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대기업에 세운 칼날, ‘탈삼성’ 가속되나

삼성전자 “구로다전기 등 3사, 액정패널 공급중단으로 손해 끼쳐”

삼성전자 제품 하자-오너리스크, 일본 시장 내 추락 부채질

‘삼성이탈’에도 승승장구하는 日기업, 탈삼성 가속 우려

한민철 기자


삼성전자가 일본 전기·전자 업체를 상대로 5000억원 이상 규모의 국제중재 신청을 했다. 삼성전자는 국제중재 신청에 대해 일본 3개 업체가 액정패널 공급을 중단하며 자사에 손해를 입혔다는 입장이다. 물론 삼성전자 측의 이번 행보가 일본 내의 ‘삼성이탈’을 가속화시킬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구속위기는 면한’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과 브랜드 이미지가 현재 일본 내에서 추락을 거듭하고 있고, 최근 일본 주요 기업들이 삼성전자와의 협력관계를 끊더라도 리스크가 발생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이번 ICC 국제중재 신청 이후 국제시장에서의 행보에 우려를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19일 일본 구로다전기와 샤프전자 등을 상대로 미국 국제상업회의소(ICC)에 국제중재를 신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는 구로다전기 등이 텔레비전용 액정패널의 공급중단을 선언, 자사에 큰 손해를 끼쳤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 측의 국제중재 신청 대상은 구로다전기 외 3개 업체로 샤프전자 및 관련사도 포함돼 있다. 삼성 측이 이들 3개사를 상대로 청구한 중재신청 금액의 규모는 약 4억 9200만 달러(한화 약 5778억원)에 달한다.

구로다 전기는 전자부품의 제조·공급을 전문으로 하는 일본 내 대기업이다. 특히 국내외에 50개 이상의 지사를 두고 있고 연 2조 4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최근에는 경남 김해시 김해사이언스파크에 구로다전기의 자회사와 협력업체 21개사가 입주할 예정이다.

또 샤프전자는 현재 대만 훙하이그룹과 연합을 맺고 경영권 재건에 나서고 있다. 지난달에는 이들 2개사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액정 패널 제조업체 ‘사카이 디스플레이(SDP)’가 올해부터 삼성전자에 액정패널 공급을 중단하도록 발표했다.

SDP는 당시 결정에 대해 실적하락 및 액정패널 가격의 하락이 주요 원인으로 삼성전자 측이 패널 가격의 무리한 인상을 요구, 이에 대한 협상이 원만하기 이뤄지지 못해 공급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이에 삼성전자도 경쟁 업체인 LG디스플레이 등에 액정패널 물량을 요청할 수밖에 없었고, 일본 업체들의 공급중단 선언이 이어지자 ICC 중재신청의 문을 두드린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5년에도 ICC의 중재를 통해 마이크로소프트(MS)와의 특허료 분쟁 소송을 종료하고 합의할 수 있었다. 또 지난해 2월에는 ICC 중재재판소에서 삼성전자와 노키아가 2년 동안 줄다리기 해온 휴대전화 특허비용 분쟁의 중재를 서면서, 양사간의 원만한 협상을 이끌어냈다.

물론 복수의 일본기업을 상대로 한 삼성전자의 이번 ICC 중재신청을 두고 ‘삼성의 대일(對日) 비즈니스’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은 특별검사팀이 자신에게 청구한 구속영장에 대해 법원이 기각 판결을 내리며 한숨 돌리게 됐다.

그러나 이 부회장 및 삼성전자가 정경유착과 뇌물공여, 국회 위증 등 온갖 불법행위를 저지른 당사자로 일본 언론에서 연일 오르내리며, 이미지 타격과 일본 기업들의 삼성 이탈 움직임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분위기다.

실제로 일본 산케이신문은 최근 구속위기에 처했던 이재용 부회장에 대해 보도하며 “삼성이 쌓아 온 브랜드 추락이 불가피하다”며 “한국 경제에 타격이 예상되며, 삼성전자와 거래하고 있는 일본 전자부품 업체의 실적에도 악영향이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갤럭시 노트7’ 배터리 발화사고에 따른 삼성전자 대표제품의 신뢰도 하락 그리고 오너 공백의 우려 등 악재가 겹쳤다.

특히 갤럭시 노트7에 리튬이온 배터리를 공급해온 일본 전자업체 TDK 그리고 부품 납품을 담당했던 무라타제작소 등도 발화사건 이후 기업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으며 일본 전자업계에서 삼성전자와의 협력에 대한 회의적 반응을 낳고 있다.

때문에 현재 일본 내 약 10% 미만의 스마트폰 판매 점유율의 하락과 실적만큼이나 기업의 도덕성과 이미지를 중요시하는 일본 소비자 및 기업들의 ‘삼성이탈’을 전망해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물론 일본 내에서는 삼성전자와의 단절이 기업에 큰 위험요소로 작용하지 않는다는 분위기도 형성되고 있다. 이는 삼성전자로부터 ICC의 국제중재의 대상이 된 샤프전자와 구로다전기의 현재 상황만을 보더라도 알 수 있다.

도쿄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샤프전자의 주가는 지난해 11월부터 고공행진을 거듭했다. 이어 지난달 SDP의 삼성전자 액정패널 공급중단이 발표되자, 더욱 급격한 주가 상승곡선을 그리며 삼성이탈에 따른 우려를 불식시켰다.

구로다전기 역시 삼성전자의 ICC 국제중재 신청 당일 주가가 다소 흔들렸으나, 다음날 안정을 되찾고 19일 이전의 주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때문에 삼성전자의 오너 문제와 일본 기업에 칼끝을 향하고 있는 이번 ICC 국제중재 신청이 향후 일본 소비자들과 기업의 ‘탈삼성화’를 더욱 부채질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한편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번 ICC 국제중재 신청에 대해 “확인하기 어려운 사안”이라며 말을 아꼈다.

한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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