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수익 모델로 각광… 대기업들 ‘눈독’

미국 최대 기업 ‘위워크’ 국내 시장 상륙

홍콩 TECㆍ국내 스타트업 패스트파이브 경쟁 중

금전 지원만으론 한계, 차별화된 지원책 있어야

서울시 강남구에 위치한 테헤란로는 벤처기업들의 ‘성지’로 불린다. 이른바 ‘테헤란밸리’라 불리는 이곳에선 1세대 벤처기업들이 터를 잡고 사업을 시작했다.

이제 벤처기업들은 값비싼 테헤란로를 지나 판교 테크노벨리로 자리를 옮기는 추세다. 이미 네이버, 카카오, 넥슨 등 대표적인 IT 기업들은 판교로 적을 옮겼다.

테헤란로에서 시작돼 판교로 자리를 옮긴 IT 기업들에게도 ‘셋방살이’를 하던 시절이 있었을 것이다. 자유로운 창업 환경이 보장됐다지만 사실 할 공간을 찾는 것만 해도 쉬운 일이 아니다.

이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서비스드 오피스(serviced office)’ 기업들이 각광을 받고 있다. 이기업들은 일정한 공간을 작은 기업들에게 임대해 주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단순한 공간 임대에 그치진 않는다. 입주사들끼리 네트워크를 연결해 서로 발전해 나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작은 기업 지원을 통해 사회 환원에 나서는 대기업들에게 서비스드 오피스 시장은 충분히 군침을 흘릴만 한 곳이다. 대외적으론 스타트업들에 대한 지원을 내세울 수 있으며 남는 잉여 공간을 통해 수익 창출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를 뛰어넘는 하나가 더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KT부터 현대카드까지… 사무실 공유 시장에 뛰어든 기업은?

세계적인 서비스드 오피스 기업들이 국내에 상륙하고 있다. 지난 8월 1일, 세계 최대 사무실 공유 서비스 기업인 ‘위워크’가 강남역에 국내 1호 사무실을 열었다. 내년 상반기에는 명동에 2호점을 개설할 계획이다. 위워크는 전 세계 30개 도시에 100개 이상의 지점과 1만여개 기업을 회원으로 두고 있다. 기업 간 비즈니스 네트워킹 기회를 제공하고 커뮤니티를 구축하는 업체로 지난 2010년 미국 뉴욕에서 처음 설립됐다.

홍콩에 기반을 둔 서비스드 오피스 기업 TEC(The Executive Centre)는 도쿄, 베이징, 상하이 등 22개 도시에서 85개 지점을 운영 중이다. 국내에선 서울파이낸스센터, 강남파이낸스센터, 여의도국제금융센터, 삼성동 글라스타워 등 4개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국내 스타트업 중에선 패스트파이브가 눈에 띈다. 패스트파이브는 지난 5월 문을 연 ‘패스트파이브 교대점’을 비롯해 전국에서 4곳의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패스트파이브는 지난 3월 프리미어파트너스와 티그리스인베스트먼트로부터 30억 투자 유치에 성공했고 연내에는 지점을 여덟 곳으로 늘린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위워크의 상륙과 함께 국내 서비스드 오피스 시장에도 경쟁의 불이 켜졌다. 대기업 중에선 현대카드가 서비스드 오피스 시장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현대카드는 서초에 위치한 빌딩을 임대해 서비스드 오피스 사업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아직 자세한 사업의 내용이나 윤곽은 잡히지 않았다. 서비스드 오피스 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사실이나 현재는 준비하고만 있는 단계”라고만 밝혔다.

과거 서비스드 오피스 시장에서는 KT가 야심차게 진출한 선례가 있다. 지난 2011년, 사무실 공유 사업에 진출한 KT는 ‘KT 서비스드 오피스’ 의 문을 열었다. 성남, 목동, 명동 세 곳에서 센터를 운영했다. 국내 대기업의 서비스드 오피스 사업의 원조인 셈이다.

단순한 지원 보단 기업의 ‘가려운 부분’ 긁어줘야

국내에서 서비스드 오피스 사업은 이미 각광받는 직종이다. IT 스타트업들의 출연으로 사무 공간을 필요로 하는 소기업의 수는 차차 늘어나고 있지만 이들이 높은 사무실 임대료를 무릅쓰고 일할 공간을 찾는 게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도 현대카드를 필두로 새로운 기업들이 이 시장에 뛰어들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기업이 소유하고 있는 사옥의 잉여 공간을 활용함으로써 이익 창출을 할 수 있단 장점도 있다.

서비스드 오피스 기업들은 공간 제공을 넘어서 입주 기업 간 소통의 기회를 제공한다. 위워크가 서비스드 오피스 시장에 안착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입주 기업 간 소통의 기회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입주 기업들은 위워크 전용 앱을 통해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또 구인 구직 역시 입주사 직원들을 상대로 자유롭게 이뤄지며 해외 출장 시 위워크의 전 세계 지점을 이용할 수 있다. 위워크의 따르면 입주기업 70%가 서로 협업을 하고 있다고 한다.

다른 서비스드 오피스 기업들 또한 입주사 간 네트워크 강화를 중요하게 여긴다. 패스트파이브 역시 전용 앱 설치를 통해 입주사 간 소통을 돕는다. 입주사의 대부분이 스타트업인 만큼 ‘데모데이’를 통해 투자자들에게 기업을 소개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한다. 또 입주 기업이 원한다면 투자 컨설팅을 진행하기도 한다.

현대카드 또한 이러한 방법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 단순한 공간 임대를 넘어서 입주사의 교류, 더 나아가 대기업의 사회 환원 방법 중 하나인 스타트업 지원에도 나설 가능성이 크다.

이미 국내 기업 중에선 롯데, 한화가 스타트업 지원인 ‘액셀러레이터’ 사업에 나서고 있다. 지난 2월 설립된 롯데액셀러레이터는 지난 4월부터 15개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엘캠프 1기를 운영 중이며 2기까지 모집하고 있다. 참여 기업은 2000만~5000만원의 초기투자금과 사무공간, 법무·회계법인을 통한 자문, 전문가 멘토링 등을 지원받게 된다.

하지만 ‘서비스드 오피스’ 사업을 하는 기업들이 단순히 금전적인 지원에서만 그치는 건 입주 기업들에게 큰 매력으로 느껴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스타트업 지원을 목표로 하는 ‘액셀러레이터’와 차별화를 둬야 하기 때문이다. 위워크는 입주 기업이 해외에 나갈 때 그 지역의 지점을 이용할 수 있게 한다. 해외 비즈니스를 행한다는 건 기업이 이미 초기 스타트업 단계를 넘어서 재정적 안정을 이뤘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러한 기업들에겐 재정적 지원은 그다지 큰 이점으로 느껴지지 않을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들이 사무실 공유 시장에 진출한다면 기존 업체들이 하고 있는 기업간 연결을 넘어서는 획기적인 지원책을 내세워야 눈길을 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국내 서비스드 오피스 소기업들은 대기업과 외국계 기업들의 등장에 긴장하는 분위기다. 패스트파이브 김대일 대표는 “패스트파이브는 업계 1위로 지난 2년간 시행착오를 겪으며 서비스 완성도를 높여왔다. 부동산 발굴, 공간디자인, 디지털 마케팅, 커뮤니티 운영과 같은 상이한 영역들을 조화시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외국계 기업을 포함해 국내 대기업들까지 서비스드 오피스 시장에 진출하고 있는 시점에서 패스트파이브만의 대책을 묻는 질문에는 “1위 자리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유일한 대처 방법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명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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