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 임박… 이재용 승부수 ‘바이오를 새 먹거리로

내달 목표로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 준비 중

LGㆍSK도 큰 관심 보이는 바이오 분야

신약 개발 성공 시 막대한 수익 보장되지만, 투자비용 커

지난 9월, 이주에 걸쳐 삼성그룹은 사내방송을 통해 바이오 산업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는 프로그램을 방영했다.

삼성그룹은 사내방송으로 계열사들의 세부 사업 챙기기에 나서곤 했다. 굳이 사내방송 방영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바이오는 자동차 전장 부품과 함께 삼성그룹의 미래 먹거리로 손꼽히는 분야다. 이건희 회장이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을 성장시켰던 것처럼 이재용 부회장이 바이오 산업을 삼성의 신규 먹거리로 자리잡게 할 수 있을지도 큰 관심사다.

하반기 증권가 최대 이슈,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 하반기 기업공개(IPO) 시장의 최대어로 꼽힌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기업공개를 통해 최대 2조25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1654만1302주를 일반 공모한다고 밝혔다. 희망 공모가는 11만3000원에서 13만 6000원이다. 예상 공모 자금은 최대 2조2500억원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유상 증자를 포함해 하반기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한국거래소의 예비심사를 통과했다. 11월 중으로 상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상장은 삼성물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삼성물산의 자회사이다.

하이투자증권 이상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삼성물산이 건설 부문 실적 정상화와 바이오사업의 성장, 지배구조 변화로 이득을 볼 것이라 전망했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9월 합병 후 건설 시장의 침체로 인해 건설 부문에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하며 2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갔다. 그러나 올 2분기에는 매출액 7조507억원, 영업이익은 1768억원으로 흑자전환했다. 건설부문 영업이익이 1180억원으로 선전한 게 큰 영향을 줬다.

삼성물산의 주력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상장이 11월로 다가온 것에 대해서는 “향후 위탁생산(CMO) 시장의 상황과 맞물리면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며 삼성물산 실적이 향상될 수 있을 것”이라 지적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다수의 바이오시밀러 제품 포트폴리오가 제품 사용화 단계에 이르며 실적 향상이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상장을 통해 조달한 2조 2500억원의 자금을 현재 건설 중인 제 3공장에 투자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 1공장은 지난 2013년 7월 시험 생산을 개시한 후 지난해부터 상업 생산에 돌입했다. 규모는 약 3만리터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같은 해 12월 인천 송도경제자유구역내 본사에서 제3공장 기공식을 열었다. 이 3공장은 총 8500억원이 투자됐으며 총 18만리터로 완공된다. 2017년까지 완공되며 2018년 4분기부터 상업 가동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제3공장이 완공되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생산능력은 36만리터로 증가된다. 이는 스위스의 론자가 26만리터, 독일의 베링거잉겔하임의 24만리터를 넘는 세게 최대 생산 능력 규모다.

바이오는 삼성그룹이 밝힌 5대 신수종 사업이다. 삼성그룹은 계열사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지속적 투자를 통해 유럽 시장 진출 및 글로벌 제약사로 거듭나가 위한 노력을 하는 중이다. 현재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지분은 삼성물산이 51.04%를, 삼성전자가 46.79%를 갖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자회사로 바이오시밀러 연구 개발에 나서고 있는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지난 4일, 자사의 표적 항암 치료제인 SB3의 유럽 내 판매허가 신청을 유럽의약품청(EMA)에 공식 접수했다고 밝혔다.

고한승 삼성바이오에피스 사장은 “SB3가 유럽에서 판매허가를 받는다면, 유방암 표적 항암제를 이용한 치료 기회가 커져 여성 환자들의 삶의 질 개선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SB3S는 미국 로슈의 오리지널 생물의약품 '허셉틴'의 바이오시밀러로 삼성바이오에피스로서는 유럽에 허가를 신청한 첫 항암제다. 조기 유방암, 전이성 유방암 및 전이성 위암 등의 표적 항체 항암 치료제인 허셉틴은 2015년 기준으로 전 세계 매출이 약 7조5000억원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지난 12일에는 자사의 첫 번째 바이오시밀러인 ‘브렌시스’의 캐나다 판매 허가를 받아 북미 시장 진출의 토대를 다졌다는 평을 들었다. 또 바이오시밀러 의약품인 ‘플릭사비’의 유럽 시장 출시도 성공하며 희소식을 전해왔다.

LG, 전자 이어 바이오에서도 삼성과 라이벌 되나

삼성 외에 다른 기업들 역시 바이오 산업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실정이다.

LG화학은 신성장동력 바이오 사업에 대한 집중 육성을 위해 계열사 LG생명화학과의 합병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양사는 오는 11월 28일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거쳐 내년 1월 1일자로 합병을 완료할 계획이다.

LG화학은 안정적인 현금 창출 능력을 바탕으로 에너지, 물, 바이오 3대 분야를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한다는 전략 아래 지난 4월 팜한농을 인수해 그린 바이오 분야에 진출했다. 이어 시장 규모와 미래 성장성이 돋보이는 레드바이오 분야로의 사업 확장을 검토해 왔다. 붉은 혈액을 상징하는 레드바이오는 의료, 제약분야의 바이오 사업을 총칭하며 세포치료제, 항체치료제 등 바이오기술을 접목해 새롭게 개발하는 바이오신약 분야를 말한다.

LG화학은 합병 이후 레드바이오 사업 조기 육성을 위해 기존 LG생명과학 연간 투자액(1300억원)의 3배가 넘는 3000억~5000억원을 매년 연구개발(R&D), 시설 투자에 투입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그린바이오(팜한농)와 함께 바이오 사업에서 2025년 매출 5조원대의 글로벌 사업으로 성장시킨다는 계획이다. 회사 전체로는 2025년 매출 50조원 규모의 글로벌 톱 5 화학회사로 발돋움한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SK는 자회사 SK바이오팜과 SK바이오텍을 통해 바이오 사업을 벌이고 있다. SK바이오텍은 지난 11일 세종시에서 의약품공장 기공식을 열었다. 2020년까지 단지 내 8만3712 제곱미터 부지에 원료 의약품 전문생산 공장을 증설한다. 증설이 완료되면 SK바이오텍의 생산 규모는 현재 16만리터에서 80만리터로 5배 늘어나게 된다.

긴 마라톤과 같은 바이오 산업 투자

그렇다면 현재 시장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어느 정도의 성과를 이뤘을까? 권영근 연세대학교 생화학과 교수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20년경 단일 회사로 세계 최대 규모의 단백질 생산 공간을 보유하게 된다. 세포를 이용한 단백질의 생산은 생산공정, QC(품질관리) 등 기술 장벽이 있는 분야기 때문에 세계 기준에 맞는 생산 공장을 갖추면 위탁 생산을 통해서라도 순익 향상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 전망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생산 분야에서 공정 기술의 끊임없는 진화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췄다. 권 교수는 생산 제품의 성질은 완전히 다르지만 삼성그룹이 반도체 사업을 성장시킨 것처럼 지속적 공정 및 QC 기술 혁신을 통해 바이오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을 보유할 것이라 기대했다.

하지만 바이오 산업은 사람의 인체에 투여하는 약을 만드는 사업으로 이와 관련한 위험성을 갖는다는 지적도 있다. 이번에 문제가 된 ‘한미약품 사태’ 역시 제약 산업이 갖는 리스크를 보여줬다. 한미약품은 1조원 규모의 표적 항암제 기술 수출을 독일의 베링거인겔하임과 맺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얼마 후 베링거인겔하임이 내성표적항암신약 ‘올무티닙’의 권리를 한미약품으로 반환하기로 했다는 ‘악재 공시’를 하며 주가가 급락했다.

이에 대해 증권가에서는 제약 산업의 경우, 아무리 계약 규모가 크더라도 임상이 조기에 중단되거나 상업화되지 않으면 계약 금액을 다 받을 수 없다는 우려가 현실화됐다는 지적이 있었다.

신약 개발은 장기간의 대규모 임상 실험을 통해 진행됨으로 평균 수천억원의 자본 소요는 물론, 시장 출시까지 성공율이 낮아 투자 리스크를 감수해야 한다. 하지만 혁신적인 제품을 개발했을 때는 막대한 순익을 올릴 수 있어 매력적인 분야로 여겨진다.

세계적인 제약 회사로 도약한 이스라엘의 ‘테바’는 90년대 제네릭 의약품 판매에 성공하며 성장할 수 있었다. 미국의 ‘길리어드’는 인플루엔자 치료제 ‘타미플루’ 등 신약개발 성공으로 1987년 설립된 후 30년이 채 되지 않아 세계 10위의 제약 회사가 될 수 있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를 포함한 국내 기업들 역시 이러한 과정을 거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다. 권 교수는 “국내 기업이 세계적으로 성공하기 위해선 과학적인 근거와 시장 분석을 통한 정교한 포트폴리오 구성, 중장기적 자금운영 계획을 통해 장기적인 투자에 대한 리스크를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명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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