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세 승계 위한 지분 보유 계열사 가치 높이기

이재현 회장 친족 계열사 일감몰아주기 논란

대형 인수전에도 참여하지 않아

이 회장 건강 회복 중이나 승계 대비 발판 마련 중

핵심은 ‘CJ올리브네트웍스’ 키우기

CJ그룹은 이재현 회장이 경영 일선을 잠시 떠나며 ‘오너 리스크’를 겪고 있다는 평가를 들어왔다.

이재현 회장이 광복절 특사로 인해 사면되면서 이러한 우려는 차차 가라앉고 있다. 이 회장이 건강을 추스르느라 완전히 경영 일선에 복귀했다곤 볼 수 없지만 회장이 현안을 챙길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은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한편 3세를 위한 승계 작업은 소리 없이 진행 중이다. 이재현 회장의 남매가 다수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에 대한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일감몰아주기 논란부터 인수전 발 빼기까지

이재현 회장이 복귀했지만 CJ는 여전히 여러 고비를 겪고 있다.

지난달에는 계열사인 CJ헬로비전이 200억원대 허위 세금 계산서를 발급, 매입해 매출을 부풀린 혐의로 경찰에 압수수색을 당하기도 했다. 또 상반기에는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 추진 계획 역시 무산되면서 콘텐츠 사업에 몰두하겠다는 계획이 어그러지기도 했다.

지난 9월에는 친족 계열사에 대한 일감몰아주기로 구설수에 올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친족 회사인 ㈜재산커뮤니케이션즈를 부당 지원한 CJ CGV에게 시정 명령과 함께 71억7000만원의 과징금 부과와 검찰 고발 결정을 내렸다. 재산커뮤니케이션즈는 이재현 회장의 동생인 이재환씨가 대표로 있는 회사이다. 이재환 대표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최대 주주이기도 하다.

공정위에 따르면 CJ CGV는 지난 2005년 7월 재산커뮤니케이션즈가 설립되자 기존 중소기업과의 거래를 중단하고 사업 이력이 전무한 재산커뮤니케이션즈에 유리한 조건으로 스크린 광고 영업 대행 업무를 전속 위탁했다. 기존 거래처였던 중소기업이 CJ CGV의 스크린 광고 영업 대행 업무를 부분적으로 위탁받았지만 재산커뮤니케이션즈는 업무 전량을 위탁받으면서도 기존 거래처 대비 25% 인상된 수수료율을 적용 받았다. CJ를 등에 업은 재산커뮤니케이션즈는 2005년부터 2011년까지 약 102억원의 경제상 이익을 제공 받아 국내 스크린 광고 영업 대행 시장에서 1위 사업자로 자리 잡았다.

한편, CJ는 인수 합병에서도 아직까지 눈에 띄는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당초 CJ는 맥도날드, 코웨이, 동양매직의 유력 인수자로 꼽혔으나 최종 인수전에는 모두 참여하지 않았다. CJ가 공격적인 인수 합병을 계획했다는 점에선 아쉬운 대목으로 꼽힌다 .

올리브네트웍스 몸집 키우기 들어간 CJ

이재현 회장을 비롯한 CJ의 오너 일가는 주식회사 CJ를 총 42.3%의 지분으로 지배하고 있다. 이재현 회장 본인이 42.10%를 가진 최대 주주이며 이 회장이 장녀인 이경후 CJ미주법인 부장이 0.13%를 갖고 있다. 이선호 CJ제일제당 과장은 아직까지 지분이 없는데 원활한 승계를 위해서는 지주회사의 지분을 차차 매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회장은 건강을 회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승계는 CJ그룹에겐 중요한 과제다. 승계 과정에서 핵심이 될 계열사로는 CJ올리브네트웍스가 있다. 이 계열사의 지분을 살펴보면 이선호 과장이 15.84%, 이경후 부장이 4.54%를 보유하고 있다.

CJ는 CJ올리브네트웍스를 승계에 유용하게 쓸 가능성이 높다. 이를 위해선 CJ올리브네트웍스의 기업 가치를 올려야 한다.

CJ올리브네트웍스는 번화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드러그스토어 ‘올리브영’ 운영과 IT사업 전문 계열사이다. 특히 드러그스토어 올리브영은 젊은 층을 중심으로 화장품, 생필품 판매를 통해 국내에서 점유율을 빠르게 높여가고 있다. 지난해 기준 올리브영 전국 매장수는 552개로 전년 대비 32% 증가해 국내 드러그스토어 중 가장 높은 매장 증가수를 나타냈다.

최근 CJ는 CJ올리브네트웍스의 기업 가치를 올리기 위해 계열사 간 인수 합병을 시작했다. 지난 9월, CJ파워캐스트는 재산커뮤니케이션즈를 흡수 합병했다. 당시 CJ파워캐스트 측은 공시를 통해 “디지털 옥외 광고 운영 및 방송 송출 등 콘텐츠 송출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CJ파워캐스트와 광고 플랫폼 사업자인 재산커뮤니케이션즈의 합병을 통해 광고 사업을 재편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양사는 미래형 옥외광고 사업 기반을 확보한 후 사업경쟁력을 강화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또 같은 날에는 CJ파워캐스트를 CJ올리브네트웍스의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이에 대해선 “CJ올리브네트웍스의 100% 자회사로 편입돼 경영상의 효율성을 증대하고 시너지 효과를 창출해 기업 가치를 제고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번 지배구조 변화로 인해 주식회사 CJ의 CJ올리브네트웍스에 대한 지분율은 76.1%에서 55.1%로 낮아졌다. 김준섭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CJ올리브네트웍스의 2015년 연결 기준 영업이익 804억원, 순이익 591억원 규모를 감안 시, 이번 지배구조 변화는 지분율 감소보다는 성장세가 큰 신규사업을 추가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 합병 구조의 변화는 일감몰아주기를 해소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공정거래법에 의해 총수일가 지분이 30%가 넘는 상장 회사와 20%가 넘는 비상장회사는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이 되고 있다. 지배구조 변화를 통해 일감몰아주기 논란이 일었던 재산커뮤니케이션즈가 CJ올리브네트웍스 아래로 들어가면서 일감 몰아주기 부담을 덜 수 있다는 것이다.

CJ올리브네트웍스의 성장은 ‘CJ 남매’의 승계와 직결된다. CJ올리브네트웍스의 기업 가치를 상승시킨 후 기업공개(IPO)를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 그 후 ㈜CJ의 지분을 획득하는데 CJ올리브네트웍스의 지분이 사용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명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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