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 무리한 요구에 가맹점주 ‘피눈물’

피자에땅, 치즈값 둘러싸고 본사-가맹점 갈등

가맹점주, ‘전단지 예치금 등 각종 부대비용 걷어가’

본사, ‘사실무근, 광고는 모든 프랜차이즈들이 다 하는 것’

상생협약 맺고 있지만… 근본적인 태도 변화 요구돼

피자 업계 4위를 차지하고 있는 국내 브랜드 ㈜에땅이 가맹점주들과의 갈등을 겪고 있다. 피자에땅의 가맹점주들은 ㈜에땅이 치즈 등 피자 제조에 필요한 재료를 비싸게 받고 있다고 주장한다. 또 전단지 예치금 등 꼭 필요하지 않은 항목을 만들어 가맹점주들에게 이익을 거둬갔다고 밝혔다. 물론 본사 측은 이에 대해 부인하고 있다.

서민들 상당수는 창업의 꿈을 꾸고 있다. 이러한 꿈을 짓밟는 본사들의 행태는 눈살을 찌뿌리게 한다. 아무리 부당한 행태를 가해도 본사와의 관계에서 약자인 가맹점주들은 항상 참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날로 깊어가는 가맹점주들의 한숨

피자에땅을 운영하는 가맹점주들은 ‘피자에땅’, ‘오븐에 빠진 닭’ 등 국내 유명 피자, 치킨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는 ㈜에땅이 가맹점주들에게 부당한 대우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피자에땅’의 가맹점주들이 모인 ‘피자에땅가맹점주협의회’는 피자에땅이 가맹점을 상대로 벌이고 있는 ‘물류비 폭리’를 지적했다.

프랜차이즈 가맹점들은 통일성을 지켜야 한다는 이유로 동일한 업체에서 피자 포장 박스를 납품 받고, 피자에 들어가는 치즈, 새우, 햄 등 식재료 또한 본사가 정한 곳에서 구매해야 한다. 문제는 본사가 프랜차이즈 업체들에게 시중보다 더 비싼 가격으로 재료를 판매하고 있다는 점이다.

피자에 꼭 들어가는 필수 재료인 치즈의 경우, 현재 피자에땅 가맹점들은 10kg에 9만5000원에 구입하고 있다. 시중에선 도매로 약 5만원에 살 수 있는데 지나치게 비싼 가격이라고 가맹점주들은 지적했다.

가맹점주들은 비싼 치즈 가격에 대해 항의했다. 본사는 가맹점주들의 항의를 수용하며 기존에 치즈를 공급받던 A 브랜드가 아닌 B 브랜드의 치즈로 물품을 바꿨다. 이 B 브랜드는 기존 A 브랜드보다 인지도가 떨어지는 곳이다. 이 때문에 치즈 가격은 약간 떨어졌지만 여전히 9만원대다. 가맹점주들은 “올 초에 치즈 가격이 전폭적으로 하락하면서 피자에땅 본사 측은 더 저렴한 가격에 치즈를 공급할 수 있었지만 브랜드 교체 후 아무런 대책도 취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또 피자 포장 박스 등 피자 생산 및 배달에 필요한 전반적인 물품을 시중보다 비싸게 요구했다고 밝혔다.

치즈 가격에 대해 피자에땅 본사 측은 “치즈 가격은 원유가격연동제에 따라 정해진 금액을 따르고 있다. A브랜드에서 B브랜드로 바꾼 것은 원유가격연동제에 따라 치즈값을 조금 내려줄 것을 요청했는데 A브랜드가 들어주지 않아 B브랜드로 바꾼 것일 뿐”이라는 해명을 내놨다. 피자 박스의 경우, 특수한 식품을 운반하는 박스이기 때문에 시중 가격과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단지 예치금 또한 문제가 되고 있다.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통상적으로 공중파 광고 등 전반적인 프로모션에 필요한 금액을 가맹점주들에게 걷어 간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가맹점주들은 본사 측이 전단지 예치금을 따로 걷어 갔다는 주장을 내놨다. 주로 매장 근처에 배포되는 전단지는 가맹점주가 필요에 따라 자율적으로 만들 수 있지만 본사가 일정한 업체에 전단지를 맡긴 후 가맹점주들에게 강제적으로 지급했다는 것이다. 가맹점주협의회는 이 과정에서 본사가 가맹점주에게 걷은 금액의 절반을 순이익으로 가져간다고 주장했다.

피자에땅 본사 측은 이에 대해 “광고비는 다른 프랜차이즈 업체들처럼 가맹점주들에게 걷어가는 경우가 있지만 전단지에 관해선 따로 걷어간 것이 없다”고 말했다. 본사와 가맹점주들 사이에 의견이 엇갈린다. 이에 대해 가맹점업계 관련자는 “수도권에서는 모습을 감췄지만 일부 지방에서는 전단지 예치금을 걷어가는 경우가 암암리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겉으론 ‘상생 협약’ 맺지만, 그 속내는

프랜차이즈와 가맹점 간의 물류비 폭리 갈등은 비단 피자에땅 만의 사례는 아니다. 지난 3월, 미스터피자가맹점주협의회는 미스터피자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엠피케이(MPK) 그룹이 불공정행위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협의회 측은 MPK 그룹이 유가공업체와 직접 거래하면 10kg 당 7만원대에 공급받을 수 있는 치즈를 소유주인 회장의 동생과 특수 업체 등을 거래 단계에 추가해 가맹점에는 9만4000원에 공급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MPK그룹은 회장님 동생이 유통 과정에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미 치즈 가격을 인하한 상태고, 가격 책정과는 관계가 없다고 해명한 바 있다.

프랜차이즈 업체들에게 통일성은 중요하다. 이를 위해 식재료부터 포장지까지 전부 동일한 업체, 동일한 규격으로 가맹점주들에게 제공한다. 본사로부터 원재료를 납품 받을 수 밖에 없는 속성을 활용해 중간 마진을 더 붙인 뒤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다. 가맹점업계에선 이러한 방법에 대해 ‘본사가 쓰는 아주 전형적인 나쁜 수법’이라 지적한다.

날로 지속되는 갈등에 관련 법 개정을 통해서 가맹점주들을 보호하려는 움직임도 나온다.

지난 2008년, 가맹점법 13조 2항 ‘가맹점 사업자의 계약 갱신 요구권은 최초 가맹계약기간을 포함한 전체 가맹 계약기간이 10년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 내에서만 행사할 수 있다’는 항목이 추가됐다. 이는 본사가 석연치 않은 이유를 들어 가맹점을 해지하는 것을 막기 위해 ‘10년’이라는 기간을 정해준 것이다. 김태훈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사무국장은 “일부 본사들이 장사가 잘 되는 가맹점의 경우, 기존 가맹점주와의 계약을 석연치 않은 이유로 해지한 후 그 자리에 친인척, 회사 임원을 앉히는 경우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개정을 활용해 도리어 10년이 지나면 가맹점주들을 쫓아내는 부작용 또한 생기고 있다. 다만 이러한 부작용은 최근 사회적 분위기에 맞물려 본사와 가맹점이 맺는 ‘상생 협약’을 통해 어느 정도 정화되고 있다는 게 김 사무국장의 설명이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여러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은 젊은 시절 회사를 다니면서 모은 전 재산을 투자해 가맹점을 설립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었다. 처음엔 부푼 꿈을 안고 시작했지만 본사의 불공정거래와 교묘한 갑질로 어려움을 겪는 가맹점주들이 많았다. 이들은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아르바이트생들도 없애고 하루 종일 음식 조리, 배달에 매달렸지만 정작 손에 쥐는 돈은 4인가족 최저 생계비인 166만원에 못 미치는 수준이라 한탄했다.

반면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여전히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피자헛의 경우 지난 7월 1일 가맹점에게 부당이익금 18여억원을 돌려주라는 판결을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3부(정인숙 부장판사)는 강모씨 등 피자헛 가맹점주 89명이 제기한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에서 “피자헛은 가맹점주들에게 받은 ‘어드민피(전산지원 및 마케팅 운영비)’를 돌려줘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 판결이 프랜차이즈 업체 전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은 미지수다. 분명한 것은 본사들 또한 말로만 ‘상생 협약’을 맺지 말고 근원적인 태도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명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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