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 논란’에 “공사비에 문제 없어”

환웅전기 “지나친 설계변경 요구에도 추가 비용 제대로 주지 않아”

현대건설 “설계변경 요구는 발주처 LH공사 요청에 따라 이뤄진 것”

현대건설이 40억대 소송에 휘말렸다. 이번 일은 경상남도 진주시 혁신도시에 위치한 한국주택토지공사(LH) 본사 신사옥 건설 중 전기 시공 계약을 맺은 하도급 업체인 환웅전기와 빚어진 소송이다. 일부 언론에 보도된 환웅전기의 주장에 따르면 현대건설 측의 4차례에 걸친 설계변경 요구로 인해 공사가 연장됐고, 당초 계약금보다 수십억에 달하는 추가 공사비용이 들었다. 그러나 현대건설 측이 환웅전기가 제기한 추가 비용에 한참 모자란 금액을 지급하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현대건설은 환웅전기가 주장한 추가 공사비용이 계약서 내용과 다르며, 설계변경 역시 사전고지를 통해 이뤄져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팽팽한 두 회사의 주장은 결국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넘어갔다.

진주 혁신도시 LH본사 신사옥은 지난 2012년 11월 ‘초에너지 절약건물’을 목표로 내걸고 공사를 시작했다. 총 사업비 약 3500억원에 지상 20층ㆍ지하 2층 연면적 13만 9295㎡의 규모로 계획됐다.

이 건물의 시공은 2583억원에 현대건설이 수주했고, 지난 2013년 2월부터 전기ㆍ소방 설비 시공 전문 업체인 환웅전기가 이 건물의 전기공사를 맡기로 현대건설과 하청 계약을 체결했다. 공사 계약금은 29억원으로 환웅전기는 2014년 12월까지 전기공사를 끝낼 예정이었다.

그런데 공사 기간이 연장돼 지난해 5월 31일이 돼서야 환웅전기의 공사가 마무리 됐다. 환웅전기에 따르면 현대건설 측에서 4차례에 걸친 설계변경을 요구했고, 예정보다 반년이나 공사가 미뤄지며 여기에 따른 추가 공사비용이 들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이 비용의 부담에서 발생했다. 추가 시공과정에서 당초 계약금보다 약 50억원이 추가로 발생했고, 환웅전기는 현대건설에 이에 따른 비용 지불을 요구했다. 그러나 현대건설 측은 환웅전기가 요구한 총 79억원의 공사비용 중 36억원만을 지불했고, 양측의 입장이 좁혀지지 않자 나머지 42억원의 소송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이번 사건을 두고 대형건설사와 협력사라는 관계에서 나타난 ‘갑질’에 대해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실 국내 건설업계에서 추가 공사에 따른 대금 결제를 둘러싸고 시공사와 하청업체 간 갑질 논란이 빈번히 있어 왔기 때문이다.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3조 ‘서면의 발급 및 서류의 보존’에 따르면 원사업자가 수급사업자에게 공사 위탁 후 추가ㆍ변경 위탁을 원하는 경우 원재료의 가격변동에 따른 하도급대금의 조정요건과 방법 및 절차 등의 사항을 서면으로 발급해 양측이 서명해야 한다. 물론 건설과 제조 등 위탁 종류를 막론하고 이 절차는 추가ㆍ변경에 따른 공사를 시작하기 전 마무리해야 한다.

그러나 건설 현장에서는 추가 공사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금액을 미리 추산해 이를 수급사업자에 제시하고 협의 하에 일을 진행해야 하는데, 추가 공사에 따른 대금 추산이 복잡하고 대금 지불은 공사가 완료된 뒤에 이뤄지는 것이 관행처럼 존재해왔다. 때문에 향후 추가 공사 대금을 둘러싼 갈등이 자주 생길 수밖에 없었다.

현대건설 측은 이번 사건을 둘러싼 자신들의 갑질 논란에 대해 일축했다. 언론에서 보도된 환웅전기 측 주장 중에는 사실과 맞지 않는 내용이 있고, 자신들은 하도급법에 위배되지 않도록 올바른 절차에 따라 공사비 산출 및 지급을 실행했다는 입장이다.

사실 이번 공사가 연장될 수밖에 없었던 가장 큰 원인인 ‘현대건설의 4차례의 설계변경 요구’는 자신들의 판단이 아닌 발주처인 LH공사의 요청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건설공사에서 설계 변경은 발주처 추가 작업 지시 등 다양한 변수에 의해 통상적으로 발생하고 있는데, 이번 건은 발주처 승인 하에 설계변경이 이뤄진 것으로 이는 시공사 임의대로 할 수 없고 철저히 발주처 요구 및 승인 절차를 거쳐 결정된다”라며 “이에 따른 공사비 증가로 환웅전기에 공사비 추가대금 지급사항이 발생했고, 절차에 따라 지체 없이 대금 지급을 집행했다”고 밝혔다. 이어 “설계변경은 사전고지와 공식적 문서인 작업지시서 교부를 통해 적정한 공사비 산출 및 합의가 있었다”라며 “상세계약내역도 환웅전기와 상호간의 합의에 의해 작성 됐다”라고 덧붙였다.

가장 큰 쟁점은 현대건설 측의 주장처럼 과연 작업지시서나 상세계약내역에 변경 사항과 추가 공사에 따른 합의 내용이 포함된 상태에서 작성됐는지의 여부, 그리고 추가 공사로 인해 물량과 비용이 과다 투입된 부분에서 그 원인이 어디에 있었냐는 점이다.

일부 언론보도에 따르면 환웅전기는 향후 소송에서 감정신청서를 통해 상세계약내역을 보다 철저히 확인할 예정이다. 환웅전기는 세월호 참사 이후 공사 현장에서의 안전사고 관리 기준이 강화돼 당초 계약에 없던 안전관리 장비 조달비가 많이 들었고,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지 못해 작업량에 차질을 빚어 이에 따른 노무비 역시 지나치게 투입됐다고 주장했다. 때문에 추가 공사 결정 이후 물량과 비용이 과다 투입된 책임도 설계변경을 수차례 요구한 시공사에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현대건설 측은 환웅전기의 주장 중 맞지 않는 부분이 있으며 초과 투입 물량이 발생한 것도 환웅전기 쪽의 ‘능력 부족’이 원인이라고 반박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환웅전기 측이 작업지시서가 발부되지 않은 채 공사에 들어갔다고 주장하는 것은 우리와 사전 절차도 없이 자신들이 임의로 시공한 부분”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오히려 우리는 환웅전기가 추가 공사로 인해 손실이 가지 않도록 발주처의 승인을 받아 설계 변경한 수량보다 실제로 더 많은 물량을 투입했다”라며 “이 부분도 계약에 근거해 빠짐없이 반영했고, 아마도 환웅 측의 기술수행과 공사수행 능력 부족으로 인력 추가 투입 등이 발생했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특히 현대건설 측은 환웅전기와 상호 합의 하에 적성한 추가비용이 포함된 상세계약내역을 법원의 요구대로 제출한 상태다. 공정거래조정원이 발표한 ‘피신청인은 신청인으로부터 하자보수보증금 약 1억 2865만원 및 이에 상응하는 하자보수보증서를 지급받음과 동시에 신청인에게 약 2억 6442만원을 지급한다’라는 조정결정을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사실 이번 소송의 당사자인 현대건설은 지난 2010년 엔에이치엔(NHN)의 분당 신사옥의 추가 공사비 지급 문제로 소송에 휘말린 적이 있다. 당시 현대건설은 NHN이 공사 중 설계 변경을 요구했고, 이로 인해 추가로 발생한 공사비용 366억여원이 발생했지만 NHN 측은 190억여원만 지급했다며 공사원금 190억여원과 지연손해금 총 201억원 지불에 대한 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서울지방법원이 현대건설 측의 손을 들어줘 일부 공사금액을 받을 수 있었다.

때문에 현대건설 자신들도 추가 공사비 지급을 제대로 받지 못해 발주처와 갈등을 겪었던 적이 있어 이번 일을 더욱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었다.

현대건설 측은 “우리도 공사대금을 발주처에서 받아 협력업체에 배분을 하다 보니 좀 더 편의를 봐드리거나 요구에 최대한 맞추고 싶지만 발주처가 인정해 주지 않는 부분들이 많아 협력업체와 갈등이 생기고 있는 것에 마음이 아플 뿐”이라며 “향후 소송 진행에 성실히 임할 것이며, 추후 법원 결정에 따를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주간한국>은 환웅전기 측 관계자의 부재로 이번 소송 건에 대한 그들의 입장을 들을 수 없었다. 후속보도를 통해 환웅전기 측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할 예정이다.

한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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