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도서관 대리석 문제 심각…관련 부서, 시공사, 설계사 ‘책임론’ 부상

세종시, 부적합한 고가의 대리석으로 혈세 낭비… 예상하고서도 공사 진행

비난 집중된 행복청 “공사 상 하자 아냐” “공모절차 통해 선정” 발뺌

대림산업, 해명 요구에 “행복청에 문의하라” 침묵

삼우종합건축사 “우리는 대리석 결정권한 없어”

업계 관계자들 “문제 있는 공사 강행 배경 의심스럽다”

도서관 이용자들, “책임 누구에게 있는지” 명확한 해명 요구

‘행복도시 속 국가 대표 도서관’이라는 화려한 수식어를 지닌 세종특별자치시의 국립세종도서관이 부실시공 의혹에 휩싸이며 곤욕을 치르고 있다. 논란의 원인이 되고 있는 것은 도서관 4층 옥상 바닥면 일부에 설치한 대리석이다.

<주간한국>이 직접 찾은 국립세종도서관 내 문제의 대리석이 깔린 옥상 바닥 곳곳은 균열이 생기고 깨진 곳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또 군데군데 마치 불에 그을린 듯 검게 변한 바닥면도 보이고 있어, 천억원이 넘는 공사비가 들었고 개관한 지 3년이 채 되지 않은 도서관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도서관의 준공을 계획한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은 문제의 심각성을 뒤늦게 깨닫고, 지난달 세종도서관의 옥상석재 교체 보수공사 방안을 밝혔다. 그러나 휴식을 위해 도서관 옥상을 찾은 이용자들은 아직도 흉물스러운 대리석 바닥에 발길을 돌리고 있었고, 일부에서는 도서관의 부실공사를 의심하며 불안해 하고 있었다.

국립세종도서관의 옥상 대리석으로부터 빚어진 이번 부실공사 의혹에는 시공사인 대림산업과 설계를 맡은 삼우종합건축사가 있었다. 특히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이 해당 대리석의 종류와 특징에 대해 밝히며 설계사 측의 대리석 선정과정 중 석연치 않은 점 그리고 이를 알면서도 공사를 강행한 대림산업 측의 문제점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비난의 화살 맞는 행복청… 설계사ㆍ시공사 책임은?

국립세종도서관(이하 세종도서관) 옥상 대리석 문제가 본격적으로 공론화된 것은 지난달 21일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이하 행복청)의 도서관 대리석 문제에 대한 인정과 교체작업 발표를 한 이후였다. 당시 행복청은 보도자료를 통해 세종도서관 옥상 바닥에 설치된 대리석은 국내 기후와는 맞지 않는 재료로 표면이 벗겨지는 ‘박리현상’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는 8월 말 대리석 교체작업을 시작해 올해 안에 일을 마무리 짓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행복청의 발표에 대한 일부 시민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이미 세종시 지역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세종도서관 옥상 바닥의 흉물스러운 모습을 찍은 사진과 이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 섞인 글들이 다수 게재돼 있었다. 행복청이 대리석 문제를 인정하자 시민들은 오히려 더욱 분노했고, 도서관 부실공사와 공무원들의 비리를 의심하는 목소리도 상당수 올라왔다.

이어 한 지역언론사에서는 세종도서관의 부실공사 의혹을 언급하며 관련 기관들의 뒤늦은 대처 등 다양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때문에 대리석으로부터 비롯한 이번 일이 도서관 부실공사 의혹으로까지 확대되며 지역 사회 내의 큰 조명을 받고 있다.

실제로 도서관 주변에서 만난 시민들은 옥상 대리석 문제에 대해 들은 적이 있다며 막대한 예산을 들여 만든 시설이 ‘돈 값을 못한다’고 입을 모아 주장했다.

한 도서관 이용자는 “1년 전부터 도서관을 자주 이용하고 있지만 사실 도서관 보수공사 안내가 끊인 적이 없었던 것 같다”며 “겉으로만으로는 누가 보더라도 많은 투자를 해서 지은 고급 건물일테지만, 도서관 어디에서는 균열이 발생했다는 소리도 들리고 옥상 바닥이 징그럽게 파인 것을 보면 고급 건물을 떠나 과연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인지 불안한 마음이 앞선다”고 밝혔다.


도서관 주차장에서 만난 또 다른 이용자는 “일전에 옥상 식당에서 밥을 먹고 밖에서 바람을 쐬려 했었는데, 난간 앞 바닥이 마치 30~40년 전에 만든 것처럼 울퉁불퉁하게 깨지고 뜯겨져 나가 있는 것을 보고 굉장히 당황했었다”며 “나중에 옥상 바닥 석재가 우리나라 기후와 안 맞고 비와 눈에 못 이겨 그렇게 된 것이라 들었는데 국가 세금을 그렇게 많이 들였으면 처음부터 제대로 기획을 하고 만들었어야지 다시 공사를 하면 또 그게 세금으로 나갈 텐데 화가 난다”고 말했다.

세종도서관 옥상의 박리현상이 일어난 대리석은 라임스톤(Limestone) 소재로 주성분이 석회암으로 구성돼 유럽과 미국, 동남아 등의 국가에서 박물관과 관공서 건축 자재로 쓰인다. 라임스톤은 색상과 무늬가 아름답고 일반적으로 보통 대리석보다 가격이 비싸지만, 온도와 수분으로 인해 내구성이 취약해질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때문에 도서관 이용자의 말처럼 여름철 고온다습한 날씨가 두드러지고 겨울철 영하의 기온으로 떨어지는 세종시 기후의 특성상 라임스톤은 옥상 바닥석재로 맞지 않았다. 옥상 대리석의 균열은 세종도서관 시공 1년이 되기도 전에 시작됐던 것으로 나타났고, 세종시의 사계절 기후에 장기적으로 노출됐다면 박리 등의 열화(劣化)현상은 점점 심해질 수밖에 없었다.

시민들이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은 바로 여기에 있었다. 세종도서관 시공을 위해 쓰인 이 라임스톤은 스페인에서 수입돼 일반 대리석보다 조달비용이 더욱 비싼 것이 사실이었다. 굳이 고가의 수입산이자 세종시 기후와 맞지도 않은 석재를 선정한 기획단계에서부터 이후 문제가 생긴 뒤 석재 교체를 결정한 것까지 전 과정에서 방만한 행정이 있었다는 지적이다.

이에 행복청 측은 도서관 옥상 대리석에 문제가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공사 상 하자는 아니라는 입장이었다. 특히 현재 행복청에 비난이 집중되는 것과는 반대로 이번 일의 발단이 된 라임스톤 대리석 선정에 있어서 시공사인 대림산업과 설계사인 삼우종합건축사에 보다 근본적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행복청 관계자는 “세종도서관의 공사 상 하자는 절대 없었고, 아직까지 사고 한 번 나지 않았다”며 “단지 대리석이 결이 벗겨지고 갈라지는 현상이 생겨 장기적으로 봤을 때 미관상 좋지 않아 올해 초부터 교체와 관련된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이번 논란의 쟁점은 대리석 선정의 문제로 공사 진행 상의 문제는 아니라고 거듭 강조했다. 대리석 선정은 설계사와 시공사의 권한이기 때문에 행복청은 비난의 화살이 자신들에게만 집중되는 것이 억울하다는 입장이었다.

실제로 한 건설사 관계자에 따르면 설계사는 건물의 전체 설계 콘셉트를 기획하기 때문에 건물의 이미지에 알맞은 석재를 고르는 권한은 주로 이들에게 우선적으로 주어지게 된다. 그러나 이들에게 무한정의 권한이 주어지지는 않는다. 설계사의 석재 선정 이후 시공사는 설계사의 결정을 참고해 시공에 대한 적합성 등을 검토한 뒤 합의를 통해 용역에 들어간다. 이후 건물의 제반사항과 후속조치에 대한 책임은 시공사가 지게 된다.

행복청 관계자도 “라임스톤을 선정한 것은 설계사인 삼우종합건축사로 이들이 건축 이미지를 구현하게 되면 시행사는 동의 후 공사에 들어가게 되고 무한책임을 지게 된다”며 “설계사 선정도 행복청이 임의로 지정한 것이 아닌, 공모를 통해 뽑았고 공모란 하나의 특권이기 때문에 우리는 설계를 바꿀 권한이 없다”고 밝혔다.

설계사-시공사 간 뒷거래 의혹제기에 ‘침묵’

사실 라임스톤이 국내에 들어온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그러나 석공업과 건설·건축업계 사이에서 이는 그 특징과 국내 기후에서의 적합성 등의 정보가 잘 알려진 석재였다.

특히 강도가 높지 않고 흡수율이 커서 오염 및 파손이 쉬운 재료로 습기가 많은 화장실이나 상판류에는 사용이 불가능하고 넓은 면적의 시공부위에는 부적합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라임스톤의 사용에 대한 국내에서의 체계적 규정이 없어, 만약 이 재료의 사용을 요한다면 원석의 확보와 품질관리를 위해 상당한 사전준비가 필요하다.

물론 이런 사실을 대림산업과 삼우종합건축사라는 전문기업에서 모를 리가 없었다. 실제로 <주간한국>의 취재 결과 대림산업 측은 옥상 바닥면에 라임스톤을 깔면 발생할 수 있는 향후 문제점에 대해 인지하고 있었고, 삼우종합건축사에도 2~3차례나 라임스톤을 다른 석재로 변경해 달라며 요구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라임스톤이 세종시 기후의 옥상 석재로 맞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시공비만 늘어나는 꼴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삼우 측은 옥상 석재로 라임스톤을 활용했을 때 국내 사례가 부족하다 주장하며 대림 측의 우려와 요구에도 “콘셉트를 바꿀 수 없다”고 결정했다. 물론 대림산업도 자신들의 입장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라임스톤에 대한 추가적인 교체 요청 없이 공사를 강행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림산업 측은 “세종도서관 시공에 대해서는 현재 어떠한 말도 설명할 수 없다”며 “모든 것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에 문의하라”며 말을 아꼈다. 삼우종합건축사도 첫 취재 요청에 어떠한 답도 내놓지 않았다.

행복청 관계자는 “설계사를 공모를 통해 선정했고, 옥상 쪽 라임스톤에 대한 콘셉트를 강력히 주장했기 때문에 바꿀 수 없었다”며 “이번 교체작업이 세금을 통한 추가 예산편성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닌 시공사인 대림산업의 자부담으로 조달한다”며 시공사와 설계사 양측의 판단 착오에 대해 인정하면서도 이들의 입장에 대해서도 이해해줄 것을 요구했다.


반면 다른 건설사 측은 이에 대해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시공사 측에서도 설계와 관련된 부서가 있고, 설계사 측과 의견이 상충한다면 발주처와의 3자 협의를 통해 사후에 생길 수 있는 문제에 대한 예방이 충분히 가능했다는 것이다. 특히 자재 선정에 있어 금액 차이까지 발생한다면 보다 신중한 협의를 통해 결정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아무리 공모를 통해 설계사가 선정됐다고 할지라도 대부분의 시공사 내에는 설계 전문담당 부서가 따로 있기 때문에 시공사는 설계사 측이 선정한 석재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거나 충분히 협의를 해나갈 수 있는 위치에 있다”고 밝혔다.

특히 이 건설사 관계자는 설계사 측에 자재 선정에서의 우선권이 부여됐다는 점과 시공사 측이 발생 가능한 문제를 미리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공사를 강행했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실 설계사는 단순 설계만 해서 주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에 실제 시공이 가능한지 불가능한지는 시공사 설계팀에서 재차 검토하므로 설계사가 자재 선택에 있어서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지 않는 이상 시공사가 이를 그대로 따라가지는 않는다”며 “시공사가 여러 차례 문제 제기를 했고, 설계사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발주처에서 시공사가 제기한 문제를 확인한 뒤 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건설사 관계자 역시 설계사 측이 공모를 통해 선정됐고 자재 선택에 있어 우선권을 약속받았다 할지라도 예상되는 문제점이 시공사로부터 제기됐고 발주처 역시 그 문제의 심각성을 제대로 수렴했다면 충분히 협의를 해나갈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또 시공사 측의 태도 역시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시공 이후 보수공사에 대한 책임은 시공사가 전적으로 안게 되는데, 기획 단계에서 라임스톤을 사용하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자체적으로 인지했음에도 공사에 들어갔다는 것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시공사와 설계사, 발주처 모두에게 돈 문제가 걸려있다면 대림 측은 라임스톤 선정에 대해 더욱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GS건설 관계자는 “시공사에서 판단했을 때 시공성이 용이하고 단가도 좀 더 싼 재료로 교체를 하길 원한다면 발주처나 이 소재를 고른 설계사 측에서는 빠진 단가만큼의 부분을 기존에 정해진 공사비에서 빼라는 요청이 들어오기 쉬워 갈등이 생길 수 있다”고 밝혔다.

설계사 측에서 고집한 수입산 라임스톤의 단가가 보통 대리석보다 비쌌고 시공사 측에서는 이를 사용했을 때 향후 문제가 발생할 것을 예측했다면, 이후 시공사가 짊어지게 될 리스크가 커지게 된다. 때문에 대림산업이 리스크를 인지했다면 삼우종합건축의 라임스톤 선정을 겨우 2~3번만의 거절 끝에 받아들일 이유는 없었고, 다른 무언가가 없었다면 업계 내에서는 이례적이라는 설명이었다.

국내에서 문제가 발생한 사례가 부족하다는 삼우종합건축사 측의 주장과는 다르게 업계 내에서는 라임스톤이 고온다습한 세종시의 기후에서는 옥상용 석재로 적합하지 않다는 사실이 잘 알려져 있었다. 이에 굳이 고가의 스페인산 라임스톤을 사용한 목적에 대해 삼우 측은 세종시 주민들에게 납득할만한 해명을 해야 했다.

특히 자부담으로 석재 교체 공사를 진행한다는 대림산업 측에서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미리 인지했음에도 불구하고 공사를 강행했다는 것에 이번 일에 대한 책임을 피할 수 없었다.

이에 재차 취재요청을 했지만 대림산업은 이번 사건이 삼우종합건축사의 선정의 문제인 것인지 대림산업이 문제가 발생할 것을 알고 있음에도 공사에 들어간 이유는 무엇인지 그리고 삼우 측과 개별적으로 다른 이야기는 없었는지에 대한 질문에 역시 행복청에 문의를 하라며 재차 답변을 피했다.

그런데 삼우종합건축사는 두 번째 취재요청에 답을 해줬다. 이들은 행복청의 해명과는 다르게 자신들은 석재 선정에 대한 결정 권한이 없다는 새로운 답변을 내놓았다.

삼우 측 관계자는 “세종도서관 시공자 선정방식은 기술제안 입찰방식으로 이는 설계 완료 후 입찰 등을 통해 시공사를 선정하는 기존 방식과는 달리 시공예정사가 다른 설계자와 팀을 이룬다”며 “이들이 설계내용에 대한 검토 뒤 시공개선사항을 제안하는데, 선정될 경우 시공사가 제안한 내용으로 시공을 하는 방식”이라고 밝혔다.

때문에 기존 설계사인 자신들은 설계 납품 이후의 시공과정 또는 석재 선정 등에 대한 권한이 없다고 강조했다. 각자가 기존 해명만을 반복하고 한쪽의 책임으로 몰고 갔지만 그 한쪽의 반박에 대해 자신들이 해명해줄 것은 없다는 태도에 이용자들은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취재에 응한 세종도서관 한 이용자는 “아무리 착오가 있었고, 이제 와서야 시설을 개선하겠다고 할지라도 만든 게 잘못되면 또 만들면 말고 끝이라는 태도에 화가 난다”며 “적어도 주민들의 세금으로 만든 공공시설물이라면 문제의 대리석을 다른 것으로 교체하겠다고 말할 것이 아니라, 책임은 누구에게 있고 정확히 어떤 착오와 잘못으로 인해 벌어진 일인지 제대로 밝혀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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