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투자자당 ‘1000만원 투자한도’… P2P 업체 “불합리한 조치” 반발

P2P 대출 가이드라인, 투자자보호 취지의 1000만원 투자한도 설정

P2P 금융업체 “금융소비자들 결국 고금리 대출에 돌아갈 것” 우려

투자한도 제한, P2P 금융의 장점 상실로 이어질 가능성 높아

금융당국과 P2P 금융업체들 간 갈등이 생기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P2P 업체에 대한 법제화 방안을 발표하며, 투자한도에 제한을 두기로 했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 측은 투자자 보호를 위해 필요한 조치였다는 입장이다. 반면 P2P 업체들은 개인투자자당 1000만원이라는 투자한도를 납득할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이 투자한도 제한이 현재 초기 성장단계에 있는 P2P 금융시장에 제동을 걸 뿐만 아니라, P2P 금융소비자들에게도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번 결정이 바뀔 가능성이 높지 않고, 큰 논란으로까지 번지지 않을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이에 P2P 업체들은 금융당국이 일방적이며 불합리한 정책추진을 했다는 사실을 제시하며 맞불을 놓고 있다.

P2P 대출을 두고 현재의 잡음이 일기 시작한 것은 지난 2일 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가 제8차 금융개혁 추진위원회를 통해 ‘P2P 대출 가이드라인 제정 방안’을 발표하면서부터다.

당시 금융개혁 추진위원회 등은 P2P 대출 규율체계의 법제화 필요성을 강조하며, 기존 대부분의 P2P 업체들이 적용 해오지 않아 왔던 투자한도액을 설정하기로 결정했다.

금융위는 “투자자들이 과도한 금액을 투자하고 상당한 손실을 입는 경우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연간 1개 P2P 업체를 기준으로 동일 차입자 및 총 누적금액 한도를 설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개인투자자가 P2P 업체를 통해 돈을 빌릴 때 동일 차입자에 대해 500만원 그리고 총 누적금액 1000만원을 넘을 수 없게 됐다. 또 이자·배당소득이 2000만원 또는 사업·근로소득이 1억원을 넘는 개인투자자라면 동일 차입자에 대해 2000만원 그리고 총 누적금액 4000만원으로 한도가 설정된다.

반면 금융투자상품 잔고가 5억원 이상으로 소득액 1억원 또는 재산가액 10억원 이상을 보유하는 등 리스크 관리 능력이 있는 법인투자자 및 전문투자자의 경우 별도의 한도를 부과하지 않아도 된다.

금융위는 이번 가이드라인을 통해 P2P 대출의 ‘투자자 보호’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는 데 큰 기여를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특히 가이드라인이 금융당국과 정치권 그리고 P2P 업체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P2P 대출 투자자들 중에는 위험을 제대로 인지하고 투자하는 분들도 많지만, 대부분이 그렇지 않았다”며 “이번 가이드라인을 통한 투자한도 설정으로 일반투자자·개인투자자들을 보호하는 장치가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모든 투자자들의 투자한도를 1000만원으로 제한한 것이 아니고 위험관리 능력에 따라 차등했다”며 “현재 P2P 대출이 활성화 초기단계로 연체율이 낮은 편이지만 앞으로 투자자들에게 다양한 위험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투자자 보호를 위한 투자한도 설정은 필요성이 있었다”고 말했다.

반면 P2P 금융 관련업계는 이에 강력히 반발하며 나서고 있다. 금융위가 P2P 업체들의 입장을 충분히 반영했다고 전했지만, 이들은 이번 가이드라인에 대해 금융당국의 일방적이며 불합리한 결과라고 주장하고 있다.

금융위는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기 약 3개월 전부터 P2P 업체들과 본격적 접촉을 시작했다. 이에 한국P2P금융협회(이하 P2P금융협회)는 금융당국과의 논의를 위해 P2P 업체 대표로 나섰고, 협회 회원사 업체들과 일주일에 한 번씩 전체 회의를 나누며 그 결과를 종합해 금융위 측에 전달했다.

P2P금융협회 관계자는 “처음에는 금융당국이 우리 업체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는 분위기였다”며 “도중 금융위 측이 P2P 대출의 투자자 보호 방안 중 하나라며 투자한도 설정에 동의해줄 것을 요구했고, 그 한도는 개인투자자당 누적 투자금 1억원이었다”고 설명했다.

사실 P2P 업체들에 개인투자자의 투자한도 설정 제안을 선뜻 수락할 이유는 없었다. 세계 P2P 금융시장 어디에도 투자한도를 설정한 곳은 존재하지 않는다.

특히 금융소비자들이 P2P 대출을 선호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비교적 자유로운 투자한도임에도 이에 규제를 걸게 된다면, 현재 유지 중인 P2P 대출의 합리적 금리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P2P금융협회 관계자는 “금융위의 투자한도 설정 제안이 쉽게 동의할 사항은 아니었지만, 회원사들과 국내 금융투자 시장의 성향을 충분히 고려했다”며 “금융위 측이 제시한 1억원의 개인투자자 투자한도액에 대해 합리적 수준이라 판단해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P2P금융협회 측이 가이드라인 발표 직전에 전달받은 개인투자자의 대출한도는 총 누적금 1억원에 한참을 못 미치는 1000만원이었다. 이 1000만원이라는 한도는 P2P금융협회와 금융당국과 3개월간의 협의 중 단 한 번도 언급된 적이 없었다.

P2P금융협회 측은 “금융위가 제안한 1억원의 투자한도를 동의한 뒤 추가적 협의가 있을 줄 알았는데 투자한도에 대해 매듭을 졌다”며 “우리는 3개월 동안 투자한도에 대해 1억원으로 알고 투자자 보호 방안을 위한 다른 사항에 대해 논의해 왔는데, 가이드라인 발표 겨우 2시간 전에 개인투자자의 대출한도가 1000만원으로 결정됐다는 소식을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때문에 P2P금융협회를 비롯한 다수의 P2P 업체들은 금융위의 이번 발표를 인정할 수 없고, P2P 업체들의 입장을 충분히 반영해 가이드라인을 반영했다는 금융위의 주장 역시 사실이 아니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1000만원 이상 P2P 금융 투자규모, 전체 투자액 80% 차지

P2P 업체들은 금융당국의 이번 P2P 대출 가이드라인 제정이 일방적이며 부당하다고 반발하고 있지만, 이 목소리가 결과를 바꿀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당국은 이것이 큰 논란으로까지 이어지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때문에 향후 P2P 업체 측과 꾸준한 의견교환을 통해 가이드라인을 보완해 나갈 수 있지만, 그 내용이 크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금융위 서민금융과 관계자는 “P2P 업체 측에서 기존에 대출금액 한도에 대한 기준이나 규제가 없던 상황에서 새로운 규제의 적용을 받게 되기 때문에 일부 반발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현 상황에서 가이드라인 내용이 바뀔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P2P 업체 측은 금융당국이 개인투자자의 1000만원 대출한도를 강행한다면, P2P 대출상품의 중금리 유지가 사실상 힘들어지고 금융소비자 피해로까지 이어지는 등 파장이 상당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주간한국>이 P2P금융협회 등을 통해 확인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까지 국내 P2P 업체를 통해 이뤄진 누적 투자액수는 약 3300억원으로 업계에서는 12월이 되기 전까지 4000억원을 넘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여기서 1000만원 이상을 투자하는 P2P 금융 이용자 수는 전체의 약 20%로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정도는 아니지만, 이 20%의 투자금액 비중은 전체 누적 투자액의 80%에 이를 정도로 상당하다.

쉽게 말해 P2P 금융 누적 투자액수 4000억원의 80%인 3200억원의 투자금이 1000만원 이상의 투자자들로부터 나온다는 의미다. 때문에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대로 개인투자자에 1000만원의 대출한도를 설정한다면, P2P 금융 이용자수뿐만 아니라 누적 투자액 역시 급격히 줄어들 수밖에 없다.

만약 정부 측으로부터 어떠한 지원도 받고 있지 못한 채 이런 현상이 더욱 심화된다면, 이익 창구가 줄어든 P2P 업체들 역시 현재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는 중금리 대출을 사실 상 포기할 수밖에 없다.

물론 이는 금융위가 P2P 대출 가이드라인의 내용에 실은 ‘투자자 보호와 핀테크 성장이라는 정책목표의 조화’ 그리고 ‘P2P 업체의 창의·혁신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투자자 보호’라는 취지와 어울리지 않는다.

P2P금융협회 측은 “가이드라인을 통한 법제화가 P2P 업체와 금융소비자 양측에게 이로운 방향으로 가야 하지만, 이번 발표는 누가 보더라도 성장 초기단계인 P2P 업계 활성화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고 소비자들의 선택권도 축소하는 것”이라며 “제1ㆍ2금융권과 우리 P2P 업체들의 건전한 서비스 경쟁을 촉진함으로써 서민 금융에 혜택을 주는 방향으로 정책이 이어져야 함에도, P2P 시장과 소비자들에게 까지 피해를 줄 수 있다”고 호소했다.

투자한도 제한, P2P 업체 장점 상실로 번질 가능성 높아

사실 P2P 대출을 이용하는 대부분은 중·저 신용등급을 가진 금융소비자들이다. 이들은 제1금융권에서 원하는 만큼의 돈을 쉽게 빌릴 수 없고 저축은행과 대부업체에서의 고금리 대출에 부담을 느낀다.

P2P 대출은 투자자보호 장치가 구체적으로 마련되지 않았지만, 신용도와 대출한도가 비교적 합리적이며 대출 심사 절차도 빠른 편이기 때문에 고금리 대출의 대안으로 평가 받고 있다. 이에 저축은행과 대부업체들 역시 경쟁적으로 대출 금리를 낮출 수밖에 없었다.

P2P 업체 한 관계자는 “원래 저축은행과 대부업체 상당수가 부동산 후순위 담보대출에 최고금리를 적용하고 있었는데, P2P 업체들이 부동산 후순위 담보대출을 주요 상품으로 진행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며 “P2P 측이 이 담보대출에 12~15%라는 비교적 낮은 금리를 제공하면서 이들 업체들도 어느 날 금리를 낮췄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만약 P2P 대출의 투자한도가 1000만원 수준으로 법제화된다면, ‘서민’ 금융소비자들은 자신들이 원치 않는 고금리 대출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고 소비자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투자한도 제한으로 P2P 업체들의 ‘선대출이 가능하다’라는 장점이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P2P 대출 투자자들의 대부분은 비우량 대출자로 금리만큼이나 대출실현의 ‘즉시성’에 민감하기 때문이다.

P2P금융협회 측은 “우량 대출자들은 보다 꼼꼼하게 업체 간 금리를 따지지만, P2P 대출 이용고객들은 대부분이 비우량이기 때문에 금리가 약간 높더라도 한도가 높고 빠른 대출실행이 가능한 업체를 찾는다”라며 “만약 대부업체들이 P2P 업체보다 5% 이내 차이로만 높은 금리를 설정하고 선대출에 보다 신경 쓴다면 1000만원 이상 한도의 대출이 가능한 장점까지 가지기 때문에 금융소비자들은 울며겨자먹기로 이들 고금리 대출에 향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P2P 업체들이 중금리 대출 시장을 조성하면서 서민 금융경제에도 긍정적 영향을 끼쳤는데, 투자한도를 제한한다는 것은 투자자 보호가 아닌 투자자들에 고금리 대출을 부채질할 수 있다”며 “이는 금융권의 고금리 대출에 대해 비판하는 정부 측의 입장과는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 10월 실시된 20대 국회 첫 국정감사에서는 일부 저축은행과 대부업체들이 고금리 대출영업을 하며 서민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문제가 크게 거론됐다.

정치권에서는 이들 저축은행과 대부업체들의 초고금리 대출행태를 뿌리뽑겠다며 대출금리를 인하할 것을 후속조치로 요구했다. 때문에 P2P 대출 투자한도 설정으로 P2P 금융시장이 탄력을 잃고, 여기에 기대를 걸었던 금융소비자들이 다시 고금리 대출을 받게 된다면 당시 국정감사에서의 조치는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다.

P2P 업체뿐만 아니라 다른 금융권에서도 이번 금융위의 가이드라인에 대해 납득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이 진정으로 투자자 보호를 강화하고 싶었다면, 예치금 보관방법의 투명성 확보나 부실의심 업체 예방에 관한 규정에 비중을 둬 가이드라인에 반영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물론 이번 가이드라인에는 P2P 업체 명의의 투자금 관리계좌의 별도 개설 등 투자금 보호 장치 마련과 업체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 의무 등의 규정이 실려 있다. 그러나 업체 간 자유롭고 건전한 경쟁에 해가 될 수 있는 1000만원의 투자한도 제한은 투자자 보호로 얻는 이익보다 이로 인해 빚어지는 다양한 부작용이 더 많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국내 저축은행 한 관계자는 “최근 저축은행들이 핀테크 사업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고 P2P 업체들과 업무제휴의 움직임도 많은데, 개인투자자 1000만원이라는 투자한도라는 큰 제약이 생긴다면 대출한도가 3000만원인 햇살론에 지나치게 비교돼 관심이 멀어질 가능성이 있다”라며 “저축은행 입장에서는 금융당국의 해당 가이드라인에 반대할 입장은 아니지만, P2P 업체와 저축은행, 대부업, 카드사 등 업계 간 형평성 차원에서 금융당국이 보다 더 신중하게 규정을 마련하지 못한 것은 P2P 업체들에게는 아쉬움으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융위는 P2P 대출 가이드라인에 대한 행정지도 예고를 11월 3번째 주에 발표하기로 했지만, 미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행정지도 예고 절차가 완료되면 가이드라인 내용을 조속히 시행하고, 기존 P2P 업체들에게는 사업정비를 위한 3개월의 유예기간을 부여할 예정이다.

한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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