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면세점 입찰 앞둔 유통업계 ‘뒤숭숭’
롯데ㆍ두산ㆍ한화ㆍSK ‘ 최순실 게이트’ 연루
면세점. 호텔신라 승승장구에 삼성가 영향설


문화ㆍ체육계를 중심으로 퍼진 비선 실세 ‘최순실 게이트’가 유통 업계까지 손을 뻗었다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면세점 업계는 올 초부터 서울 시내 면세점 입찰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여왔다. 경쟁에 참여한 기업만 해도 롯데, 호텔신라, SK, 한화, 두산 등 쟁쟁한 대기업들의 이름이 눈에 띈다.

그런데 이 기업들이 최순실씨와 관련된 재단에 거액의 기부금을 낸 것으로 알려지면서 면세점 입찰에는 과연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주목되고 있다. 특히 최씨 모녀에게 거액의 특혜를 제공해 본사 압수수색을 당한 삼성의 행보가 호텔신라의 사업과 어떤 영향을 주고 받았는지도 관심사다.

소문 무성했던 ‘친 정권’의 정체는 최순실?

지난해부터 유통 업계를 달궜던 서울 시내 면세점 입찰에도 현 정권 비선 실세 최순실씨의 그림자가 어른거렸다.

올 초에 진행됐던 면세점 입찰 결과를 두고 일부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결과를 이해할 수 없다는 이야기가 흘러 나오기도 했다. 물론 이는 탈락한 기업들을 중심으로 형성된 여론이었다.

그러나 기존 면세점 매출 1위 사업자였던 롯데 월드타워점의 탈락은 유통업계에서도 충격으로 여겨졌다. 당시에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의 경영권 분쟁이 악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 주를 이뤘다.

면세점 입찰을 취재하던 당시 업계 관계자는 “입찰권을 따낸 A기업을 두고 현 정권과 친해 면세점 입찰에서 좋은 결과를 거뒀다는 소문이 파다했다”고 말한 적도 있다. 당시에는 모호한 형태를 띠고 있었던 면세점 입찰과 관련한 소문이 ‘최순실 게이트’가 드러나면서 기업들의 ‘기부금’과도 연관되고 있다.

지난 10월 관세청 국정검사에서도 이와 관련된 내용이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은 “한화도 미르 재단에 15억원, 두산도 7억원을 기부했다”며 “면세점 사업자 선정은 기금 대가성”이라 지적하기도 했다. 한화는 계열사 한화생명이 미르재단에 119억원의 기부금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그룹의 계열사인 두산중공업은 적자에도 불구하고 미르ㆍK스포츠재단에 4억원을 냈으며 두산 역시 7억원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롯데 월드타워 면세점의 재허가를 받지 못해 ‘충격의 탈락’을 겪은 롯데는 K스포츠재단에 17억원을 기부했고, 70억원을 추가로 기부했다가 돌려받았다. 워커힐 면세점 재허가에 실패한 SK 또한 계열사 SK하이닉스를 통해 68억을 미르재단에 낸 것으로 알려졌다. SK는 또 K스포츠재단으로부터 80억을 기부하라는 압력을 받은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호텔신라 승승장구 ‘뒷말’ 나오는 이유

특히 삼성그룹의 경우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정체를 일찌감치 파악하고 최씨 모녀에게 특혜 지원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삼성이 승마협회의 올림픽 유망주 지원 프로그램 명목으로 최씨가 소유하고 있는 독일 코레스포츠에 280만유로(약 35억원)를 보낸 정황을 확인했다. 이와 관련해 삼성그룹은 지난 2008년 이후 8년만에 본사 압수수색을 당하기도 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동생 이부진 사장이 이끄는 호텔신라 역시 서울 시내 면세점 시장에 진출해 있다. 호텔신라는 지난해 현대산업개발과 함께 합작법인을 설립한 후 용산 지역에 HDC신라면세점의 문을 열었다. 타 면세점들이 명품 브랜드 입점에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루이뷔통 입점을 성공시키며 눈길을 끌기도 했다. 오는 연말로 예정된 서울 시내 면세점 추가 입찰에서도 삼성동에 부지를 낙점한 후 지난 9월 추가 신청 의사를 밝혔다. 또한 호텔신라는 이부진 사장의 오랜 숙원으로 알려진 서울 장충동 한옥호텔 허가도 따냈다.

이렇게 ‘승승장구’한 호텔신라에 ‘최순실 게이트’ 의혹이 오버랩되고 있다. 호텔신라가 최씨의 입김으로 여러 혜택을 본 게 아니냐는 의심섞인 뒷말이 돌고 있는 것이다.

특히 최씨가 주도한 비밀모임으로 세간에 떠돈 ‘팔선녀’ 시비가 호텔신라를 둘러싼 의혹을 확산시켰다. 팔선녀 논란은 최씨를 중심으로 고위 관료 아내, 대기업 오너 등 여성 8명이 팔선녀란 모임에서 국정 전반을 주물렀다는 의혹이다.

그러나 ‘팔선녀’는 최씨를 포함한 여성 8명의 모임이 아니라 최씨가 자주 드나들었던 호텔신라 중식당 ‘팔선’에서 비롯됐다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즉, ‘팔선녀’란 최씨를 지칭하는 다른 표현인 셈이다.

‘팔선녀’ 의혹의 핵심은 강남 청담동에 살고 있는 최씨가 근처 일류호텔이나 유명 중식당을 마다하고 호텔신라 중식당을 자주 이용했느냐 하는 점이다. 중식당 음식에 대한 개인 기호 때문이라고 하더라도 최씨가 ‘팔선녀 논란’이 일 정도 단골이란 점에서 그동안 호텔신라에 유리한 몇몇 결정이 최씨와 관련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최씨가 단골로 있던 성형외과가 청탁의 중심으로 떠오르면서 호텔신라와 최씨 관련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 최씨가 단골로 있던 성형외과 원장과 연관돼 있는 회사 ‘존 제이콥스’의 메디컬 코스메틱 브랜드 ‘제이프라스’가 서울 장충동 호텔신라 면세점에 입점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지난 2005년 설립된 존 제이콥스는 시술로 인한 피부 자극을 완화해 주는 화장품을 주로 생산해 왔다. 이 제품을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설 선물로 돌린 것으로 알려지면서 특혜 의혹이 불거졌다. 일부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최씨가 단골로 있던 성형외과 원장은 존 제이콥스 제품 개발에 깊숙이 관여해 있다고 한다.

중소 기업들이 대형 면세점에 입점하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라는 것이 유통 업계 관계자들의 증언이다. 통상적으로는 온라인몰 입점이 먼저고 그 다음이 오프라인 매장 입점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존 제이콥스가 어떠한 경로로 신라면세점에 입점할 수 있었는지 의혹은 커지고 있다.

호텔신라 측은 관련업계나 세간의 의혹, 뒷말 등에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본사와 무관한 소문 등에 일일이 해명하는 것이 오히려 역효과를 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명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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