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별 변화보다 ‘안정’ 선택 분석

대표이사 교체율, 16.9%로 전년비 1.7%p 하락

삼성그룹, 22개 계열사 대표이사 27명 중 단 2명만 교체

롯데그룹·현대중공업그룹, ‘세대교체’위해 대표이사 교체율 높아

한민철 기자


연말연초에 단행된 국내 30대 그룹의 인사에서 계열사 대표이사가 6명당 1명꼴로 교체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의 16.9%에 불과해 주요 기업들이 변화보다는 대체로 안정을 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사업보고서를 제출한 국내 30대 그룹 계열사 264곳의 대표이사들의 교체 현황을 분석한 결과, 총 355명 중 60명의 대표가 바뀐 것으로 밝혀졌다.

구체적으로 30대 그룹 대표이사들의 교체율은 16.9%였다. 이는 전년도 같은 기간의 18.6%와 비교해 1.7%포인트가 낮아진 수치로 대표이사의 임기가 통상 3년인 점을 감안한다면 굉장히 낮은 수치인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짧은 기간 동안 외부 경영환경이 급변하면서 대부분의 주요 기업들이 변화보다 안정을 택한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우선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기소 및 사내 ‘컨트롤타워’로 불리는 미래전략실의 해체로 진통을 겪고 있는 삼성그룹의 경우 22개 계열사 27명의 대표이사 중 단 2명(7.4%)만이 교체됐다.

구체적으로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4월 박동건 사장이 물러나면서 현재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대표이사를 겸직하고 있다.

또 삼성SDI는 지난달 28일 제47기 정기 주주총회 소집 이사회를 열고 기존 조남성 사장에서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장인 전영현 사장을 신규 사내이사로 선임했다.

삼성은 지난해에도 총 27명의 대표이사 중 3명(11.1%)만을 교체한 것에 그쳤다.

또 KCC와 하림, 영풍, 대우조선해양, KT&G 등 5개 그룹은 단 한명의 대표도 바꾸지 않고, 전원을 유임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대우조선해양과 KT&G는 지난해 각각 2명과 1명의 대표이사를 교체해 모두 100%의 교체율을 기록한 바 있다.

반면 지난해에 소위 ‘형제의 난’으로 경영권 분쟁에 시달렸던 롯데그룹은 30개 주요그룹 중 대표이사 교체율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특히 롯데그룹 내 16개 계열사 21명의 대표이사 중 무려 9명(42.9%)이 자리에서 내려왔다. 이는 30대 그룹 중 최대 교체 폭으로 전년도 20명 중 1명(5%)의 교체에 그친 것에 비해 심한 변화를 맞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롯데그룹은 지난달 23일 개최한 계열사 이사회에서 호텔롯데와 롯데면세점, 롯데월드, 롯데건설 등 주요 계열사 10곳의 정기 임원인사를 확정, 50대의 젊은 대표이사 선임으로의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최근 극심한 ‘수주가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대중공업그룹도 총 계열사 5개사 대표이사 6명 중 2명(33.3%)을 교체했다.

현대중공업도 롯데그룹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젊은 리더로의 세대교체를 위해 지난해 10월 현대미포조선 강환구 사장을 현대중공업의 대표이사 사장에 내정했고, 선박해양영업본부 가삼현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 발령했다.

그 외에 OCI(7.7%, 1명), 현대백화점·두산(8.3%, 1명), KT(9.1%, 1명) 그룹도 대표이사 교체율이 한 자릿수에 머물렀다.

한진(10%, 1명), 포스코(11.1%, 1명), LG(11.1%, 2명), 효성(12.5%, 1명), CJ(13.3%, 2명), 현대자동차(14.3%, 4명), 한화(15.8%, 3명), 금호아시아나(16.7%, 1명), GS(16.7%, 3명) 등의 대표이사 교체율은 10%대에 불과했다.

또 미래에셋(22.2%, 2명), 대림(22.2%, 2명), LS(22.2%, 4명), 한국타이어(25%, 1명), SK(26.8%, 11명), 신세계(27.3%, 3명) 등 6곳도 20%대로 대표이사의 교체율이 낮은 편에 속했다.

한편, 대우건설과 에쓰오일은 한 명뿐인 대표이사가 모두 바뀐 것으로 나타났다.

한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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