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편 최우선은 삼성생명 금융지주회사 전환?… 넘어야 할 산은

삼성생명, 삼성증권 지분 매입 나서

궁극적 목표는 삼성생명 금융 계열사 지배력 높이기

금융지주회사 전환 위해선 삼성전자 지분 해결해야

삼성전자, 투자-사업회사로 나뉠까

삼성그룹 계열사들의 지분 매입은 늘 재계의 주목을 받는다. 지분의 매입을 통해 궁극적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것이 ‘숨겨진 목적’이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그룹은 이를 위해 비주력 계열사 매각, 사업 부문 분할 등 다양한 시나리오를 전개해 왔다. 하지만 아직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최종 목표는 삼성물산을 지주사로 삼은 후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높이는 것이다.

삼성 금융 계열사, ‘삼성생명 아래로 헤쳐 모여’

삼성생명은 지난 18일 이사회를 열고 삼성화재가 보유한 삼성증권의 지분 613만2246주를 매입하기로 의결했다. 매입 가격은 지난 18일 종가인 주당 3만800원으로 총 매입 금액은 2343억원이다.

매입으로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증권 지분은 11.14%에서 19.16%로 높아졌다. 삼성생명은 이번 매입 결정에 대해 “시너지 창출과 회사가치 제고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자회사인 삼성자산운용, 삼성SRA자산운용과의 협업으로 시너지를 내고, 삼성증권의 종합자산관리 역량을 활용해 투자수익률 제고, 부유층 마케팅 경쟁력 강화 등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삼성생명의 삼성증권 지분 확보는 그동안 정설처럼 여겨지던 ‘삼성생명 중간 금융지주회사 전환’의 밑거름으로 보인다. 삼성그룹이 삼성물산을 지주회사로, 삼성생명을 중간금융지주회사로 두는 계열사 재편의 서막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삼성생명은 삼성그룹의 금융 계열사 지분을 차차 늘려가고 있다. 지난 1월에는 삼성전자가 보유했던 삼성카드의 지분을 전량 매입했다. 이를 통해 삼성생명은 삼성카드 지분을 71.86%까지 끌어올려 최대 주주 위치에 서게 됐다. 또 삼성생명은 현재 삼성화재해상보험의 지분 14.98%를 가진 최대주주이다. 삼성자산운용의 경우, 98.7%의 지분을 갖고 있다.

삼성생명이 금융 계열사의 지분을 늘려가면서 삼성의 중간금융지주회사 설립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높아졌다. 이를 반영하듯이 한 때 삼성 금융 계열사들의 주가가 상한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삼성생명의 삼성증권 지분 확보 사실이 시장에 알려진 지난 18일, 삼성생명의 주가는 5.37% 올랐다. 삼성증권과 삼성화재 역시 18일 종가 기준으로 전날보다 상승했다. 특히 최근 삼성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주가가 최근 170만원까지 육박하는 수준으로 오른 것 역시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기대감을 반영하고 있다는 평가다. 증권가에서는 삼성그룹의 지배 구조 개편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지배력 강화를 의미하므로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

금융 계열사 지분 확보한 삼성생명, 삼성전자 지분은?

삼성생명의 중간금융지주회사 전환은 궁극적으로 보자면 이재용 부회장의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밑거름이다. 그러나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몇 가지 과제가 남아 있다.

우선 삼성생명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지분 처리 방법이다. 삼성생명은 현재 삼성전자의 지분 7.43%를 갖고 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19일 발표한 ‘삼성그룹 지배구조 변환 coming soon’ 보고서를 통해 향후 삼성그룹이 오너가의 지배 구조를 강화하기 위해 택할 시나리오를 예견했다.

이 연구원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중간금융지주회사 전환을 위해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주식을 처분한 후 금융 계열사의 지분을 더 확보하는 방안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오는 2020년이면 시행되는 국제회계기준(IFRS4) 2단계 도입으로 보험사에 대한 회계 기준이 강화되면 비금융계열사의 지분은 처분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만약 중간금융지주회사 전환을 위해 삼성생명이 금융 계열사 지분을 더 확보한다면 삼성생명의 주식 보유에 따른 요구 자본량이 차차 늘어나게 된다. IFRS4 2단계에 따라 주식을 많이 보유한 보험사의 요구 자본이 늘기 때문이다. 이를 대비하기 위해 2020년까지 삼성생명은 비금융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지분을 매각할 가능성이 높다고 여겨진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지분을 아무렇게나 처리할 순 없다.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가 삼성그룹에 대한 지배력을 높이기 위해선 삼성전자의 지분을 많이 갖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삼성전자의 최대 주주는 이건희 회장으로 3.49%를 갖고 있다. 여기에 홍라희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이 0.76%, 이재용 부회장이 0.59%, 이 부회장이 최대 주주로 있는 삼성물산이 4.18%를 갖고 있다. 안심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라는 게 전반적인 평가다.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삼성물산으로 삼성생명이 보유하던 삼성전자의 지분을 넘기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

삼성전자 지분 매각 외에도 또 하나의 걸림돌이 있다. 삼성생명의 유배당 보험 계약자들에 대한 삼성전자 매각이익 배당 계획 마련이다.

삼성그룹 입장에선 지배 구조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보유 지분을 아무 곳에 내다팔 수 없다. 설사 매각이 이뤄지더라도 이를 통해 발생하는 매각 이익을 삼성생명 유배당 보험 계약자에게 줘야 한다.

실제로 삼성그룹이 중간금융지주회사 전환을 준비하자 금융당국에서는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주식 처분안 및 삼성생명 유배당 보험계약자에 대한 매각차익 배당 계획안을 제출할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과제로 인해 삼성생명의 중간금융지주회사 전환은 꽤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 역시 주가 상승과 같은 긍정적 효과는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 판단했다. NH투자증권 한승희 연구원은 "삼성생명이 지급 여력 불확실성과 보험업법 개정안 등으로 단기에 지주사 전환 결정을 내리기에 위험 요소가 많다"며 "삼성생명에 영향을 미치는 보험업법 개정안이 발의돼 법 개정 위험도 있어 지배구조 변경에 대한 의사결정을 현시점에서 내리기에는 실익이 없다"고 말했다. 또 "삼성생명이 지주사 전환을 위해 삼성화재 지분을 추가로 취득하려면 현재 보유한 전자, 중공업, 호텔신라, 에스원 등 비금융 계열사 지분을 팔아 투자 여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삼성생명은 호텔신라 지분 7.3%을 가진 최대 주주다. 또 보안 및 건물관리 업무를 맡고 있는 계열사 에스원의 5.34%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비금융 계열사 지분을 처리해야만 금융지주회사의 전환을 시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소야대 국회가 삼성그룹에 미치는 영향

어쨌거나 삼성그룹은 삼성생명의 중간금융지주회사 전환 후 삼성물산을 지주회사로 둔 후 금융계열사는 삼성생명 아래로, 제조사는 삼성전자 아래로 ‘집합’시키는 형태의 지배구조 개편 과정을 지나고 있는 셈이다.

최종적으로 삼성물산이 삼성전자의 지분을 얼마만큼 소유하느냐가 중요하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를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분할해 투자회사가 사업 회사를 지배하는 구조를 택할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

현재 삼성전자는 자사주 12.2%를 보유하고 있다. 만약 삼성전자 투자회사가 설립된다면 사업회사의 12.2%의 지분을 갖게 되는 샘이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공정위법상 자회사 소유 요건(상장회사 20%, 비상장회사 40%)을 충족하기 위해 여타 지주 회사 사례와 같이 삼성전자투자회사는 공개매수를 통한 현물 출자를 실시할 것이며 삼성생명을 제외한 삼성물산과 이건희 회장 등이 공개매수에 참여한다면 삼성전자 투자회사의 지분율을 월등히 높일 수 있을 뿐 아니라 자회사 소유 요건도 간단히 해결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렇게 사업회사를 지배하게 된 투자회사를 삼성물산이 지배하는 형태로 지배구조를 정리한 후 오너가, 즉 이재용 부회장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방안이다.

이를 위해 삼성그룹은 하루 빨리 첫 번째 단계인 삼성생명의 중간금융지주회사 전환을 서두르고 있는 모양새다. 삼성그룹 고위직이 금융당국 관계자들을 만나고 있다는 소문도 들려온다. 20대 국회가 여소야대가 되면서 삼성그룹 입장에서 부담이 될 수 있는 여러 경제민주화 법안, 이른바 ‘반(反) 삼성 법안’이 발의된 상태다. 때문에 삼성 입장에선 하루라도 시간을 앞당겨야 한다.

이건희 회장이 병석에 누운 지도 어느새 2년이 지났다. ‘이재용 시대’의 문을 열어야 하는 삼성 입장에선 갈 길이 바쁘다.

이명지 기자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