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관련 행보 적극적…이재용 승부수?

삼성전자 ‘피아트 부품 사업 인수설’ 논란

삼성 부인…전장사업부 신설로 인수설 무게 실려

LG 전자 발 빠른 행보 삼성전자보다 앞서

수직구조의 자동차 부품 시장, 인수 통해 접근해야

소비자가전에서 반도체, 스마트폰까지 흘러 온 삼성전자의 주력 사업군이 ‘차량 부품’으로 바뀔까?

자율주행차, 전기차 등 그동안 만나보지 못했던 혁신적인 자동차의 탄생을 위해 완성차, ICT기업들까지 자동차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지난해 연말 전장사업부를 신설한 것은 다소 느린 행보로 비춰진다. 삼성전자가 차량 부품 시장에서 자리잡기 위해 어떤 전략을 펼쳐야 할지 살펴봤다.

외국 기업 인수 통해 자동차 시장 노린다?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삼성전자가 이탈리아 자동차 업체 피아트크라이슬러의 자동차 부품 사업 부문을 인수하기 위한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통신이 인용한 ‘소식통’은 삼성전자가 피아트크라이슬러의 자동차 부품 사업부문 마그네티 마렐리의 일부 혹은 전부 인수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마그네티 마렐리의 차량 조명, 엔터테인먼트, 탤레매틱스(자동차와 무선 통신을 결합한 차량 무선인터넷 기술) 등에 관심을 보였으며 통째로 사들이는 방안 또한 고려하는 것으로 보도됐다. 인수 예상가는 30억 달러(약 3조 4000억원)으로 보인다. 블룸버그통신은 만약 이번 인수 협상이 성사된다면 이는 삼성전자의 해외 인수합병 사례 중 가장 큰 규모가 될 것이라 전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루머를 기반으로 한 보도에 대해선 일일이 대응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의 피아트 부품 사업부 인수가 설득력 있는 이야기로 비춰지는 것은 그간 삼성전자가 자동차 전장 사업부 신설을 통해 차량 부품에 대해 큰 관심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또 이재용 부회장은 2012년부터 피아트크라이슬러의 지주회사인 엑소르(Exor)사의 사외이사를 맡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연말 조직개편을 통해 차량 전장 사업팀을 신설했다. 현재 이 사업팀은 30명 정도의 인원으로 꾸려져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가 진출한 사업은 차량용 전기ㆍ전자부품 부문으로 카인포테인먼트인 IVI(In-Vehicle Infotainment), 운전지원시스템인 ADAS(Advanced Driver Assistance Systems), 커넥티비티 운영체제(OS), 전기차 구동부품(배터리팩·인버터 등) 등이 꼽힌다.

삼성전자의 차량 전장 사업팀 신설은 업계의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삼성그룹은 지난 2000년 이미 완성차 시장에 진출한 뒤 실패한 경험을 갖고 있다. 때문에 전장 사업팀을 통해 완성차 시장에 다시 발을 들여 놓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있었으나 당시 삼성 측은 완성차 시장이 아닌 부품 시장에만 진출하는 것이라 선을 긋기도 했다.

현대차와 손 잡는 것이 관건

삼성전자는 스마트폰과 가전 기기 위주에서 사업군의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이미 5대 신수종 사업군의 하나로 자동차 전장 부품 사업을 낙점해뒀다. 삼성전자는 지난 2월, 사장단 회의에서 선우명호 한양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를 초대해 ‘미래 자동차 산업의 변화’라는 주제로 강연을 열기도 했다.

국내 기업 중에선 현대자동차는 물론, LG전자까지 자동차부품(VC) 사업본부를 두고 차량 부품 사업에 역점을 가하고 있다. 구글과 애플 또한 자율주행차를 만들기 위한 연구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스마트폰과 가전제품 등에선 이미 정상급에 올라있지만 차량 부품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이제 막 발을 내딛은 처지다.

업계 전문가들은 자동차 부품 업계는 신규 업체가 진입하기 어려운 시장이라 말한다. 완성차 기업과 하청 업체의 수직 구조가 뚜렷한 보수적 성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가 전자 사업에서 오랜 노하우를 가졌더라도 한 동안은 시장 안착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하고 있다.

물론 삼성전자도 이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때문에 외신에 의해 보도된 피아트 인수 합병은 신규 업체가 부품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좋은 방법으로 거론된다. 자동차 업계 전문가는 “삼성전자가 외국 자동차 부품 기업들을 예전부터 관심 있게 지켜봤다는 소문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미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전자 기기 생산 등을 통해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기술은 좋지만 자동차 부품 업계를 뚫을 수 있는 ‘창’이 필요했던 삼성전자가 피아트 인수를 통해 해외 네트워크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LG전자는 삼성전자보다 한 걸음 빨랐다. LG전자 또한 인수를 통해 시장에 첫 걸음을 내디뎠다. LG전자는 지난 2013년 자동차 부품 회사인 V-ENS를 인수했다. 이후 홈엔터테인먼트 사업본부 산하 카 사업부와 CEO 직속이었던 EC(Energy Components) 사업부를 통합해 그 해 7월 VC사업본부를 신설했다. 최근에는 도요타의 차량용 텔레매틱스 부품 납품 계약을 맺었다.

아이러니하게도 LG전자가 비교적 발 빠르게 차량 부품으로 눈길을 돌린 것은 연이은 스마트폰 사업 부진으로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야 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갤럭시 시리즈를 통해 스마트폰 사업에 매진할 수밖에 없어 상대적으로 차량 부품 사업엔 뒤늦게 뛰어들었단 평가를 받는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의 차량 부품 시장 진입에 현대자동차가 어떤 영향을 받을지도 관심이 쏠린다. 증권가에서는 현대차가 부정적 영향을 받을 것이라 전망한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소비자가전과 스마트폰 사업 의존도를 낮추려 한다”며 “해외 기업 인수합병 사상 가장 큰 딜이 될 삼성전자의 이번 행보로 현대차그룹과 부품업체의 주가에 전반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현대자동차가 삼성전자와 거래를 할 지도 관심사다. 현대차는 LG에게 인포테인먼트, 전기차용 배터리, 디스플레이 등을 공급받고 있다.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김필수 교수는 “이미 자동차 시장에선 완성차 판매 기업과 ICT 회사 간 참여 경계가 무너진 지 오래다. 적극적으로 타 기업과 손을 잡아야 발전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 교수는 테슬라의 국내 시장 진출이 국내 대기업들의 자동차 산업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 예측했다. 미국의 테슬라 모터스는 한국 시장 진출을 목전에 두고 있는데 테슬라의 진출이 국내 전기차 시장에 태풍을 몰고 올 것이라는 설명이다. 테슬라는 국내에서 모델S를 출시하는데 이 차량은 한번 충전 시 380km 주행이 가능하며 현대차의 아이오닉 일렉트릭의 191km보다 두 배를 더 갈 수 있는 거리로 알려졌다. 김 교수는 “테슬라가 국내 시장에서 좋은 성과를 거둔다면 우리 기업들의 위기 의식이 강해질 것이다. 그 전에 미리 협업을 통해 서로 손을 잡아야 자동차 시장에서 앞서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명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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