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소비자에 ‘연체이자 바가지’

대출기일 연장 시 연체금리 변경됨에도 변경 전 고율 연체금리 적용

시중 은행권보다 높은 연체이자율로 폭리 취해

잇단 사건사고로 협동조합·서민금융회사 이미지 추락 위기

금융당국, 상호금융권 감독 강화 위해 팔 걷어붙여

신협에서 대출 소비자들에 고율의 연체이자를 부과, 부당이득을 챙겨온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한 달 동안만 임직원들의 비리 발각과 ‘연체이자 바가지’ 사건까지 연달아 터지며 복리증진과 서민금융 기회제공을 목표로 하는 서민금융기관의 명성이 흔들리게 됐다.

지난해에도 김해상공회의소 신협 임직원들이 뇌물을 받고 수백억 원대 대출을 한 혐의로 구속되는 등 문제를 일으켰고, 특히 이번 사건은 일부 임직원 개인의 일탈이 아닌 다수의 신협 지점에서 조합원들에 부당이득을 편취한 경우로 비난의 목소리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이에 신협 내부뿐만 아니라 금융당국에 적극적으로 나서 관리와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근 금융소비자연맹(이하 금소연)의 발표에 따르면 상호금융권인 신용협동조합(이하 신협)이 대출 연체이자를 지나치게 높게 적용해 부당이득을 챙긴 것으로 밝혀졌다.

대출 연체이자는 대출 소비자들이 대출기한을 연장할 때 부과하는 것으로 은행들은 연체기간에 따라 약정한 대출금리에 일정 가산금리를 붙여 연체이자율을 결정한다. 일반적으로 연체기간이 1개월 이하라면 대출이자에 가산이자 5~7%p를, 3개월 이하의 경우 5~8%p 그리고 그 이상은 7~10%p의 가산이자를 붙인다.

신협 측은 연체이자 적용을 갱신시점의 낮은 연체이자율인 6~10%에 적용하지 않고, 최초 약정 시의 높은 연체금리인 평균 12~21%를 적용해 소위 ‘바가지 이자’를 편취해왔다. 이자지급을 지체하고 있는 조합원에게 대출금리보다 5배 이상 높은 연체금리를 매겨온 것이다. 특히 신협은 소비자들이 대출연장을 신청할 때에도 연체금리 적용에 대해 구체적 사항을 설명하지 않았고, 피해사례 중에는 24.5%의 초고금리의 연체이자를 내야만 했던 소비자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 금융회사는 대출기일을 연장할 경우 채무자의 신용을 조사하고, 담보물을 재평가한 뒤 대출금액과 금리, 기간 등을 재약정 해야 한다. 때문에 대출 연체금리가 변경된 경우, 연장과 동시에 변경된 연체금리를 적용하게 돼있다.

만약 대출금을 제때 상환할 수 없어 이자를 지급하면서 기일을 연장한 채무자가 연체를 하게 되면, 부동산 경매 등 채권추심 압박으로 연체금리가 변경됨에도 불구하고 신협은 높은 이율로 책정한 변경 전 연체금리인 12~21%를 그대로 적용해 이자를 챙겨온 것이다.

특히 지난해 말 기준 신협이 실행한 대출액은 43조 5820억 원으로 전년비 14.9% 증가, 지난 2014년에도 대출 증가율이 12.3%을 기록하는 등 갑작스럽게 상승했다. 때문에 대출 연체이자를 부당한 이율로 청구 받은 피해자들은 현재까지 밝혀진 것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수협이 편취한 12~21%라는 수치의 연체금리는 시중 은행들 중에서도 상당히 높은 편에 속한다. 실제로 올해 1월 은행연합회의 발표에 따르면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 등 국내 주요 은행별의 대출 연체이자율은 최하 11%에서 최고 15~16.9%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그동안 연 29% 안팎의 비교적 높은 연체이자율을 유지해 온 카드사들도 지난 3월 대부업법 개정에 맞춰 연체이자율 27.9%로 인하했고, 저축은행사들도 연체이자율 인하를 추진하는 움직임으로 보이고 있다.

그러나 농협 그리고 새마을금고 등과 함께 국내 대표적 서민금융회사로 잘 알려진 신협이 대부업에서 행하는 고율의 연체이자를 편취했다는 사실에 금융소비자들과 업계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수협은 대출상품이 타 은행에 비해 다양한 것은 아니지만 소비자들에게 비교적 저금리로 대출을 제공하고 일반 은행보다 예·적금 금리가 높아 긍정적 이미지가 강했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의 피해는 서민들이 가장 많이 찾고 액수가 비교적 높은 대출 상품 중 하나인 부동산 담보대출에서 상당수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소연이 조사한 피해사례에 따르면 자영업자 이 모씨는 지난 2012년 12월 신협에서 부동산 담보로 약 4억원을 대출받았다. 이후 지난해 12월 대출연장을 신청했지만, 이자를 연체하자 대출금에 대해 2012년 최초계약 당시의 높은 연체금리인 21.9%를 적용했다.

연체이자의 적용 시점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이씨의 경우 신협에서 납부하라고 통보하는 금액을 그대로 낼 수밖에 없었다. 이씨뿐만 아니라 조합원 대부분은 신협이 회사명에 ‘협동조합’이라는 문구를 내건 비영리법인으로서 중소상공인과 농축수산업 종사자 등 조합원들의 경제적·사회적 지위향상에 설립목적이 있었기에 신협 측의 결정을 의심 없이 믿고 따랐던 것이다.

금소연 관계자는 “사정이 어려운 조합원에게 살인적인 연체금리를 적용하는 신협은 협동조합의 탈을 쓴 대부업체보다 더 못된 조직”이라며 “조합원의 경제적 이익의 명분을 내거는 신협이 금융의 탈을 쓰고 조합원에 대해 연체이자 바가지를 씌운 불공정한 행위로 감독당국은 전수조사를 통해 초과 수취한 이자를 환급 조치하고, 관련자들에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업계에서는 신협의 금융사고와 임직원 비리, 금융소비자 기만 행위가 반복되는 이유로 당국의 철저한 규제 부족을 꼽고 있다. 그러나 다수는 이 문제의 근본적 원인이 신협의 기본금융체계가 조합원 내에서만 돈이 돌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면 자체적으로 해결하려는 경향이 강하다는 점과 중앙으로부터 관리·감독이 비교적 느슨하기 때문에 내부통제 시스템과 준법의식 부족에 있다고 말한다.

때문에 금소연 측의 주장처럼 금융감독원과 상호금융중앙회 등 금융당국으로부터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최근 신협 등 상호금융권 영업 관행을 바로 잡기 위한 대책을 발표했다. 특히 불건전 영업행위 의심거래를 보유한 모든 조합을 대상으로 전면적인 현장점검을 펼치는 한편, 상호금융중앙회도 전산시스템을 구축해 관리ㆍ감독 및 사전검증을 강화할 계획이다.

한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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