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 인도네시아 투자에 LH도 참여…후폭풍 피할까

‘반무슬림’ 트럼프에 뿔난 인도네시아… 트럼프, 인도네시아 사업 멀어져

하리, 인도네시아 대통령 출마 선언에 ‘트럼프와 사업관계 흔들릴 가능성 높아’

LH 관계자 “리도프로젝트에 투자는 이뤄지지 않은 상태… 큰 우려 없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와 하리 타노수딥조 인도네시아 MNC그룹 회장 간 사업상 잡음이 예상되며 LH(한국토지주택공사)에도 우려감이 높아졌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2015년 트럼프 당선인과 하리 회장이 대규모 건설 프로젝트에 대한 협약을 맺었지만, ‘반무슬림’ 정책을 지지하는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이 실현되며 무슬림 인구가 절대적인 인도네시아 내에서 이 사업에 대한 반감을 사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하리 회장도 인도네시아 대통령 선거 출마를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있고, 향후 인도네시아 민심에 민감해지면서 두 사람의 사업상 관계가 흐지부지해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LH도 2015년 10월 하리 회장과 양해각서를 체결하며 이 대규모 건설 프로젝트의 참여에 대한 의지를 보인 만큼, LH의 사업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당선자와 하리 회장은 지난 2015년 8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남부 보고르 지역에 거대 규모의 테마파크와 휴양시설을 짓는 ‘리도 프로젝트’ 협약을 맺었다. 본래 하리 회장은 트럼프 당선자가 제공한 6성급 럭셔리 리조트 브랜드를 발리와 자카트타에 각각 건설하면서 사업관계를 이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하리 회장이 오는 2019년 인도네시아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것을 적극적으로 고려하는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하리 회장은 최근 호주 ABC방송을 통해 “우리는 국가에 해결책을 가져다 주는 성실한 지도자가 필요하다”며 “인도네시아의 문제를 고칠 수 있는 내가 믿을 만한 사람이 없다면, 나는 대선에 출마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리 회장은 지난 2014년 부통령 선거 낙마 이후 꾸준히 정계 진출 행보를 보여 왔고, 그만큼 그의 대선 출마 가능성이 크다는 목소리가 지배적이다.

이에 국내외 다수의 언론에서는 트럼프와 하리 두 거물의 사업뿐만 아니라 성공적 정치 관계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며 주목하고 있다.

그러나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 등 일부 외신들은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와 인도네시아 하리 타노수딥조 MNC그룹 회장 간 사업상 ‘이해상충(Conflicts of interest)’이 잠재한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은 대통령 역할을 하는 동안 자신의 사업에서 물러나 있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하리 회장도 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사업을 뒤로 미뤄둘 수밖에 없고, 만약 대통령이 된다면 자신의 사업과 멀어지며 트럼프 당선인과의 사업 관계도 이전만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물론 트럼프 당선인 측은 자신의 가족 등에게 기존 사업의 경영권을 넘기겠다고 밝혔고, 하리 회장 역시 대리인을 통해 사업을 지속할 수 있다. 그러나 오너가 직접적으로 경영에 관여하는 것만큼의 결과를 기대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해상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두 사람 모두 사업가 또는 억만장자가 아닌 ‘국가 지도자’ 입장이 된다면 더 이상의 긍정적인 사업파트너 관계를 유지하기 힘들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트럼프 당선자가 사업자가 아닌 정치인으로서 추구하는 노선은 인도네시아의 정서와 전혀 맞지 않는다.

그는 대통령에 당선되기 이전부터 유세현장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무슬림(이슬람 신자)들을 미국에 입국시키지 말아야 한다”는 ‘반무슬림’ 주장을 적극적으로 펼쳐왔다.

대통령 당선이 실현되면서 트럼프 당선인은 이전에 반발을 불러일으켰던 일부 공약과 발언에 대해 철회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다수의 외신들은 ‘무슬림의 미국 이민에 대한 완벽한 통제(Total and complete shutdown of Muslim immigration to the U.S)’ 등 트럼프 당선인의 무슬림 정책에 대한 태도는 바뀔 가능성이 없다고 전망하고 있다.

전 인구의 90%가 이슬람교를 믿고 있는 인도네시아 내에서 ‘반트럼프’·‘반미’ 움직임은 그가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더욱 거세졌다.

최근 자카르타에 위치한 미국계 고급호텔들도 이슬람 주의자들에 의해 수차레 테러를 당했다. 단순한 국민적 정서뿐만 아니라 언론과 정치권에서도 지난해 9월 세트야 노판토 하원의장 등 인도네시아 정치인사들이 미국 뉴욕의 트럼프타워에서 트럼프 당선인과 리조트 건설 프로젝트를 논의한 것에 대해 맹비난을 퍼부으며 트럼프에 대한 반감을 노골적으로 표출하고 있다.

이에 하리 회장에게 트럼프 당선인은 ‘정치적 행보’에 있어 큰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하원의장이나 부통령이 아닌 인도네시아의 대통령을 목표로 하고 있는 하리 회장에게 반무슬림 정책을 고수하는 트럼프는 더 이상 정치적·사업적 파트너가 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리도 프로젝트도 ‘주요 투자자’인 트럼프 당선인이 손을 빼면서 발목을 잡힐 가능성이 높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그가 대통령 재임기간 동안 사업에서 물러날 뿐만 아니라 ‘이해상충을 초래할 수 있는 외국기업과의 거래를 끝내겠다’고 약속한 만큼 이런 결과는 불가피하다는 관측이다.

만약 트럼프 당선인의 변심으로 인해 리도 프로젝트에 큰 타격이 가해진다면 LH도 적지 않은 우려를 낳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LH는 지난 2015년 10월 리도 프로젝트에 협력하겠다는 양해각서를 체결하며 리도 프로젝트에 합류했기 때문이다.

당시 LH는 리도 프로젝트에서 신도시와 대규모 사업단지, 복합리조트 등에 협력하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때문에 LH도 트럼프 당선인의 리도 프로젝트에 대한 향후 행보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인도네시아 최고의 재벌이자 사업가와 맺은 대규모 프로젝트가 자칫하면 용두사미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LH 관계자는 “트럼프는 리도 프로젝트 1단계 사업에 참여하기로 했고, LH는 2단계 사업에 대 양해각서를 체결한 만큼 엄연히 다른 분야에 사업 투자가 이뤄질 것”이라며 “현재는 양해각서만 체결했고, 자금 투자는 이뤄지지 않은 상태로 트럼프가 사업에서 빠진다고 해서 우려는 하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리도 프로젝트는 1단계와 2단계 사업이 순차적으로 진행하는 만큼 1단계에서 발생하는 잡음은 2단계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하리 회장의 대통령 선거 출마 결정과 그에 따른 리도 프로젝트에 대한 태도가 소극적으로 변할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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