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값매각’ 논란 속 VIP고객 행사 연속… 매각 몰랐던 일반고객 “불쾌”

매각 전 ‘VIP고객 모시기’ 골프행사 연달아 개최

일반고객들, 매각 사실조차 몰라 불안감 고조

알리안츠 측 “예전부터 해오던 행사로 문제될 것 없다”

日 알리안츠, 철수 발표 후 고객 안심 및 사후 서비스 우선

중국 안방보험과 매각절차를 진행하고 있어 내부가 어수선한 알리안츠생명보험이 최근 VIP고객만을 대상으로 두차례 골프행사를 진행해 소비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이에 대해 알리안츠 측은 이전에도 해왔던 행사로 고객감사 차원의 이벤트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알리안츠생명 일반고객들과 일부 업계는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아직 매각 소식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거나 매각에 대해 불안해 하는 고객들이 존재하고, 헐값매각 논란과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혼란스러운 시기에 굳이 VIP고객만을 위한 행사를 연거푸 가진 것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알리안츠생명의 이번 행사는 과거 법인 철수를 거친 일본 알리안츠생명과는 정반대로 가고 있어 소비자들 사이에서 논란이 될 전망이다.

충격적 ‘헐값매각’에 이은 VIP고객 잡기 ‘안간힘’

지난 4월 중국 안방보험그룹에 매각이 결정된 알리안츠생명은 최근까지 업계 안팎에서 다양한 잡음을 불러일으켜 왔다. 지난해 말부터 한국철수와 매각과 관련된 소문에 시달렸던 알리안츠 측은 “저금리 기조로 인한 자산운용 실적부진과 마진축소일 뿐 매각에 대해 정해진 바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안방보험의 알리안츠 인수가 공식 발표되며 국내 보험시장이 중국계 거대 자본에 잠식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을 고조시켰다. 특히 당초 수천억원대의 인수 예상가에 한참을 못 미치는 단돈 35억원에 회사가 넘어가며 ‘헐값매각’ 논란에 휩싸였다.

이후 적자누적과 부실 확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와 대규모 구조조정 움직임에 따른 노사 양측의 첨예한 대립으로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회사 내부에서 잇단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는 와중에 최근 알리안츠생명은 VIP고객들을 위한 특별한 골프행사를 두 차례나 진행한 것으로 밝혀졌다.

알리안츠생명은 지난 5월 경기도 광주시 이스트벨리CC에서 자사 VIP고객 60명과 보험설계사들을 초정해 골프 레슨과 라운딩 행사를 개최했다. 또 지난달에도 부산시 해운대비치 골프앤리조트에서 영남지역 VIP고객 및 설계사들과 함께 골프 이벤트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골프행사 당시 알리안츠생명 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고객중심경영을 실천하고 고객들의 자부심과 만족감을 높이고자 했고, 앞으로도 고객을 최우선에 두고 다양한 고객 만족 이벤트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일반고객들의 시선은 냉담했다.

일반고객들은 회사 분위기가 뒤숭숭한 상태에서 아직 회사의 매각이 결정됐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고객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VIP고객들만 초청한 골프행사가 과연 시기적절하며 고객중심의 경영실천이냐는 반응이다.

알리안츠생명이 안방보험에 매각되는 줄 전혀 몰랐고 <주간한국>과의 인터뷰 중 알게 됐다는 알리안츠 보험 가입자 주부 김모씨는 “내가 가입한 상품의 보험료는 월 10만원도 되지 않으니 VIP로 취급받는 것을 바라지는 않는다”며 “매각되면 내 보험이 없어질지도 모르는데 보험을 많이 가입한 VIP들은 골프장까지 데려가 대우해주고 나같은 사람에게는 다른 회사로 넘어갈 예정이라는 통보조차 안해주는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알리안츠 연금 보험 가입자 주부 안모씨 역시 중국 보험회사에 매각되면 과연 자신이 연금을 제대로 받을 수 있을지 불안해 했다.

안씨는 “알리안츠 측으로부터 서면이나 문자가 아닌 포털 뉴스를 통해 안방보험에 매각된다는 사실을 알았고, 설계사는 매번 바뀔 때마다 해지나 재가입을 권유할 뿐 그외 무엇을 관리해 주는지 잘 모르겠다”고 밝혔다.

이어 알리안츠 측이 매각을 앞두고 VIP고객들만을 대상으로 한 골프행사를 연달아 개최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그는 “그런 혜택이 있다는 것을 잘 몰랐는데, 우리 같은 일반고객은 보험료를 VIP들보다 적게 내니 회사입장에서는 (해지하더라도) 큰 타격은 없을 거라는 입장일 것”이라며 “나도 일반고객 입장에서 기분은 매우 좋지 않다”고 밝혔다.

물론 김씨와 안씨의 말에는 오해가 섞여있었다. 사실 알리안츠생명이 안방보험에 매각되더라도 기존 고객들이 가입한 보험상품은 유지되며 가입내용 역시 변함없다.

그러나 고객들이 이런 오해를 하기 전 보험사가 솔선해 회사의 현재와 이후의 상황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는 것도 고객관리의 한 방법임에도 불구하고 매각에 대한 소식이 나온지 한참이 지난 후에야 언론사 취재를 통해 인지했다는 점에 있어서 분명 문제가 있었다.

알리안츠생명보험 여의도 본사 앞에서 만난 전직 알리안츠 전속 설계사는 회사 측이 매각 전 다양한 내부 문제를 안고 있어 안간힘을 쓰고 있고 고객들에게 매각 사실이 크게 밝혀지길 원치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현 시점에서 VIP고객에 대한 골프행사는 매각 시점에서 우량고객 유지를 위해 일반고객들에 대한 배려심 없는 기획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알리안츠생명 관계자는 “VIP고객이든 일반고객이든 우리에게는 다 소중하다. 다만 계약한 상품이 많고 꾸준히 계약을 유지해주신 분들을 선별해 골프행사를 초청할 수밖에 없었다”며 “고객관리를 잘 하시는 설계사분들의 경우 고객들이 전화해서 매각관련된 사실에 대해 전한 것으로 알고 있고, 회사 차원에서 고객들에게 이메일이나 전화로 해당 사실을 알리라는 지침은 없었다”고 밝혔다.

김씨는 “나에게 처음 보험을 권했던 설계사는 가입할 때는 고객관리 충실히 하겠다면서 지금은 그만둔 지 오래인데, 바뀐 설계사도 관리 차원으로 한 번 찾아온다고 하더니 신상품 소개하길래 거절했고 그 이후로는 연락도 안 온다”고 말했다. 그는 “보험을 많이 가입한 VIP들에게 혜택을 주는 것은 회사 마음이겠지만, 한 회사가 다른 회사로 넘어간다는 것은 가입자 입장에서는 굉장히 불안하고 큰 이슈인데 그것도 제대로 알려주지 않은 채로 VIP들만 초청해 골프를 치러 다니고 민원사항이 아니라 따질 수도 없어 불쾌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사실 VIP고객을 지정해 혜택을 주는 것은 생명보험사뿐만 아니라 다른 금융사들도 마찬가지로 기획하는 마케팅 전략 중 하나다. 회사별로 VIP고객은 단순히 우량고객으로서 혜택을 부여하기 위한 목적이 아닌, 이들로 인한 추가적 고객발굴이 가능하고 기존 보험상품 유지만으로도 회사에는 이익이다. 때문에 다수의 금융사들은 VIP고객 모시기를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국내 한 생명보험사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에는 VIP고객용 골프대회를 개최하고 있지는 않지만, 다양한 문화활동과 강연 등에 그들을 초청해 사업부 단위로는 거의 일상적으로 VIP고객용 행사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VIP고객들에 대한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증권사 한 관계자도 “VIP고객들은 회사 입장에서는 많은 상품에 가입해 주셨고 오랫동안 좋은 관계를 유지해주신 분들이기 때문에 이분들에게 혜택을 드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일부 금융사 관계자들은 알리안츠생명이 VIP고객 골프행사를 가졌다는 것에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특히 매각과 구조조정으로 내부가 혼란스러우며 이 사실을 모르는 고객들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두 달 연속으로 VIP고객 대상 골프행사를 열었다는 것이 과연 시기 적절한 마케팅 전략인지에 대해 의문이 간다는 설명이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회사가 매각된다는 소문이 나온다고 해서 경영과 영업을 중단하는 것은 말이되지 않고 회사 자체적으로 그 행사가 적절하다고 판단했다면 문제는 없다”며 “그러나 매각에 불안감을 가진 고객들도 있고 심지어 소식도 듣지 못한 이들도 있다면 VIP고객 골프행사를 개최한다는 것은 순서가 뒤바뀌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물론 알리안츠생명 측은 이것이 전혀 문제가 될 것이 없다는 반응이다. VIP고객 대상 골프행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며 관계가 있던 고객들에게 감사 차원에서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알리안츠생명 관계자는 “VIP고객들 중에서 골프에 관심이 많으신 분들과 함께 예전부터 꾸준히 해오던 행사”라며 “직원들을 초청해서 하는 것이 아니고 고객들에게 하는 것인데 이런 행사가 없다면 영업이 힘들어져 오히려 이런 활동을 활성화 해줘야 한다”고 해명했다.

이어 그는 “골프행사는 설계사들이 VIP고객들에게 잘 보이고 신규계약 유치나 기존계약 유지 등에 도움이 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며 “회사에서 크게 연 행사나 임원들이 워크숍을 간 것이 아닌 고객들에 대한 혜택이고 영업을 하시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한 것이기 때문에 문제는 없다”고 덧붙였다.

사실 고객관리와 영업지원 차원에서 기업의 우량고객에 대한 혜택과 특별대우는 충분히 가능하다. 또 알리안츠생명 측으로부터 확답은 듣지 못했지만, 이번 골프행사 개최가 매각과 구조조정 등 회사 내부가 혼란스러운 시기 고객과 우수 설계사들의 이탈을 방지하며 내부 안정을 위한 노력이라는 의견도 공감을 살 수 있다.

그러나 안방보험으로의 매각 사실이 발표된 뒤에 보인 알리안츠생명의 행보는 알리안츠 일본법인의 과거 철수 사례와 정반대로 향하고 있다.

지난 2008년 4월 일본에 법인을 설립하고 알리안츠생명보험 주식회사란 이름으로 사업을 시작한 일본 알리안츠생명은 약 3년 반만인 2011년 9월 30일 일반용 생명보험 사업분야의 철수를 선언했다.

이 과정에서 일본 알리안츠는 본사 홈페이지와 매스컴 등을 통해 사업철수에 대한 사과와 계기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혔다.

사업철수 결정에 대해서는 언론을 통해서가 아닌 회사 자체적으로 문제점을 진단하며 주력 보험상품인 변액개인연금보험 계약율 침체와 저금리 기조 장기화에 따른 흑자전환 전망의 불투명 등을 그 원인으로 밝혔다.

당시 일본 알리안츠의 발표는 일본 보험업계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에게도 큰 충격이었다. 독일계 대형보험회사로서 변액보험상품에 강점을 가지고 집중적인 판매사업을 확대해오며 일본 보험 소비자들에게 큰 관심을 얻었고, 업계 내에서 내실이 탄탄한 기업으로 평가받아 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1년 6월 말 시점 일본 알리안츠의 보유 계약 건수는 약 3만 3000건으로 총 자산 약 2284억엔(한화 약 2조 6000억원), 지급 여력비율은 무려 4879.4%로 충분한 지불 여력을 갖추고 있었다.

일본 알리안츠의 철수 과정 중 무엇보다 언론의 조명을 받았던 점은 철수 발표 이후 그들의 행보였다. 일본 알리안츠는 2011년 9월 30일 당시 홈페이지와 매스컴을 통해 법인철수에 대해 대대적으로 알리며 “2012일 1일부터 기존 고객의 계약 유지 및 보전에 주력하고 전 보험상품 신규 계약을 중지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동시에 자사 보험상품에 가입 중인 고객들에게 “계약 내용의 변경은 일절 없으며 종래대로 전 보험상품을 계약에 나온 서비스대로 제공하겠다”며 “앞으로도 기존 고객들의 계약을 확실히 이행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물론 법인철수로 인해 더 이상의 신상품 출시와 신규계약은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일부에서는 큰 의미가 없다는 반응도 있었다. 그러나 3개월이나 앞서 회사 철수에 대해 대대적으로 공개하며 내부에서 벌어질 수 있었던 노사 간 갈등과 기존 고객들이 겪게 될 혼란을 방지할 수 있었다.

일본 알리안츠는 철수에 대한 구체적 과정 및 일정에 대해서도 공개하는 등 마지막까지 민감한 노사협상과 고객관리에 보다 철저히 하고자 하는 움직임이었다. 때문에 현재 국내 알리안츠생명의 매각 후 행보와 정반대의 성공적인 철수절차를 밟을 수 있었다.

특히 <주간한국>이 현재 남아있는 일본 알리안츠에 직접 확인해본 결과 당시 일본 알리안츠의 경우에도 우량고객에 대한 특별혜택이라는 것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철수 발표 후 내부가 시끄러웠던 시기 고객들에 대한 정보공개와 매스컴 보도, 상품 해약 및 변경 처리 등을 우선적으로 했다. 물론 우량고객들을 위한 골프행사를 등의 특별한 활동은 전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과거 매각을 겪었던 외국계 금융사 관계자는 “매각과 관련된 이야기가 나왔을 때만 해도 고객들이 매각이라고 하면 회사가 망한다고 오해하셔서 관련 전화문의가 꽤 많이 왔었다”며 “당시 다수의 고객들에게 매각관련 사실과 그들이 오해할 수 있는 부분을 자세히 해명을 했다”고 밝혔다. 이 금융사는 인수합병 후 회사의 자본력과 고객관리 능력이 전보다 더욱 향상됐다. 또 매각에 따른 고객들에 대한 해명과 선결적으로 처리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알리며 이후 또 다시 매각과 관련된 설이 언론을 통해 나오더라도 관련 문의는 또 오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소비자 단체 관계자는 “매각 이야기가 나오고 있어 회사 입장에서는 VIP고객을 잡기를 위해 할 수도 있는 골프행사”라며 “매각 이후 내부 개편 외에 고객들의 보험상품에 대한 내용이 변함없어 큰 일이 아니라고 생각할지는 모르지만, 매각이라는 것을 ‘회사가 망한다’라고 생각하는 고객들이 다수 있을 수 있어 적어도 설계사가 이탈해 고아 고객이 된 분들에게만 이라도 매각관련 안내문을 보내고 안심을 시켰더라면 ‘VIP가 아니라서 소외받고 있구나’라는 생각은 들게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민철 기자 kawskhan@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