍스 입장에선 재허가 무산으로 자존심에 큰 타격을 입었다는 평가가 많았다. 이런 상황에서 돌아온 최신원 회장이 연말 재허가를 성공적으로 이룰 수 있을지 주목된다.

끊임없는 신성장동력 발굴만이 살 길

SK네트웍스는 면세점 외에도 패션과 자동차 산업을 신성장동력으로 표명했다. 현재 SK네트웍스는 자동차 정비 브랜드 ‘스피드메이트’와 렌터카 브랜드 ‘SK렌터카’를 운영하고 있다. 렌터카 부문의 경우, 지난해 렌터카 1만3000대를 늘리는 등 전폭적인 지원에 나서고 있다.

SK네트웍스가 그리는 궁극적인 목표는 ‘카 라이프’ 시장 겨냥이다. 현재 자동차 산업은 친환경 자동차를 거쳐 자율주행차를 향해 가고 있다. SK네트웍스는 향후 다가올 자동차 환경의 변화에 대비해 여러 자동차 사업 관련 브랜드를 준비할 것으로 보인다. 전통적인 자동차 생산이 아닌 정비, 대여 등 전반적인 ‘카 라이프’ 곳곳에서 SK네트웍스의 영향력을 높이는 것이다.

전망 또한 밝은 편이다. 김태현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올 2분기 SK네트웍스의 실적을 예측하는 보고서를 통해 “지금까지 (SK네트웍스의) 렌터카 사업은 적자를 봤지만 올해 1분기엔 흑자로 돌아섰다”며 “외제차 GM 딜러십에서 철수하며 20억원 손해를 봤음에도 불구하고 렌터카 사업이 견고한 성장을 유지하면서 카 비즈니스는 69억원 이익을 봤다”고 밝혔다.

패션 부문은 SK네트웍스가 오래 전부터 해오던 사업 분야다. 현재 SK네트웍스는 자사 브랜드인 타미힐피거를 운영하고 있으며 지난해 5월에는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 스티브 제이&요니 피를 인수했다. 또 지난 2009년에는 패션 브랜드 ‘오즈 새컨’을 통해 중국 시장에 진출했다. 최신원 회장 역시 중국 출장을 통해 SK네트웍스의 주요 사업군인 해외 패션 부문을 챙겼다.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가는 것을 대비해 패션 부문에 ‘옴니채널’을 강화하는 것 또한 과제다. 옴니채널이란 온라인을 통해 구매한 물건을 오프라인 매장에서 수령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를 허무는 것을 말한다. SK네트웍스는 먼저 자사 브랜드인 타미힐피거에 옴니채널을 도입했다. SK패션몰에서 주문한 상품에 대해 직영 매장 3곳(명동점, 압구정점, 가로수길점)에서 직접 상품을 픽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재심사가 아직 남아있지만 표면적으로 SK네트웍스는 면세점 사업에선 손을 뗀 상태다. 이 때문에 SK네트웍스는 당분간 카라이프와 패션 사업에 몰두할 것으로 보인다. 최신원 회장 역시 경영 복귀와 함께 신성장동력 발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어려운 점도 있다. 카라이프 사업의 경우, 그룹의 실적 부문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그리 높지 않다. SK 네트웍스의 대부분의 사업군이 소비재에 국한돼 있단 점 또한 한계다. 패션 부문의 경우, 불경기가 지속되면 실적 타격을 입는다는 점이 고민거리다.

최태원ㆍ최신원, 각자의 길 가나

SK그룹엔 잊을 만하면 수면 위로 떠오르는 사안이 있다. 바로 사촌 형제간의 계열분리다.

SK그룹은 창업주 최종건 회장과 그의 동생 최종현 회장의 아들들이 경영을 이끌어 가고 있다. 공식적 후계자는 최종현 회장의 장남 최태원 회장이다. 최종건 회장과 최종현 회장이 비교적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나게 되면서 사촌 형제들은 최태원 회장에게 지분을 몰아주는 것으로 합의했다. 그러나 언제까지 사촌 경영 체제가 계속될 순 없다. 특히 올해 들어 최신원 회장이 SK 네트웍스 회장직으로 복귀하면서 계열분리설이 솔솔 흘러나오고 있다.

관건은 지분 소유다. 지난달 30일, 최신원 회장은 보통주 장내 매수를 통해 SK네트웍스 지분율을 0.53%로 늘렸다. 현재 SK네트웍스의 대주주는 ㈜SK로 39.12%를 보유하고 있다. 최 회장의 지분율은 1%도 안되지만 개인 중에선 제일 지분이 많다. 아직까지 지분이 낮지만 향후 차차 늘려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최신원 회장의 동생인 최창원 SK케미칼 회장의 경우, 지분 확대를 통해 계열사에 대한 영향력을 높여가고 있다. 최창원 회장은 지난 3월, SK케미칼 자사주 63만9391주를 매입하며 지분을 17%까지 늘렸다. 또 지난 5월에는 보유하고 있던 SK건설 지분을 전량 매각했다. 이 지분 매각은 최 부회장이 경영권 안정화를 위해 SK케미칼 지분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차입한 자금을 상환하기 위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최창원 회장의 SK케미칼 지분 확대로 최신원-창원 형제가 SK그룹으로부터 천천히 계열 분리의 수순을 밟고 있다는 전망이 강해지고 있다. 계열분리가 이뤄진다면 최신원 회장이 맡고 있는 SK네트웍스, 최창원 회장의 SK케미칼이 독립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계열분리를 이야기하는 건 시기상조다. 우선 최신원 회장은 연말로 예정된 면세점 심사의 성공과 더 많은 지분을 확보해야 한다는 과제를 해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최태원 회장의 개인사를 포함해 안팎으로 부침을 겪은 SK그룹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



이명지 기자 mjlee@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