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업 영역 확장’ 목표”… 실패사례 연구, 리맥스코리아 밑거름

전 세계 네트워크 구축한 부동산 회사 설립 꿈, 현재 리맥스코리아 있게 해

법률전문가와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방법, 관건은 ‘마케팅’과 ‘정보력’

새롬에듀케이션과 업무협약으로 ‘준비된 인재 창출’

한민철 기자

국내에서 실패를 거듭한 ‘외국계 부동산 프랜차이즈’를 혁신적 사업 아이템으로 탈바꿈시킨 회사가 있다. 바로 미국계 부동산 전문 회사 ‘리맥스코리아(RE/MAX KOREA)’다. 창립 45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리맥스는 미국 콜로라도주(州) 덴버에 본사를 두고 있고, 세계 100여국에서 7000곳이 넘는 지점을 보유하고 있는 세계 최대 부동산 전문 프랜차이즈다.

지난 2013년 국내에 첫발을 내디딘 리맥스코리아는 이후 전국 9개 가맹점을 개설, 총 143명의 에이전트가 활동하고 있다. 리맥스코리아가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현재와는 반대로, 설립 초기에는 ‘외국계 부동산 프랜차이즈는 국내에서 성공하지 못한다’라는 우려의 시선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차별화된 선진 시스템 구축, 세계적 확장을 추구하는 사업철학 그리고 자격증 보유자를 진정한 전문가로 성장시켜주는 교육 과정으로 리맥스코리아는 현재 초기 우려를 불식시키고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주간한국>은 리맥스코리아의 신희성 대표를 만나 리맥스를 국내에 들여온 계기와 그의 사업철학 그리고 추구하는 방향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눠볼 수 있었다.

- 사무실 내부가 보통의 업무 공간과 다르다는 느낌이 든다. 크게 넓지는 않지만, 다양한 공간이 있다고 생각한다.

“사원들이 보다 활발하고 자율적으로 업무에 임할 수 있도록 사무실 내에 여러 공간을 마련해놨다. 우선 직원 교육과 팀별 회의를 위한 교육실이 있고, 다수의 프라이빗룸(개인업무실) 그리고 고객 상담실 등이 있다. 지난해 4월에 이곳 강남구 역삼동 한독빌딩으로 확장 이전을 했을 때, 상사와 부하직원이 마주 앉아 경직돼 있거나 상명하복의 업무가 이뤄지는 것보다 효율적·자율적 업무를 돕는 사무실이 되길 원했다. 특히 리맥스가 글로벌 회사로 다른 국내 회사들과 업무 공간에서부터 차별화돼야 한다는 점에 신경 쓴 결과라고 생각한다.”

- 리맥스라는 브랜드에는 원래부터 관심이 있었던 것인가.

“저도 부동산 업계에서는 오랜 경력을 쌓아오다 보니, 리맥스를 포함한 미국 유명 부동산 프랜차이즈 회사들에 대해 이미 잘 알고 있었고 이들과의 업무 제휴에도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단지 처음부터 리맥스의 한국 가맹점을 내야겠다는 포부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과거 미국 프랜차이즈 중 일부가 한국에도 지점을 냈지만, 리맥스가 들어와 있지 않다 보니 특별히 지켜보고 있는 정도였다.”


- 그렇다면 리맥스를 한국에 들여오자고 마음먹은 이유는 무엇인가.

“지난 2009년 12월 부동산 중개ㆍ컨설팅 전문 회사인 와이드파트너스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었다. 와이드파트너스는 주로 빌딩과 공장 등의 상업용·산업용 부동산을 전문으로 취급했는데, 설립 초창기부터 변치 않았던 회사 목표는 ‘사업 영역의 확장’이었다. 단순히 수도권 내 부동산에 머물지 않고 전국 단위, 나아가 전 세계에 네트워크를 구축해 부동산 중개와 컨설팅을 할 수 있는 회사를 꿈꿨다. 물론 기존 업무를 하면서 이런 확장의 욕구를 실현시키기란 쉽지 않았다. 새로운 시스템 구축을 위해 회사 책자와 문서부터 그 내용을 바꾸고 다국어로 만들어야 했고, 여러 정보의 시스템화ㆍ메뉴얼화 그리고 직원 교육 역시 새롭게 해나가야 했는데 보통일이 아니었다. 이런 한계에 부딪혀 전 직원들이 지혜를 모으고 있을 때, 선진 시스템을 구축해 놓은 해외 부동산 프랜차이즈 회사와의 업무 제휴에 대해 더 큰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 그 과정에서 리맥스와 인연이 닿게 된 결정적 계기는 무엇이었는가.

“사실 리맥스가 세계 최고의 부동산 전문 브랜드였지만, 주거용 부동산을 전문으로 하는 프랜차이즈로 사업부문의 측면에서 와이드파트너스와 100% 일치하는 것은 아니었다. 리맥스 측과 업무 제휴를 위한 회의를 거쳤지만, 역시 명쾌한 답이 떨어지지 않았었다. 그런데 2012년 4월경 태국 출장 중 리맥스 본사 관계자들을 우연히 만나 업무 제휴에 관해 보다 자세한 이야기를 나눠볼 수 있었다. 그때 리맥스의 세계적 네트워크 공유와 철저한 교육을 통한 전문적 에이전트 양성 그리고 와이드파트너스가 크게 비중을 두고 있지 않았던 주거용 부동산 영역 보완 등 여러 장점을 듣게 됐다. 특히 업무 제휴의 최우선 조건이었던 ‘우리와 사업 철학과 목표를 공유할 수 있는가’라는 점에 있어 리맥스의 사업 철학과 지향점은 와이드파트너스와 완벽히 일치하고 있었다. 당시 이들은 우리가 추구하고 있던 사업 철학과 지향점을 토대로 이미 진보의 정도를 넘어 완성단계에서 전 세계로 뻗어나가는 사업 영역과 시스템을 확보한 상태였다. 때문에 우리의 확장이라는 목표를 리맥스와 함께라면 실현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 리맥스와 곧바로 업무 제휴 계약까지 갔던 것인가.

“그것은 아니었다. 당시 리맥스가 국내는 물론이고 아시아권에 이제 막 진출을 하기 시작했던 시기였다. 중국에 2011년, 일본에는 2013년 리맥스가 들어왔기 때문에 주변국에서의 성공사례를 찾아볼 수 없었다. 특히 중국의 경우 2개의 리맥스 직영점을 1년 이상 유지해야 프랜차이즈 입점을 정식으로 할 수 있다는 조건도 있어 선뜻 계약서를 작성하기 힘들었다. 그래서 아시아권 리맥스 지점들을 직접 찾아가 여러 가지를 배우고자, 아시아에서 가장 큰 규모의 리맥스 가맹점을 확보하고 있던 싱가포르로 향했다. 당시 리맥스싱가포르의 대표와 만났는데, 그 분은 꽤 연세가 든 모양이었지만 업무에 있어 젊은 사원들 못지않게 활발했고 제가 꿈꾸는 부동산 프랜차이즈 리더의 모습을 갖추고 있었다. 이때 리맥스코리아를 설립하자는 생각에 확신을 가졌던 것 같다.”

- 리맥스가 와이드파트너스와 공유할 수 있는 부분이 상당했지만, 과거 국내에 진출했던 외국계 부동산 프랜차이즈들은 대부분은 실패한 뒤 철수했다. 이에 대한 불안감은 없었는지.

“왜 없었겠는가. 100년 이상의 전통을 가지고 리맥스와 미국 내 부동산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쌍벽을 이뤄왔던 콜드웰뱅커(Coldwell Banker)가 지난 2007년 한국에 들어와 5년도 안 돼 철수했었다. 때문에 리맥스와 접촉하기 전부터 외국계 프랜차이즈와의 업무 제휴에 조심스러움이 앞선 것이 사실이었다. 그런데 그 외국계 회사들이 국내에 진출해 철수하는 전 과정을 지켜보면서 그 실패 원인에 대해서도 철저히 연구해볼 수 있었다. 당시 외국계 부동산 프랜차이즈들은 이름 끝에 ‘코리아’라는 명칭만 붙여 간판만 새롭게 단 것에 불과했다. 당시 이 회사들은 카탈로그와 서류, 서적 등의 번역 작업 및 기타 시스템을 국내에 맞게 구축하는 작업에 애를 먹었었다. 특히 작업량보다 이를 위한 자금과 인력 확보도 힘들었고, 국내에서 생소했던 부동산 프랜차이즈라는 것을 통해 업계와 소비자들의 관심을 이끌어내는 것도 큰 과제였다. 그러나 대부분이 이 과정을 사실상 제쳐둔 채로 단순히 간판만 바꾼 채 국내 공인중개사들이 하는 영업 방식을 그대로 유지했다. 실패가 당연할 수밖에 없었다. 리맥스코리아는 똑같은 실패 절차를 밟지 않기 위해 이 기초 작업에 보다 공을 들였고, 2015년 본사와 마스터 프랜차이즈 계약을 체결한 이후 1년 반 정도가 지나자 시스템 구축이 어느 정도 안정 단계에 들어왔다. 앞서 언급한 와이드파트너스 시절부터 사업 영역 확장을 위해 했었던 새 시스템 구축 등의 작업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됐다. 물론 현재도 기초 작업은 소홀히 하지 않은 채 꾸준히 해나가고 있다.”


- 최근 국내 법률사무소들이 부동산 중개와 컨설팅 등 공인중개사 업무 영역에 활발히 진출해 경쟁을 피해갈 수 없는 상황이다. 이들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리맥스코리아만의 강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일반 소비자들에게는 변호사들이 공인중개사 또는 부동산 전문 프랜차이즈보다 더욱 신뢰감을 주고 전문성을 갖춘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런데 부동산 거래란 법 조항이 아닌 마케팅과 정보력에 달려 있다. 물론 사법고시에 합격한 법률전문가들이 부동산 관련법 조항 파악에 능통해 소송 등에서 큰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결국 부동산 소비자들의 니즈는 법 조항이 아닌 각자에 맞는 마케팅과 정보력에 있다. 소비자의 자산과 원하는 수익의 규모 그리고 관심 있는 분야 등을 종합해 내린 방향성은 결코 법 조항만으로 잡아주지 못한다. 리맥스코리아의 에이전트들은 법률전문가들 못지않은 자질을 갖추기 위해 공인중개사 시험 합격 후 현직에서 활동하면서도 부동산 관련법 교육을 해나가고 있다. 동시에 리맥스는 전 세계에 100개국 이상 7300여개 사무실에서 11만명 이상의 에이전트들이 네트워크를 구축해 폭넓은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는 장점이 있다. 예를 들어 한 소비자가 말레이시아에 있는 건물을 사고 싶다면, 이를 국내 법률전문가들이 해결해주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반면 리맥스코리아는 말레이시아 현지에 있는 리맥스 에이전트에 요청해 이 소비자가 원하는 건물의 매매 정보 등을 알아볼 수 있다. 특히 해당 에이전트의 이름과 소속 그리고 리맥스에서 근무한 기간과 그동안의 거래 성사 이력에 대해서도 조회가 가능해 소비자는 더욱 신뢰감을 가지고 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

- 그렇다면 리맥스코리아의 에이전트들은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 어떤 교육을 하고 있는가.

“공인중개사 자격 시험에 합격하기 위해 법 조항 암기 중심의 교육을 했다면, 이제는 실무 교육이다. 참고로 실무 교육은 연차가 아무리 쌓였다고 할지라도 부동산 전문가라면 절대로 간과하면 안 되는 부분이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부동산 거래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점은 소비자의 니즈에 모든 것을 맞추는 것이다. 전문가와 소비자 간 정보의 비대칭을 극복하기 위한 실무 능력이 필요하고, 부동산 시장과 경제 흐름 그리고 다른 전문가들이 가지지 못한 새로운 정보망을 구축해 나가야 한다. 때문에 리맥스코리아 에이전트에게 있어 꾸준한 교육은 필수다.”

- 인터뷰 직전에 둘러봤던 사무실 내 교육실에서 직접 교육이 이뤄지는 것인가.

“교육실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리맥스코리아는 기본적으로 해당 실무 교육을 자율에 맡긴다. 절대 교육을 강요하지 않지만, 에이전트 스스로가 실무에서 교육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기 때문에 절대 이에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우리 회사는 특히 리맥스 본사에서 제작한 동영상 교육프로그램이 에이전트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앞서 언급했던 리맥스코리아 초창기 시스템 구축 작업 중 하나가 바로 이 교육 동영상 내용을 번역해 한글 자막을 입히는 것이었는데, 정말 많은 공을 들였다. 지금은 완성된 교육동영상을 직원들 누구나가 볼 수 있고, 자신이 필요로 하는 부분만을 골라서 시청할 수 있다. 에이전트들도 교육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양질의 콘텐츠를 선별적으로 볼 수 있어 효율적이다. 특히 제가 개인적으로 그리고 리맥스코리아의 대표로서도 부동산 법률 교육과 실무교육 외에 더욱 중요시 여기는 것이 바로 윤리교육이다. 부동산 전문가에게 있어서 빠지기 쉬운 유혹은 바로 소비자를 기만해 사익을 편취하는 것이다. 과거 이런 행태가 일부 공인중개사들 사이에서 벌어지며 소비자들의 신뢰를 잃었고, 심지어 공인중개사의 성공이 전문성을 갖추기보다 어떻게 꼼수를 잘 부리느냐에 달려있다는 비난의 글을 접했을 때 마음이 아팠다.”

- 그렇다면 그 윤리교육도 따로 하고 있는가.

“물론 전 교육 과정에 있어 윤리교육을 필수로 하고 있다. 리맥스에서는 계약서를 작성할 때 윤리헌장이라는 부분에 사인을 해야 한다. 여기에는 사익을 편취하지 않고, 소비자를 기만하지 않겠다는 내용 등이 담겨 있다. 윤리의식을 잃은 채 당장의 수익만을 추구하다 보면, 결국 공인중개사는 법률전문가들에게 그 영역을 빼앗기고 언젠가는 공인중개사 자격증마저 없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전문성을 갖추고 소비자를 위한 윤리의식을 잊지 않는다면 수익은 끊임없이 따라올 것이라 생각한다.”


- 성공한 선례가 없다고 할 수 있는 외국계 부동산 프랜차이즈의 리더로서 더욱 어깨가 무거울 것만 같다. 그래도 이런 부담감을 털고 신 대표가 초기부터 추구해 왔던 ‘확장’을 위해 향후 또 다른 계획이 있는가.

“처음에 부담감은 있었지만, 현재는 더 큰 자신감을 가지며 나아가고 있다. 흔히 부동산 대형 프랜차이즈라고 하면 보통 소비자들은 ‘돈 많은 사람들만 받는 서비스’라고 오해하기 쉽다. 그러나 돈이 많이 드는 서비스만 취급하는 것이 절대 아니다. 해외 유학을 예를 들어 보고 싶다. 만약 자녀가 외국으로 유학을 간다면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는 바로 거주지다. 유학할 학교의 기숙사에 운 좋게 배정된다거나 현지 지인이 있어 살 집을 쉽게 찾는다면 걱정이 없겠지만, 언어도 제대로 통하지 않고 연고도 없는 곳에서 살 집을 찾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때문에 대부분의 유학생들은 유학원에서 지정해준 집에서 살거나 꼼꼼히 알아보지 못한 채 집을 계약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리맥스코리아는 앞서 말씀드렸듯이 전 세계 네트워크를 통해 부동산 정보를 공유하기 때문에 현지 부동산 전문가가 소비자의 니즈에 가장 적합한 집을 찾아준다. 꼼꼼히 따져볼 수 있고 중간에 사기를 당할 위험도 없다. 실제로 회사를 찾아주시는 소비자들 중에는 외국에서 살 집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한 분들도 있다. 거액의 투자금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소비자들에게 알맞은 집을 찾아준다’는 부동산 중개의 기본적 업무로 이를 돕고 있다. 또 리맥스코리아는 공인중개사 전문 교육업체 새롬에듀케이션과 업무협약을 맺었고, 리맥스 전문가들의 부동산 마케팅 강의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새롬에듀의 콘텐츠를 통해 공인중개사 자격증 취득 및 기타 교육 과정을 수료했다면, 리맥스코리아의 우선 채용 기회도 부여하고 있어 진정한 인재 창출에도 기대감이 크다.”

한민철 기자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