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실세에 “박근혜 대통령과 다보스포럼 동행ㆍ사진촬영 부탁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 정부 추진 사업에 CJ지원 요청했다가 거부당해” 증언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누나인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이 갑작스럽게 퇴진한 것과 관련해 최근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압력을 행사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최순실 게이트’ 파문에 기름을 붓고 있다.

재계 일각에서는 이 부회장이 2014년 돌연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것을 두고 청와대의 압박 때문이었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당시 검찰 수사 후 수감 중이던 이 회장에 대한 여론이 악화돼 있었고 CJ오너 일가 비리에 대한 말이 적지 않게 나돌았던 시기이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의 퇴진을 두고 정치권과 재계에서 2014년 1월 박 대통령과 다보스포럼에 함께 참석했다가 미운털이 박혔기 때문 아니냐는 말이 돌았다.

이 같은 추측의 배경은 이렇다. 박 대통령은 당시 스위스 국빈 방문 일정을 마치고 다보스에서 열린 포럼에 참석해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CEO)를 대상으로 ‘코리아 세일즈 외교’에 나섰다. 하지만 이때 CJ그룹이 주관한 ‘한국의 밤’ 행사에서 가수 싸이가 등장했고 현장 분위기는 한껏 고조됐다. 이어 고조된 분위기는 이 부회장에게로 집중됐다. CJ가 ‘한류 전파’의 주인공으로 부각됐기 때문이다.

들러리 소문 분노한 청와대?

다보스포럼과 관련, 외신들은 CJ그룹과 이 부회장 그리고 싸이의 한류를 집중 보도했고 박 대통령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보도되지 않았다. 다보스포럼에서 박 대통령이 사실상 이 부회장의 들러리를 서게 된 꼴이란 지적이 여권에 돌면서 이 부회장에 대한 압박이 시작됐다는 말이 적지 않다. 말하자면 이 부회장이 박 대통령에 대한 배려 없이 CJ만을 위한 기획을 했다는 것이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당초 청와대는 이 부회장을 다보스포럼에 동행하지 않을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 회장 구속사건으로 소원해진 청와대와 관계개선을 위해 CJ측에서 끈질기게 부탁해 박 대통령과 이 부회장이 다보스포럼에 동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의 한 소식통은 “이 회장이 수감중인 점을 고려해 물의를 일으킨 기업은 다보스포럼에 동행하지 않는다는 계획을 세웠으나 CJ측에서 집요하게 청와대 핵심 관계자에게 부탁했다”며 “이에 이 부회장을 수행단에 포함시킨 것인데, CJ가 너무 기업홍보에만 집중한 나머지 박 대통령은 부각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소식통은 “이 부회장이 퇴진 압박을 받은 것은 다보스포럼 때문이 아니다. 지금 언론에 보도된 내용은 명백히 잘못 알고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자금지원 요청 VIP는 누구?

이에 복수의 여권 인사 그리고 청와대 관계자를 통해 확인한 결과 이 부회장은 지원금을 거부한 대가를 치른 것으로 드러났다. 뿐만 아니라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녹취록 내용은 자세한 내막은 배제된 표면적 증언일 뿐이라는 것이다. 사실과 다소 차이가 있다는 게 여권ㆍ청와대 복수 관계자들의 증언이다.

청와대 내부 동향에 밝은 K씨 증언에 따르면 다보스포럼 직후 청와대 핵심 관계자 ○○○이 전화해 정부가 추진하는 신규 사업에 5억원 정도의 지원금이 필요하다며 자금지원을 요청했다.

하지만 CJ측은 지원이 가능한지 확인한 뒤 답신을 주겠다고 한 뒤 아무런 답을 주지 않았다. 기다리다 못한 청와대 관계자가 다시 연락을 취해 자금지원을 독촉하자 CJ측은 기다려달라는 말만 반복했다. 이렇게 4번을 미룬 뒤 결국에는 자금 지원이 어렵다는 답을 보내왔다는 것이다.

K씨는 “자금지원을 요청한 ○○○은 이 부회장이 대통령과 동행할 수 있도록 하는데 적잖은 도움을 주었는데, 그런 그에게 CJ가 5억원의 자금 지원을 거절하자 이 관계자는 배신감을 가졌다”고 말했다.

K씨는 이 같은 상황을 ○○○측으로부터 전해 듣고 “CJ에 조만간 안 좋은 일이 생기겠구나”하고 우려했다고 한다.

그러나 K씨는 청와대 관계자가 CJ에 왜 자금지원을 요청했는지 구체적인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다만, K씨는 “○○○는 기업에 개인적으로 자금을 요구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니다. 그는 윗선의 지시를 받아 CJ에 자금지원을 요청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최순실씨가 이 자금지원과 관련 있느냐는 질문에 K씨는 “구체적으로 말하기 힘들지만 박 대통령이 필요해 직접적으로 자금지원을 지시한 것은 아닌 걸로 안다”고 말했다.



윤지환기자 musasi@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