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한 대출 심사 도마에 올라…동일인 대출한도 초과로 제재

금감원, 문제 직원 직무정지ㆍ감봉 등 징계 조치 내려

신협의 부실한 대출 심사가 도마에 올랐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대구의 화원신협과 경기 단원구 화랑신협의 동일인 대출한도 초과 취급을 지적하며 제재한 사실을 공시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신협은 자기자본의 20%와 자산총액의 1% 중 큰 금액 범위 이내에서 대출을 취급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신협조합법과 상호금융업감독규정에 따라 제재대상이 된다. 그러나 대구 화원신협과 경기단원 화랑신협은 동일인 대출한도를 초과해 지급해 금감원에 제재조치를 당했다.

대구 화원신협은 2012년 12월부터 2015년 7월까지 18차례에 거쳐 3개 차주에 43억 300만원을 대출해줬다. 이는 동일인 대출한도인 4억9200만원을 19억3600만원 초과한 규모다.

경기단원 화랑신협은 2014년 12월부터 2016년 2월까지 2개 차주에 17차례 45억 900만원 규모의 대출을 승인했다. 동일인대출한도(9억원)를 18억6200만원을 초과해 지급했다. 두 사례 모두 본인 또는 제3자 명의를 이용하는 방법을 썼다.

금감원은 이 같은 사실을 적발하면서 대구 화원신협 임원 1명에게는 개선을, 직원 2명에게는 3개월 정직과 감봉 조치를 내렸다. 경기단원 화랑신협에서는 임원 1명이 직무정지 3개월을 받았고, 직원 1명은 3개월 감봉을, 또 다른 1명은 주의 조치를 받았다.

금감원 관계자는 본지 통화에서 “검사를 나가 여신서류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발견하게 됐다. 해당 신협에서는 명의 차주들이 각자 사업을 위한 대출로 파악하고 승인해줬다고 밝혔지만 이자 납입 경로가 수상해 적발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사안에 대해 신협중앙회 관계자는 “동일인 대출한도 초과의 경우 외형상 대출 서류 등에서 흠결이나 결격 사유가 안 보이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 대출을 받으려는 조합원의 도덕적 해이를 걸러내기가 쉽지 않다. 때문에 후행적으로 발견할 수밖에 없는 어려움이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동일인 대출한도 위반 사항을 적발하기 위해서 다각도로 상시 감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여신 심사를 진행할 때 최대한 걸러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대출 진행 후 후행적으로 적발할 수 있다는 것은 거를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고 주장했다.

신협은 그동안 지속적으로 동일인 대출한도 초과와 같은 위반 사실을 적발 받고 있다. 이에 대해 관계자는 “시중은행은 몇 개 지점에서 문제가 생겼다하더라도 한번에 금감원에서 제재공시를 올리는 반면, 신협의 경우 각각의 조합이 독립 법인이기 때문에 직접 금감원의 검사를 받아 빈도수가 많아 보이는 것”이라면서 “신협은 일상 감사, 분기별 자체 감사, 조합 상임감사 제도, 중앙회 부분검사, 종합검사, 금감원 감사 등 다른 금융권보다 감사를 정교하게 받고 있다. 감사가 상시적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더 많은 빈도로 적발된다고도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금융소비자연맹의 입장은 다르다. 본지와 통화한 금융소비자연맹 관계자는 “동일인 대출한도 초과를 회피하는 대표적인 수단이 여러 사람의 명의로 대출받는 이른바 쪼개기 대출이다. 대출이 승인될 때는 동일인인지 모른다 하더라도 실질적으로 이자를 누가 내는지 시스템을 통해 파악할 수 있다. 금감원에 적발된 사례는 2~3년간 진행된 대출이다. 수년간 몰랐다는 사실은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 관계자는 또 “시스템 상 문제가 없다면 담당자들이 제대로 관리를 해야 한다. 대출을 취급할 때 자금 목표, 상환 계획 등을 상담을 통해 꼼꼼이 체크를 해보면 충분히 걸러낼 수 있다. 담당자의 업무태만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경기단원 화랑신협 임원이 직무정지를 받은 사람에 주목했다. 그는 “직무정지는 중징계에 해당하는 조치다. 이는 대출 과정에서 상부 지시가 발생했을 것이라는 합리적 의심을 할 수 있다. 실무자들은 대출 심사를 엄격하게 한다. 그러나 상급자의 지시가 있다면 대출 심사를 소홀하게 하는 경우들이 있다”고 꼬집었다.

이 관계자는 또 “시스템 상으로 보완이 되지 않기 때문에 이런 일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내부 통제 시스템의 미비나 상부의 지시를 거부할 수 없는 영업 환경 때문에 일선 현장에서 이 같은 부실한 대출 과정이 발생하는 이유”라며 “신협은 특히 조합원의 돈으로 운영되는 금융회사다. 이런 일이 지속적으로 발생한다면 조합원들에게 피해를 끼칠 수 있고 신협의 설립 취지에도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동일인 대출한도 초과’ 사례는 금감원뿐 아니라 중앙회 차원의 조사에서도 드러났다. 지난 9일 신협 중앙회 감독팀은 인천 대성신협, 송림중앙신협, 부천 남부천신협 등 3곳에 대해 지난 5월부터 동일인 대출 한도 초과 등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신협중앙회 관계자는 “이들 신협이 자기자본 한도를 넘어서 동일인에게 대출을 해준 정황이 발견돼 최근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성신협은 지난 2015년 4월부터 올해 3월까지 2년여간 채무자에게 63억 여원을 빌려준 것으로 알려졌다. 대성신협은 채무자와 대출 한도 초과금 등에 대한 민감한 사항은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신협중앙회는 송림중앙신협과 남부천신협도 이 같은 여신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들 신협은 중앙회의 형사고발과 자체 징계를 회피하기 위해 지역 유력인사를 동원해 사건 확산을 막으려고 한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6ㆍ25전쟁 이후 독일의 가톨릭 재단 등의 도움으로 한국에 만들어진 신협은 자산 규모면에서 미국, 캐나다, 호주에 이어 세계 4위로 성장했다. 현재 전국 911개 (2015년 말 현재)조합과 571만명의 조합원을 대상으로 64조7000억원의 자산을 운영하고 있다.

허인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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