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출발 삼성물산 패션 이서현 진가 발휘하나

삼성물산 패션부문, 과감한 브랜드 정리

에잇세컨즈 중국 시장 성공, 이서현의 ‘과제’

중국 진출 성공ㆍ온라인 유통 강화 이끌어야

LF, SK네트웍스 등 경기 불황으로 ‘고전 중’

경기가 침체 되면 소비자들은 지갑을 굳게 닫는다. 특히 패션, 잡화 등 일종의 ‘소비재’는 매출에 큰 타격을 입는다. 먹거리 없인 살 수 없지만 새 옷 없이는 충분히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 패션 업계는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이 때문에 인기를 끌지 못한 브랜드에 대한 과감한 정리 및 매각으로 대기업 패션 브랜드들은 살길을 도모하고 있다.

업계 1위인 삼성물산 패션 부문은 지난해 제일모직 이름을 떼고 새롭게 시작했다. 오너가인 이서현 사장의 경영 능력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서현의 능력, 에잇세컨즈에 달렸다

최근 삼성물산 패션 부문은 전면적인 브랜드 재배치에 들어갔다. 삼성물산은 남성복 브랜드 로가디스와 빈폴의 일부 세컨 브랜드를 개편했다. 더 눈에 띄는 점은 몇몇 브랜드를 아예 철수하기로 했단 것이다. 지난해 하반기 론칭했던 잡화 브랜드 라베노바는 1년 만에 영업을 마치기로 했다. 또 남성 캐주얼 브랜드 엠비오 역시 내년 2월 이후로 사업을 접는다고 알려졌다.

삼성물산 패션 부문의 이와 같은 ‘결단’은 최근 부진한 실적과 맞물려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연매출은 2014년 1조8510억원에서 지난해 1조7383억원으로 감소했고, 영업이익도 561억원에서 90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삼성물산 패션 부문의 이러한 실적 침체에 패션 사업을 전두지휘하고 있는 오너가 이서현 사장에게 눈길이 쏠린다.

이 사장은 지난해 연말, 겸직하던 제일기획 사장직을 내려놓고 삼성물산 패션 부문에 집중하고 있다. 제일모직은 삼성물산과 통합되면서 ‘삼성물산 패션 부문’으로 재출발하게 됐다.

삼성가 3세들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전자 및 금융,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호텔을 맡으며 이서현 사장이 패션 부문을 이끄는 것으로 ‘교통정리’가 된 상태다. 이서현 사장은 삼성물산 패션 부문으로의 재출발과 함께 활발한 대외 행보에 나서고 있다. 지난 4월에는 서울에서 열린 ‘컨데나스트 인터내셔널 럭셔리 콘퍼런스’ 기조 연설을 통해 IT를 토대로 한 K-패션을 선도하겠다고 밝혔다.

확고한 분야를 맡는 것에서 만족하면 안 된다. 이 사장이 패션 사업에서 더한 업적을 나타내려면 SPA 브랜드 ‘에잇 세컨즈’의 성공이 중요하다.

에잇세컨즈는 ‘8초 안에 중국을 매료시켜라’라는 뜻으로 이서현 사장이 직접 지은 브랜드명이다. 그만큼 중국 시장 진출을 시작부터 염두했지만 2012년 론칭된 후 아직까지 뚜렷한 중국 진출 행보가 보이지 않았다. 올해 들어서 에잇세컨즈는 하반기를 목표로 본격적인 중국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중국 상하이 대규모 플래그십스토어를 여는 것을 시작으로 중국 점유율을 넓혀갈 계획이다.

하지만 시기가 조금 느렸다는 지적도 있다. 이미 유니클로, 자라, H&M과 같은 SPA 브랜드들이 국내를 비롯한 해외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이 세 SPA 브랜드는 확실한 정체성을 갖고 있다. 유니클로는 기능성 속옷 브랜드 ‘에어리즘’과 심플한 디자인으로 국내를 비롯한 중국에서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스페인 SPA 브랜드 자라는 명품 스타일의 고급스런 디자인을 구축했다는 평가를 듣는다. 발망과의 콜라보레이션으로 ‘노숙 대란’까지 일으킨 H&M은 올 겨울엔 겐조와의 콜라보로 또 한 번 열풍을 불러 일으킬 준비를 하고 있다.

우후죽순으로 쏟아지는 SPA 브랜드 속에서 자기만의 특색을 갖는 것이 중요하지만 에잇세컨즈는 아직은 확실한 정체성을 확립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이서현 사장의 삼성물산 패션 부문 성공은 에잇세컨즈만의 색깔 찾기부터 출발해야 할 것 같다.

‘패션 한류’, 대기업 브랜드가 이뤄낼 수 있을까

삼성물산 외에도 대기업 패션 브랜드들은 자사 브랜드 운영에 나서고 있다. 업계 2위인 LF는 닥스, 헤지스, 질스튜어트 등의 브랜드를 갖고 있다. SK네트웍스는 타미힐피거, 현대백화점은 타임, 시스템 등을 운영한다.

대기업 계열 패션 브랜드들은 전통적으로 신뢰감을 준다. 정장 브랜드에선 LF의 닥스, 케주얼 브랜드에선 삼성물산의 빈폴의 약진이 눈에 띈다. 비교적 높은 가격대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전 연령대에서 사랑을 받고 있다.

실적 침체는 비단 삼성물산 패션 부문만의 고민은 아니다. 계속되는 경기 불황에 소비자들이 옷 구매를 망설이고 있기 때문. LF의 경우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22% 감소한 741억원을 기록했다. SK네트웍스의 패션부문 영업이익은 164억원으로 전년 334억원보다 50.9% 줄었다.

패션 업계 관계자들은 날로 침체되는 패션 업계의 실적에 대한 해결책으로 온라인몰 강화, 중국 시장 진출이라는 두 가지 해결책을 꼽고 있다.

LF는 위기를 타파하기 위해 오프라인 매장을 줄이고 온라인 몰로 구매 경로를 단일화 하고 있다. 공식 쇼핑몰인 LF몰의 강화를 통해 오프라인 매장 관리 비용을 줄이는 방법을 택했다.

현재까지 뚜렷하게 중국 진출로 성과를 올린 패션 브랜드들이 눈에 띄지 않는다. 와중에 ‘티니위니’의 성공은 큰 기대를 모았다. 이랜드그룹의 ‘티니위니’는 곰 캐릭터를 바탕으로 중국 캐주얼 시장에서 성장세를 이뤘다. 티니위니는 지난 2015년 중국에서 매출 4462억원, 당기순이익 903억원의 실적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이 티니위니 또한 이랜드그룹의 재무 개선을 위해 매각 추진 중이다. 이랜드는 티니위니의 매각으로 1조원 가량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 보고 있다. 오랜만에 중국 시장에서 낭보를 전해온 티니위니의 매각 시도는 패션 업계의 불황을 대변하고 있다.

대기업의 패션 사업은 이서현 사장과 더불어 오너가 여성 자제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분야다. 박성경 이랜드 부회장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함께 미국 경제지 포브스가 ‘아시아의 영향력 있는 여성 기업인’에 선정돼 눈길을 끌었다. 정유경 신세계 사장은 신세계그룹의 패션 부문을 이끌고 있다.

남성 경영인 또한 패션업계에 몸을 담고 있다. LF는 지난 2006년 LG그룹에서 계열분리된 후 LG가 3세인 구본걸 회장이 독자 경영하고 있다. SK네트웍스는 최근 최신원 회장이 경영 일선에 복귀하면서 자사 패션 브랜드의 중국 시장 진출을 통한 신성장동력 발굴에 나서고 있다. 패션 업계에서 가장 먼저 웃게 되는 오너가 일원이 누가 될지 시선이 쏠리고 있다.

이명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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