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그룹 경제력 집중 심화… 재벌 개혁 힘 실려

4대그룹, 5년새 자산규모 30% 넘게 성장…시총도 급증

재벌에 경제력 쏠림 현상… 文정부, 재벌 구조 개선 집중력 규제

“재벌 가운데 10대 재벌, 그 중에서도 4대 재벌의 개혁에 집중하겠다.”

지난 1월 10일 문재인 대통령이 의원 시절 국회에서 열린 ‘대한민국 바로세우기 3차포럼’에서 한 발언이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문 대통령의 당시 발언이 가시화하는 양상이다. 문 대통령은 초대 공정거래위원장에 재벌 저승사자로 통하는 김상조(55) 한성대 교수를 내정하며 칼을 뽑았고, 청와대 정책실장에도 재벌개혁에 강하게 목소리를 내온 장하성(64) 고려대 교수를 임명했다.

지난 정권을 거쳐오며 4대그룹에 대한 경제력 집중이 심화된 것은 재벌개혁에 힘을 실어준다.

지난 5년간 30대그룹 자산은 1/4가량 줄어든 반면 4대그룹의 자산은 1/3 규모로 성장한 것으로 나타나 재벌 내에서도 상위권의 쏠림 현상이 심해졌다. 4대그룹의 자산규모는 급기야 지난해 말 30대그룹의 절반을 넘었다.

21일 재벌닷컴에 따르면 삼성ㆍ현대차ㆍSKㆍLG 등 4대그룹의 자산총액은 지난해 말 864조9000억원으로 2011년 말 647조6000억원보다 33.5% 급증했다. 같은 기간 30대그룹의 자산총액이 1642조5000억원에서 작년 말 1317조8000억원으로 24.6% 감소한 것과는 상당한 대조를 이뤘다.

이에 따라 30대그룹 자산총액에서 4대 그룹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52.7%로 절반을 넘었다. 그룹별 자산규모는 삼성그룹이 363조 2000억원으로 5년 새 42.0%나 급증했고, 현대차그룹 역시 218조 6000억원으로 41.4% 급증했다. SK그룹과 LG그룹의 자산규모도 각각 170조 7000억원과 112조 3000억원으로 25.1%, 11.5% 증가했다.

4대그룹에 대한 경제력 집중은 자산뿐 아니라 매출, 순이익, 증시 등 모든 분야에서 5년간 심화됐다. 30대그룹에서 4대그룹의 매출(690조4000억원) 비중은 2011년 52.6%에서 지난해 54.6%까지 올랐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37조8000억원) 비중도 7.0%포인트 높아져 지난해 69.4%를 기록했다. 주식시장에서의 쏠림 현상도 심하다. 4대그룹의 시가총액(663조2000억원) 규모는 증시 전체의 46.8%를 차지할 정도로 절대적이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재벌그룹의 경제력 집중과 관련해 규제를 강화할 의지를 보임에 따라 4대 그룹이 집중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표] 4대그룹의 경제 비중 현황

(단위: %, %포인트) 자료:재벌닷컴

그룹명 자산총액 매출액 당기순익 주식시장
2016년 2011년 증감폭 2016년 2011년 증감폭 2016년 2011년 증감폭 2016년 2011년 증감폭
삼성 22.1 19.4 2.7 22.1 20.6 1.5 28.6 31.1 -2.5 26.06 22.21 3.9
현대자동차 13.3 11.7 1.6 13.5 11.8 1.7 20.9 18.1 2.8 8.82 11.92 -3.1
SK 10.4 10.4 0.0 10.0 11.7 -1.8 12.6 9.9 2.7 5.97 5.08 0.9
LG 6.8 7.6 -0.8 9.1 8.4 0.6 7.3 3.2 4.1 5.92 6.03 -0.1
4대그룹 합계 52.7 49.1 3.5 54.6 52.6 2.0 69.4 62.3 7.0 46.8 45.2 1.5


문 대통령은 재벌을 적폐의 일환으로 보고 개혁을 약속했다. 특히 4대 재벌 개혁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거듭 밝혀왔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30대 재벌 자산을 살펴보면 삼성재벌의 자산 비중이 5분의 1”이라며 “범삼성 재벌로 넓히면 4분의 1에 달하고, 범 4대 재벌은 무려 3분의 2가 된다”면서 경제력 집중 현상을 지적했다.

문 대통령의 재벌개혁 관련 공약을 살펴보면 재벌 지배구조 개혁의 일환으로 모기업 주주가 자회사 경영진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다중대표소송제와 감사위원 이사를 뽑을 때 대주주 의결권을 제한하는 감사위원 분리선출제, 집중투표제 의무화, 지주회사 전환시 자사주의결권 불허, 사외이사 독립성 강화 등을 담은 상법 개정안 처리에도 적극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기존 순환출자를 해소하고 재벌 대기업의 금융계열사 지배 규제도 강화한다. 현재 상장사는 지분 20%, 비상자사는 40%를 보유해야 하는 자회사 지분을 각각 30%와 50%로 올리는 방안이 추진된다. 산업자본의 금융 계열사에 대한 의결권 행사 제한도 강화해 대기업 총수 일가의 손쉬운 경영 승계나 지배력 남용 등에 제동을 걸 방침이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권한과 역할도 대폭 강화된다. 문 대통령은 특정 그룹의 불공정 거래를 집중적으로 조사하는 공정위 조사국을 부활시켜 재계 순위 수위권 기업들에 대한 부당행위를 감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 대통령은 자신의 재벌 개혁 의지를 관철할 인물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을 내정했다.

김 내정자는 참여연대 재벌개혁감시단장, 경제개혁연대소장 등을 거치면서 재벌의 지배구조 문제를 지적해왔다.

김 내정자는 지난 18일 기자간담회에서 “4대 그룹 사안에 대해 재량권 범위 내에서 좀 더 엄격한 기준으로 평가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4대 그룹을 대상으로 하는 법을 만들 수는 없다”면서도 “공정위는 현행법을 집행할 때 재량권이 있는데, 4대 그룹 사안이라면 좀 더 엄격한 기준으로 평가해보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청와대 정책실장에 임명된 장하성 교수는 참여연대 경제민주화위원장을 역임하는 등 재벌개혁에 앞장서 왔다. 1998년 삼성전자 주총에서는 삼성 계열사 간 부당내부거래 문제를 파고드는가 하면, 2006년 장하성 펀드로 불린 기업지배구조개선 펀드를 주도하며 재벌 지배구조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문 대통령이 재벌개혁에 속도를 낼 것이 예정되면서 4대그룹의 행보가 주목되고 있다.

장동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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