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

AI여파 ‘계란수입’, 근본적 대책될까

유통구조 문제 커…개선 않고 뒷전

수입란, 국산 계란보다 고가 책정 전망

가격폭등 원인의 의심 대상은 ‘대상인ㆍ중상인’

사재기 등 시세조종 행위 강력한 처벌 촉구


  • 계란값 안정을 위해 정부가 외국산 계란의 수입을 결정하면서 근본적 해결책 마련에 대한 잡음이 일고 있다. (사진=연합)
정부가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AI)로 폭등한 계란값 안정을 위해 외국산 계란의 수입을 결정하면서 잡음이 일고 있다. 이번 문제를 계란 유통의 비정상적인 구조의 점검 및 제재가 아닌, 수입으로 쉽게 해결하려 한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업계 일부에서는 계란값 상승을 부추긴 원인은 공급부족만이 아닌, 산지에서부터 소매점으로 전해지기까지의 유통구조에서 발생한 시세조종 행위라는 목소리다..

AI 발생으로 당국이 산란계를 살처분 하면서 계란값이 폭등했다. AI가 터진 지난해 11월 기준 특란 한판(30개)의 소매가는 5000원대였지만, 현재는 8000원대 이상으로 올랐다. 계란 한 개당 300원대에 육박하며 말 그대로 ‘황금란’이 된 상태다.

정부는 이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최근 무관세로 신선란을 수입하기로 결정했다.

우선 기획재정부는 지난 3일 신선란 및 계란가루 등 8개 품목의 수입과 관련된 대책을 마련하며, 기존 8∼30%에서 관세율이 형성됐던 이 품목 9만 8000톤을 4일부터 무관세로 수입하는 긴급할당관세 규정을 의결했다.

이어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5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aT센터에서 외국산 계란 수입에 대한 설명회를 갖고 국내 계란 수급현황 및 지원 방안 그리고 계란 수입관련 구체적인 계획을 밝혔다.

수입 계란은 미국과 캐나다 등 5개국으로부터 들여올 예정으로 우리 정부는 수입에 드는 항공 운임의 절반가량을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이번 결정에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 없이 수입으로 무마하려 한다는 비난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업계에서는 해당 수입란의 국내 판매가격이 개당 300원 이상에서 형성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때문에 현재 국내산 계란도 300원이 넘지 않는 만큼, 정부의 이번 결정이 국내 계란 가격을 개당 300대 수준에서 묶어두려 한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정부 예산을 들여 부담스러운 항공 운임료의 절반을 지불하면서까지 비싼 수입계란을 시중에 풀어야만 하는가에 대한 지적이 일고 있다.

특히 기존까지 국내산 신선란을 당일 출시해 소비자들에 제공하던 구조에서, 출하 및 검역ㆍ검사 등 유통까지 수일이 걸리는 수입 계란의 신선도도 장담할 수 없다는 문제가 생긴다. 또 향후 계란값이 안정화되면 국산 신선란의 경쟁력 악화 등으로 인한 농가 피해 역시 고민해야 할 과제다.

이에 정부가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계란 유통의 비정상적인 구조를 점검하고 강력한 제재를 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국내산 계란의 유통 구조는 생산지에서 대상인, 중상인 그리고 소매점으로 총 4단계에 걸쳐 이뤄진다.

AI로 인한 산란계 살처분으로 인해 산지에서 계란 생산량과 출하량이 줄어들어 단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결국 유통단가를 결정짓는 열쇠는 대상인과 중상인들이 쥐고 있다. 이들은 다양한 농장에서 계란을 받아 비축할 수 있고, 이번 계란값의 비현실적 폭등에 원인이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40일 동안 산란 가능한 닭 7000여만 마리 중 30%에 달하는 2000여만 마리가 폐사했는데, 이 30%의 생산량이 줄어 계란값이 3배까지 뛴다면 비현실적 폭등이라고 할 수 있다”며 “지역 곳곳의 소매점을 가보면 알겠지만 어느 대형마트는 계란 한판에 1만원을 웃도는 가하면, 계란의 재고가 넉넉해 구매제한도 없고 한판에 기존처럼 5000원대에 판매하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이번 계란값 폭등의 원인이 생산량 자체가 줄어들며 비롯된 부분도 있지만, 전체적 생산량 축소보다 대상인들로부터 시작하는 유통단가의 상승이 이번 대란을 부추기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AI로 인한 살처분이나 지난해 여름의 기록적 폭염 등의 경우처럼 산란계가 부족해지면 신선란이 부족해질 수밖에 없다.

이때 계란을 가장 많이 보유할 수 있는 이들이 있다. 바로 대상인과 중상인이다. 산란계가 부족 현상이 일어나더라도 이들은 다수의 농장에서 신선란을 받아 저온시설에 이를 보관해 둘 수 있다.

때문에 생산량 저하를 걱정하는 산지와 가격 폭등에 불만을 표하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이들 대상인과 중상인은 크게 아쉬울 점이 없다.

업계 관계자는 “대상인과 중상인들이 결탁해 다수의 신선란을 저장해 놓고 더욱 값이 폭등하기를 기다린 다음 소매상에 푸는 꼼수는 이곳 업계에서 알려진 사실”이라며 “결국 계란의 신선도를 보장할 수 없는 상태로 소매점으로 넘어가지만 계란수급이 어려울 때 이마저도 비싼 값에 받을 수밖에 없고, 최종 가격을 책정하는 쪽은 소매점이기 때문에 비현실적 가격에 대한 비난의 화살은 소매점이 전부 맞게 된다”고 말했다.

이에 계란 수입을 통해 가격을 묶어두려는 정책보다 유통구조의 숨겨진 문제점을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물론 최근 논란이 됐던 ‘SPC그룹’의 직원들을 동원한 계란 사재기처럼 시세를 조장할 수 있는 행위에 대해서도 강력한 제재를 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편, 지난 3일까지 살처분된 가금류는 약 3033만 마리로, 이중 산란계는 2245만 마리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가가 정상화와 계란값 안정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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