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길 걷게 된 금호家 박삼구ㆍ찬구 형제, 그룹 재건 준비에 박차

금호아시아나, 금호타이어 인수전 성공할까

인수 위해선 막대한 자금 필요, ‘우선매수청구권’ 사용 여부 주목

박삼구ㆍ찬구 형제 갈등, 일단은 휴전 상태

금호아시아나 박세창, 금호석화 박준경ㆍ주형 활약 주목돼

금호기업은 전통적으로 형제 간 승계 문화를 이어왔었다. 그러나 지난 2009년, 금호아시아나 박삼구 회장과 금호석유화학 박찬구 회장이 갈등을 겪으며 금호아시아나그룹에서 금호석화가 나오게 됐다.

박삼구 회장의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그룹 재건을 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무리한 인수로 기업이 해체될 뻔한 위기를 겪은 후 다시 도약을 준비하는 것이다. 금호석화 역시 공식적으로 금호아시아나그룹과 다른 길을 걷게 되며 미래를 위한 신성장동력 발굴에 여념이 없다.

한편 범금호가는 2세대를 지나 새로운 얼굴의 3세대들이 경영 전면에 등장하고 있다. 각 그룹의 유력 후계자와 미래 신성장동력에 대해 점검해 봤다.

쟁쟁한 경쟁자들 사이, 금호아시아나의 선택은

지난해부터 그룹 재건을 위한 준비를 차근차근 해온 박삼구 회장에게 남은 과제는 금호타이어 인수다.

금호타이어 인수전은 하반기 M&A 시장의 최대어로 꼽힌다. 지난달 20일, 산업은행 등 금호타이어 채권단은 매각 주관사인 크레디트스위스를 통해 금호타이어 지분을 공개 입찰한다고 밝혔다. 투자자들로부터 인수의향서를 받고 나면 11월 예비 입찰을 거친 후 내년 1월 본입찰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금호타이어 인수전에서는 박삼구 회장이 그룹 재건을 위한 마지막 퍼즐을 맞출 수 있느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지난해 금호산업 인수에 성공하면서 재건을 위한 발판을 마련한 바 있다.

금호아시아나가 금호타이어를 인수하기 위해선 경영권 프리미엄이 붙은 약 1조원의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산업은행이 매각하는 금호타이어 지분은 지난 2009년 워크아웃에 들어간 후 채권단이 보유하고 있는 6636만8844주다. 전체 금호타이어 지분의 42.01%를 차지한다. 이는 시가론 약 7500억원 수준으로 여겨진다.

금호타이어 인수전에는 금호아시아나그룹뿐만 아니라 외국계 기업들도 참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호타이어는 매출액 기준으로 국내 2위, 세계 12위 타이어업체로 글로벌 시장에서도 생산라인과 판매망을 갖추고 있어 상당히 매력적인 매물로 꼽힌다.

이 때문에 자동차 관련 글로벌 기업들이 금호타이어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많다. 언급되는 글로벌 기업만 해도 브리지스톤, 미쉐린, 요코하마타이어 등이 있다.

박삼구 회장이 금호타이어 인수를 위해 우선매수청구권을 사용할지도 주목할 만한 사안이다. 우선매수청구권은 매각이 완료되면 매각가와 동일한 가격으로 먼저 인수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금호산업 매각 때와는 달리 박삼구 회장은 우선매수청구권을 제3자에게 인도할 수 없도록 돼 있다. 금호타이어의 가치가 높은 만큼 꽤 높은 매각가가 형성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러한 준비가 돼 있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금호아시아나는 금호산업 인수로 자금에 여력이 없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박 회장은 금호산업 인수로 인해 5000억원의 빚을 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우선매수청구권을 과연 사용할지, 만약 우선매수청구권을 활용하지 않는다면 어떠한 방법으로 경쟁자들을 물리칠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박삼구 회장의 금호타이어 인수전 참여 의지는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를 위해선 실탄을 마련해야 한다는 과제가 있다. 이 때문에 박 회장 개인에 국한되기보다는 그룹 전체가 매각전에 뛰어들 것이란 전망이 있다. 특수목적법인과 컨소시엄 구성 등 외부 세력에 힘을 빌리는 방법 또한 가능하다.

‘공격적 인수전’ 두고 형제간 갈등… ‘형제경영’ 전통 깨져

금호가의 형제인 박삼구 회장과 박찬구 회장은 지난 7년간 갈등을 겪어왔으나 일단은 휴전에 들어간 상태다.

지난 8월, 금호석화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을 상대로 낸 소송을 모두 취하한다고 밝혔다. 금호석화는 아시아나항공 이사진을 상대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고소건, 박삼구 회장과 기옥 전 대표이사를 상대로 기업어음 부당지원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낸 바 있었다. 이를 모두 취하함으로써 7년 간 계속됐던 형제 갈등이 일단락된 것이다.

금호가는 형제 간 공동 경영의 전통을 이어왔다. 창업주인 고 박인천 회장의 장남 고 박성용 금호아시아나그룹 명예회장이 65세가 되자 차남 고 박정구 명예회장에게 자리를 물려줬다. 그 후 경영권은 삼남 박삼구 회장이 이어받았다.

그러나 지난 2009년, 금호가의 ‘형제의 난’이 발생하게 됐다. 삼남 박삼구 회장과 사남 박찬구 회장이 대우건설과 대한통운 인수를 두고 의견이 엇갈렸다. 박삼구 회장의 공격적 인수에 대해 박찬구 회장이 반기를 든 것이다.

그후 금호석화가 금호아시아나그룹에서 계열분리되면서 형제 경영의 전통은 깨졌다. 형제의 난 당시 박삼구 회장과 박찬구 회장은 각각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으나 현재는 모두 복귀한 상태다. 계열분리 이후에도 양사는 약 10개의 크고 작은 소송에서 맞서며 갈등을 지속해왔다.

박삼구 회장의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대우건설과 대한통운 인수 과정에서 무리하며 큰 위기를 겪었다. 특히 대우건설 인수가 뼈아팠다. 대우건설은 2006년 당시 적정 인수가격이 3조원 안팎으로 여겨졌으나 금호아시아나가 무려 2배가 넘는 6조6000억원으로 입찰을 받으며 ‘승자의 저주’라는 평을 듣기도 했다. 결국 무리한 인수로 그룹 지주사였던 금호산업이 워크아웃 신청을 하게 됐다. 대한통운 역시 재매각을 해야만 했다. 그룹을 추스른 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지난해 금호터미널이 금호기업을 합병하면서 새로운 지주사 ‘금호홀딩스’를 탄생시켰다.

금호석화는 지난해 연말 대법원으로부터 금호석유화학과 서로 다른 기업 집단이라는 판결을 받으며 공식적으로 각자의 길을 가게 됐다. 금호석화는 그룹의 신성장동력으로 여겨지는 탄소나노튜브 개발을 비롯해 올해 4월에는 4000억을 투자한 여수 열병합발전소의 증설 작업을 마치며 현안 챙기기에 바쁘다.

금호아시아나 박세창 독주 체제, 금호석화 삼파전

계열분리를 이룬 금호가에는 현재 경영 승계를 준비하고 있는 3세들이 포진해 있다.

지난 8월, 금호그룹은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의 장남 박세창 사장을 금호홀딩스 등기 이사로 선임했다. 새로 출범한 지주 회사의 등기이사에 이름을 올림으로써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박세창 사장에 대해 힘을 실어 주고 있다.

박 사장은 올해 주요 보직에 연이어 올랐다. 금호그룹 전략경영실장으로 승진했으며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인 아시아나세이버 대표이사에도 올랐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지주사인 금호홀딩스의 지분을 19.9% 보유하고 있다. 박삼구 회장은 26.1%를 갖고 있어 오너가가 비교적 탄탄한 지분을 확보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

금호석화는 박찬구 회장의 남매인 박준경 상무와 박주형 상무, 고 박정구 명예회장의 아들인 박철완 상무가 경영 일선에 참여하고 있다.

금호석화의 지분을 살펴보면 박철완 상무가 10.00%로 대주주 자리에 올라있다. 박찬구 회장의 지분은 6.69%, 박준경 상무의 지분은 7.17%이다. 이제 막 금호석유화학 경영에 참여하기 시작한 박주형 상무의 지분은 0.71%다.

박주형 상무는 올해 1월 1일 금호석화의 사내 이사에 취임했다. 금호기업은 창업주 고 박인천 회장에 뜻에 따라 여성의 경영 참여를 제한해 왔다. 그러나 금호아시아나와 금호석화가 계열분리가 되면서 박찬구 회장은 딸인 박주형 상무에게도 경영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 줬다. 아직까지 남자 형제들에 비해 지분은 적은 편이지만 조용히 지분 확대에 나서고 있다. 박 상무는 금호석화 입사 전 대우인터내셔널에서 근무하며 직장 경험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찬구 회장은 박 상무의 금호석화 경영진 합류에 대해 “여성도 능력만 있으면 얼마든지 경영에 참여할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박 상무의 지분 확보에는 지난 2015년 발생한 직원들의 리베이트 사건이 계기가 됐다는 지적도 있다. 금호석화는 당시 거액의 뒷돈을 챙긴 혐의로 구매파트 직원 여섯 명에 대해 고소한 후 대기발령을 내린 바 있다. 그러자 이 직원들이 총수 일가의 비자금을 폭로하겠다고 맞선 바 있다. 이러한 사건을 계기로 박 상무가 재무 담당 임원으로 취임했다는 해석이다.

한편 금호석화의 박철완 상무 또한 주목을 받고 있다. 박찬구 회장의 남매인 박준경ㆍ주형 상무완 달리 박철완 상무는 창업주 박인천 회장의 차남인 고 박정구 회장의 아들이다. 사촌 형제인 이들이 향후 경영권을 두고 어떤 경쟁을 벌이게 될지 주목된다.

이명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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