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 개편으로 정의선 지분 늘리는 게 선결 과제 …우선 지주사부터 만들어야

정의선, 현대차ㆍ기아차 지분 한 자릿수대 보유

지주사 전환 기대로 현대글로비스 주가 오르기도

현대차ㆍ글로비스 합병으로 지주사 자리 오르나

중간금융지주회사 통해 금융계열사 모일 가능성은

재계 1위 삼성그룹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담금질이 한창이다. 삼성그룹은 지난해부터 비주력 계열사 매각과 계열사 합병을 통해 그룹의 지배구조를 개편하는데 여념이 없다. 이는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해 삼성가 3세들의 그룹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조치이다.

재계 2위 현대자동차그룹으로 자연스레 시선이 쏠린다. 물론 현대차는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이 아직 건재하므로 비교적 시간이 있다는 평가도 있다. 내부에서도 경영권 승계를 이야기하는 건 시기상조라는 이야기가 돈다.

하지만 정의선 부회장 및 오너가의 지분을 넓히기 위한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그러기 위해선 정 부회장 및 오너가가 현재 갖고 있는 계열사의 지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중요하다.

글로비스 지분의 활용 방법은

현대차의 대주주는 현대모비스로 20.78%의 지분을 갖고 있다. 정몽구 회장이 5.17%의 지분을 갖고 있으며 정의선 부회장의 보유 지분은 2.28%에 불과하다. 현대차의 대주주인 현대모비스의 경우 최대주주는 기아자동차로 16.88%의 지분을 갖고 있다. 정몽구 회장은 현대모비스 지분 6.96%를 갖고 있다. 정 부회장의 지분은 없다. 다시 기아자동차의 최대 주주를 보면 현대차가 33.88%의 지분을 갖고 있다. 정의선 부회장은 1.74%의 지분을 갖고 있다.

정리하자면 현대자동차그룹의 지배구조는 현대모비스→기아자동차→현대자동차→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를 갖고 있는 셈이다.

여기서 핵심 계열사라 할 수 있는 현대차와 기아차에서 정 부회장이 갖고 있는 지분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2.28%, 1.74%로 상당히 적은 편이다.

이렇게 지분이 많지 않은 정의선 부회장이 효과적으로 현대차그룹을 지배하기 위해 거론되는 것이 물류 계열사 ‘현대글로비스’의 지분이다. 정의선 부회장은 현대글로비스의 지분 23.39%를 가진 최대 주주이다. 이 밖에도 정몽구 회장이 6.71%를 보유하고 있다.

이 때문에 현대글로비스를 지배 구조에서 어떤 형태로 활용할지 주목되고 있다. 한편 정의선 부회장이 대주주라는 사실 때문에 현대글로비스는 현대차의 지배 구조가 이슈로 떠오를 때마다 주가 상승을 기록하고 있다.

일단 현대글로비스의 지분을 오너가가 더 갖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자동차 운반을 주 사업으로 삼는 현대글로비스는 현대차 및 기아차의 물량을 운송하면서 ‘일감 몰아주기’ 의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현대차는 오너가의 현대글로비스 보유 지분을 30% 미만으로 줄였다. 공정거래법에 따라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은 재벌총수 가족의 소유 지분이 상장사의 경우 30%, 비상장사는 20%를 넘을 때로 지정돼 있다.

일각에선 현대모비스가 지주회사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그러나 정 부회장은 지난해부터 현대중공업과 현대삼호중공업이 보유하고 있었던 현대차 지분을 매입함으로써 현대차 지분을 차차 늘려가고 있다. 이 때문에 현대차그룹이 ‘현대차’를 지주회사로 삼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현대차그룹홀딩스의 정체는 모비스 아닌 현대차?

정몽구 회장의 건재로 아직 시간이 있다지만 현대차가 지배구조 개편에 서둘러야 하는 이유가 있다. 더불어민주당 경제민주화 태스크포스(TF)를 중심으로 대기업들의 순환출자를 금지하는 법안이 발의될 움직임이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의 TF는 경제민주화 실천을 위해 34개의 경제민주화 입법 과제를 발표했는데 이 중 대기업집단의 기존 순환출자 해소를 촉구하는 법안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5월에도 현대제철과 현대하이스코 간 합병으로 생긴 순환출자를 기한 내 해소하지 못해 공정위로부터 한 차례 경고를 받기도 했다. 양사는 유예기간인 6개월이 지난 2월에 순환출자를 해소했다.

순환출자를 해소하기 위해선 지주회사를 세우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이 때문에 현대차도 SK, CJ처럼 지주회사를 통해 각 계열사를 지배하는 계열사 재편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하이투자증권의 이상헌ㆍ김종관 애널리스트는 지난 8월말 발표한 보고서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변환 가시화 될듯’를 통해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변화를 예측했다.

우선 현대모비스를 투자부문과 사업부문으로 인적분할한 후 현대모비스 투자 부문과 현대글로비스를 합병하는 방안이 거론됐다.

이상헌ㆍ김종관 애널리스트는 “현대차그룹이 지주회사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현대모비스, 현대차, 기아차 3개 회사를 투자부문과 사업부문으로 인적분할한 이후 3개 회사의 투자부문을 합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렇게 되면 순환출자가 해소되는 동시에 ‘현대차그룹홀딩스(현대차그룹의 지주회사를 부르는 가칭)’의 경우 순환출자 지분만큼 각각의 사업부문 자회사를 거느리게 된다. 다음 절차는 현대글로비스와 현대차그룹홀딩스의 합병 또는 정의선 부회장이 보유한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현대차그룹홀딩스에 현물출자해 정 부회장이 지주회사인 현대차그룹홀딩스에 대한 지배권을 강화하는 것이다.

삼성처럼 현대차에도 ‘금융지주사’ 등장하나

삼성그룹도 고려하고 있는 중간금융지주회사가 현대자동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에도 유용하게 쓰일 가능성이 있다.

대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보험 및 금융 계열사를 금융지주회사가 지배할 수 있도록 하는 ‘중간금융지주회사법’은 지난 19대 국회부터 거론돼 왔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19대 국회에서 중간금융지주회사 도입 법의 통과를 주장해 왔으나 야당의 반대로 인해 무산된 바 있다.

하지만 공정위의 의지는 강하다.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20대 국회에서 다시 한 번 중간금융지주회사 설립이 가능케 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을 추진할 예정이라 밝혔다.

현실적으로도 재벌기업이 소유하고 있는 보험 및 금융계열사의 처리는 쉽지 않다. 재벌기업이 고객의 재산을 이용해 사업을 벌이는 부작용도 있지만 이미 보유하고 있던 금융 및 보험 회사를 처리하는 것 또한 실질적으론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공정위를 포함한 재계에서는 중간금융지주회사 관련 법 통과가 가장 가능성 있는 대안이라 여기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 역시 중간금융지주회사 도입을 통한 계열사 재편을 하나의 방법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현재 현대차그룹의 금융 계열사인 현대캐피탈은 현대자동차가 59.68%의 지분으로 최대 주주로 자리하고 있다. 그 다음으론 기아차가 20.10%의 지분을 갖는다.

현대차그룹의 금융 관련 계열사로는 현대캐피탈, 현대카드, 현대커머셜, HMC투자증권, 현대라이프가 있다. 이 계열사들의 지분을 중간금융지주회사가 보유해 금융계열사들을 한 데 묶는 방식이다. 하지만 중간금융지주회사는 현대차뿐만이 아니라 다른 기업들에게도 아직은 먼 얘기로 여겨지는 사안이다. 일단 관련법이 아직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명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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