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₂배출 감축, 운임료 상승 등 부작용 우려… 韓 항공사 ‘부담해소’ 필요

항공기 CO₂배출 감축 위한 국토부 노력에도 개선점은 여전

‘자발성’ 지워지면 항공사 부담은 더욱 높아져

지난 9월 27일부터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리고 있는 제39회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총회에서 유럽연합(EU)을 비롯한 주요국 대표들은 항공분야 온실가스(CO₂) 감축 방안 채택을 위한 협의를 나눌 예정이다. 비록 이번 협의가 각국 항공사에게 부담을 지운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지만, 국제사회가 대기환경 개선을 위해 적극적으로 동참하며 긍정적 결론에 이를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번 ICAO 총회에 회원국으로 참석한 우리나라의 경우, 이미 몇 해 전부터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를 중심으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제주항공 등 주요 7개 국내 항공사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협약을 맺는 등 힘써 왔다. 대부분의 항공사들이 이 정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최근 28만톤 이상의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등 좋은 결과를 내고 있지만, 일부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번 ICAO의 총회에는 전 세계 191개국이 참가해 항공분야 온실가스 감축의 찬반을 최대 현안으로 룰전망이다. 협의에서는 향후 온실가스 감축 개선방향에 대한 구체적 사항은 다루지 않을 예정이지만, 전 세계가 온실가스 배출을 해결하기 위해 구속력 있는 가이드라인을 만들자는 방향으로 입을 모으고 있다. ICAO는 전 세계 모든 항공사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오는 2021년 이후 증가시키지 않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번 총회에 참석한 일본 정부는 그동안 항공사들 보이지 않는 반발과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우려해 국내 항공사 온실가스 감축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유지했다. 그러나 선진국을 중심으로 지구온난화 방지 등에 동참하자는 목소리가 힘을 얻게 되자, 이번 총회를 통해 항공사 국제선의 온실가스 배출 규제에 대한 적극적 협의에 나서고 있다.

일본 아사히신문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이번 ICAO 총회를 통해 온실가스 배출량 규제에 대한 국제적 기준이 제시되면 일본 정부는 국내 각 항공사에 온실가스 배출량 상한을 설정할 예정이다. 또 온실가스 배출량 상한을 넘을 경우를 대비한 항공사 간 ‘배출량 거래’를 검토하고 연비가 좋지 못한 항공기를 신형기로 바꾸거나 온실가스를 늘리지 않는 바이오연료를 이용하는 항공사에 다양한 우대혜택을 제공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미 국토부와 국내 항공사들이 지난 2010년부터 ‘항공분야 온실가스 자발적 감축협약’을 체결해 온실가스 배출량 거래제 등 온실가스 배출규제에 노력해오고 있다.

특히 지난 2014년 9월, 국토부 주관으로 열린 ‘제5차 항공부문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협약식’을 통해 국내 항공사들에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보다 적극적으로 촉구했다. 이 협약식에는 대형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그리고 중ㆍ저가 항공사인 제주항공과 진에어, 에어부산, 이스타항공, 티웨이항공 등 국내 7개 항공사가 참가했다.

당시 국토부는 “항공사의 경영개선을 유도함은 물론 지구 온난화 현상을 방지하고 국제환경 배출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토부는 이번 일본 정부에서 추진 중인 계획처럼 최신형 항공기 도입 시 연료효율이 높거나 친환경에 맞춘 것을 택하도록 권장했다. 또 항공기 운항중량을 줄이고, 엔진의 주기적인 세척 그리고 단일엔진 지상활주나 항공로 복선화 등 운항절차 개선을 통한 비행연료 절감 활동도 전개해왔다.

특히 국토부는 운송실적 저조에 따라 연료효율이 낮게 평가되는 항공사에 대해 온실가스 감축활동에 따른 연료절감 실적을 협약 평가기준에 반영해 결과가 우수한 항공사에게 표창을 수여하고, 국제항공 운수권 배분 시 가산점을 부여하는 등의 혜택을 부여하기로 했다.

이에 지난달 말 국토부의 발표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 7개 항공사가 약 28만 7000톤의 온실가스를 줄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중형차 1700만대가 서울과 부산을 왕복할 때 발생되는 양으로, 여의도 면적(266㎢) 31배의 소나무 약 4300만 그루를 심은 효과와 같은 수준이다.

국토부 측은 국내 항공사들의 동참과 노력을 통한 이런 결과가 이번 ICAO의 총회와 향후 전개될 국제사회 온실가스 배출량 규제에 보다 효과적으로 적응할 수 있을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향후 ICAO 회원국들이 온실가스 배출량 규제에 의무성이 부여된 가이드라인에 합의를 한다면 일부 국가의 항공사들에는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그러나 국내 항공사들의 경우 이미 전부터 자발적 참여로 선행적인 경험을 했고,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에 대한 노하우를 충분히 쌓아 향후 국제사회의 결정을 통해 강제성이 부여된다고 할지라도 문제없이 맞춰나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목할 부분은 중ㆍ저가항공사들이 국토부가 제시한 온실가스 배출 감축 목표를 모두 달성해 이번 결과에 기여했다는 점이었다.

티웨이항공 관계자는 “국토부와의 협약 체결 이후,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적극적으로 시행해 지난 2014년에는 기준년도 대비 25%의 연료효율을 개선해 7개 국적항공사 가운데 연료효율 개선 정도가 가장 뛰어난 항공사로 뽑혔다”며 “GPU 사용과 단축항로비행, 항공기중량감소 등 16가지 감축수단을 적용해 매년 연료효율 3%이상 개선했고, 매 분기 운항과 객실, 정비 등 각 분야별 온실가스감축 유공자를 선정해 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취지는 좋으나 항공사에 ‘큰 부담’

일각에서는 항공사 운영 측면에서의 사정과 기타 부작용에 대한 대비 등 아직 개선해야 할 부분이 존재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항공사들은 환경보호를 통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을 위한 자발적 참여에 동참하고 있다. 그러나 항공사들이 비용 부담을 안거나 항공료 상승을 통한 소비자 반발 등 향후 논란에 대처해야만 한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실제로 일본 국토교통성은 아사히신문을 통해 “(온실가스 배출 감축에 대한 의무적 규제가 시행된다면) 일본의 주요 항공사에 연간 최대 수백억엔의 부담이 발생해 이것이 항공 운임료에 전가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아직 국내에서는 일본의 경우처럼 항공기에 바이오연료 사용이나 온실가스 배출량 상한을 추진하고 있거나 앞으로의 계획 역시 정해진 바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현재 항공사들의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을 위한 여러 노력이 비용발생 측면에서 충분히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자본력이 넉넉하고 과거부터 연료 배출 감축을 위한 ‘경제항로’를 운항해온 대형항공사에 비해 서비스 개선과 노선 확대에 보다 집중해야 할 중ㆍ저가항공사들에 주어진 과제는 더욱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국토부가 제시한 자발적 감축목표 역시 ICAO 감축목표 권고수준인 연 2%의 연료효율 개선을 근거로 대형항공사에는 2% 그리고 기타 저가항공사에 3%로 설정해 이들 저가항공사에 더 큰 부담을 지우고 있다.

때문에 아무리 중ㆍ저가항공사가 정부의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에 노력한다 할지라도 대형항공사에 비해 현실적으로 뒤쳐질 수밖에 없어, 국토부의 항공사별 연료절감 실적 평가와 우대혜택이 대형항공사에 집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물론 이런 지적과 정반대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오히려 국내ㆍ국제선 등 방대한 노선을 가지고 있는 대형항공사들은 자사 운송편수가 감소한다면 정부가 추진하는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목표치를 충족시키지 못할 수 있어 이에 더욱 부담을 느낄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아무리 대형항공사들이 환경보존이라는 노력에 참여하고 싶더라도 현재 국내에서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만이 실시하고 있는 화물운송의 편수가 수주부족 등의 이유로 줄어든다면 절대량 자체를 충족하지 못해 국토부와 협약한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을 위한 비용발생 문제에 있어 중ㆍ저가항공사가 보다 부담을 느낄 수 있지만, 대형항공사는 ICAO 등 국제사회에서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에 강제성을 부여한다면 이를 가장 먼저 따라야 하는 입장에 있다는 점 역시 더 큰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국토부 역시 동의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대형항공사는 오랫동안 항공사를 운영을 해오면서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을 위한 다양한 노력들이 있었기 때문에 감축목표를 중ㆍ저가항공사보다 낮게 설정할 수밖에 없었다”며 “중·저가항공사들은 아직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을 위한 여지가 많기 때문에 항공사들의 자발적 동의를 얻어 감축목표를 보다 높게 설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에 대한 자발적 참여를 촉구한다지만 항공사 입장에서는 대형이건 저비용이건 비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달갑지만은 않을 것이라 생각하고 향후 할당량 등의 강제성이 부여된다면 비용부담과 운임료 상승에도 영향을 끼칠 수는 있다”며 “현재 자발적 감축 협약은 비용이 새롭게 추가되거나 큰 부담을 지우는 것이 아니라, 도입 예정이었던 신항공기를 친환경으로 설정하자는 등 각 항공사마다 이미 추진해왔던 일들에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을 위한 노력을 덧붙이자는 것일 뿐이기 때문에 오히려 운영실적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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