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ㆍ중국 제외한 ‘수익 짭짤한’ 국내 시장만 수수료 10% 올려
세계 1위인 비자(VISA) 카드사가 아시아 대표국가 중 국내에서만 수수료를 10% 인상하겠다고 밝혀 국내 소비자들과 시민단체의 공분을 사고 있다.

금융소비자연맹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비자카드는 오는 10월부터 일본과 중국을 제외하고 한국에서만 회원부담 수수료를 10% 인상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상이 적용되는 부분은 국내 소비자가 해외에서 카드로 결제할 때 비자 국제결제망을 사용해 지급하는 해외수수료다.

국내 카드사의 분담금을 현행 신용카드 0.195%, 직불ㆍ선불카드 0.165%를 각각 12.8%, 33.3% 인상할 예정이다.

납득할 수 있는 해명 없이 국내에서만 인상을 적용한 결정 그리고 카드사 관계자들도 전혀 모르고 있던 비자카드 측의 일방적 통보로 곳곳에서 비난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실 국제 수수료가 올라가게 되면, 최근 수익성 악화로 인해 소비자 부가서비스 혜택을 줄이고 있는 카드사들의 입장에서 수수료 증가분을 어떤 형태로든 소비자에게 전가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카드 회원들의 비자카드 해외 이용수수료의 10% 인상은 고스란히 소비자부담의 증가로 남게 되고 카드사와 소비자들 간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일부에서는 인상이 적용되는 부분이 해외수수료로 한정됐기 때문에 기존에 비해 큰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에 금융소비자연맹 측은 “국내 소비자의 해외카드 이용액이 소득증가와 해외여행 증가 등으로 매년 늘어나 2010년 72억7000달러에서 지난해에는 132억6000달러로 2010년 대비 82.4%나 증가했다”며 “국내 신용카드 이용액도 지속적으로 증가해 같은 기간 493조원에서 595조원으로 20.7%나 증가했다”고 말했다.

국내 소비자들의 카드 이용은 더욱 늘어나고 있고, 해외여행을 가는 추세도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비자카드가 해외수수료를 인상한다면 기존보다 경제적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카드사와 시민단체들이 더욱 분노하는 이유는 신용카드 사용률이 국내만큼이나 높은 일본과 중국에는 인상을 적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카드사들이 비자와 마스터 등 국제카드사에 지급한 총수수료가 지난 2010년 1395억원에서 2014년 1940억원을 기록해 수수료 장사로 거액의 수입을 얻은 뒤 수수료를 유일하게 올리려는 행태에 “속보인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금융소비자연맹 관계자는 “비자카드는 우리나라의 신용카드 이용장려 정책에 무임승차한 채 막대한 수수료를 챙겼다”며 “해외 이용액이 급증하고 있어 오히려 수수료를 인하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일본과 중국은 제외한 채 합리적인 근거 없이 한국만 일방적으로 인상하는 것은 국내 소비자와 카드사들을 무시하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비자는 국내에 결제 인프라가 없음에도 비자 로고가 있는 국내외 겸용카드의 국내 이용분에 대해 용역이나 서비스 제공 없이 0.04%의 브랜드 수수료로 연간 1000억원 대의 수익을 손쉽게 벌어가고 있다.

업계 내에서는 비자카드의 이번 한국인들에만 해당하는 해외 카드거래 수수료 인상으로 독자적 지위를 이용, 심지어는 합리적인 근거나 정보 제공 없는 ‘갑의 횡포’라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금융소비자연맹 강형구 금융국장은 “수수료 인상을 독점적인 지위를 이용한 횡포로서 즉각적으로 철회하지 않으면 국내 소비자들이 뭉쳐 비자카드 불매운동이라도 전개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국내 소비자들이 국내에서 국내전용카드를 사용하면 수수료가 발생하지 않고, 중국을 여행할 때에 유니온페이, 일본을 여행할 때에는 JCB를 이용하면 해외이용 수수료가 면제된다.

한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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