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망 피해 내부거래하는 농심, 삼양, 빙그레

농심, 5000억 원 차이로 규제 제외… 내부거래 의심 회사 가장 많아

삼양, 비싸게 공급해 오너 일가 배불려

빙그레, 오너 3세가 주인인 회사에 물류 집중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취임 이후 가장 뜨거운 화두는 ‘재벌 개혁’이다. 특히 이른바 ‘일감 몰아주기’로 표현되는 내부거래에 대해 김 위원장은 지난 달 기자 간담회에서 “지난 3월 45개 대기업집단에 대한 내부거래 실태 점검을 진행해 현재 제출 받은 자료를 분석 중에 있다”며 “법 위반 혐의가 발견되는 기업에 대해서는 직권조사를 통해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대기업을 정조준하고 있다.

현재 대기업집단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위한 공정거래법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속하는 회사 중 특수관계인이 상장사 30%, 비상장사 20% 이상을 보유한 계열사 간에 부당한 거래행위를 막고 있다. 하지만 중소기업계는 규제대상 지분율을 상장사 30%, 비상장사 20%에서 모두 20%로 통일하는 등 규제를 더 강화할 것을 정치권에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규제가 강화되더라도 자산규모 5조원 미만의 기업들은 일감 몰아주기 규제망에서 벗어나게 된다. 식품업계로 보면 농심, 삼양, 빙그레 등을 들 수 있다. 이들 그룹의 내부거래 비중은 30~40%에 달한다. 대기업집단의 내부거래 비중이 2015년 11.7%, 비상장사의 내부거래 비중인 22.1~24.52%에 비하면 상당히 높다. 이들 그룹은 규제 대상에서 비켜나 있으면서 내부거래를 통해 오너의 지배구조 강화에만 매달리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농심, 5000억 원 차이로 규제 제외…내부거래의심회사 가장 많아

농심의 자산규모는 4조 5000억 원으로 일감몰아주기 규제에서 제외돼 있다. 하지만 일감몰아주기 의심 사례로 가장 많은 6개사가 지목되고 있는 상황이다. 김 위원장이 수장으로 있던 경제개혁연구소는 올해 초 보고서를 통해 “농심그룹은 율촌화학 등 계열회사에 대해 일감 몰아주기 등의 문제가 있으며 일감몰아주기의 상당부분은 농심에 대한 매출로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농심그룹은 3개의 상장회사와 15개의 비상장회사, 14개의 해외현지법인을 보유하고 있다. 농심그룹의 지배주주는 신춘호 회장이며, 아들인 신동원, 신동윤, 신동익 등과 함께 일감몰아주기등 수혜회사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신동원 부회장과 신동윤 부회장은 각각 농심과 포장재 자회사 율촌화학을 경영하고 있으며, 삼남인 신동익 부회장은 유통회사인 메가마트를 운영 중이다. 일감몰아주기 의심 및 회사기회유용 계열사로는 농심미분과 태경농산이 이에 속했다. 농심그룹의 지배주주들은 농심미분 지분을 60% 지분을 보유중이며, 태경농산은 농심홀딩스를 통해 간접적으로 62.81% 지분을 보유 중이다. 내부 거래 비중의 경우 태경농산은 84.37%로 일감몰아주기 수혜회사 농심의 사업과 직접관련이 있는 라면스프를 제조하는 회사로 회사기회유용 회사로 판단했다. 농심미분도 5년 평균 내부거래 비중이 57.25%로 일감몰아주기 수혜회사로 농심의 사업과 직접관련이 있는 쌀 제분업을 영위하고 있어 회사기회유용 회사로 판단했다. 율촌화학, 엔디에스, 호텔농심, 농심엔지니어링 역시 일감몰아주기 수혜사에 해당됐다.

일감 몰아주기 비판을 의식해서인지 농심은 계열 분리를 통해 내부거래 비중을 낮추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5월 신춘호 농심 회장의 장남 신동원 농심 부회장은 신동율 율촌화학 부회장이 보유한 농심홀딩스의 주식 30만 1500주를 각각 27만 7770주를 시간외 매매 방식으로 사들였다. 그의 동생 신동윤 율촌화학 부회장은 농심홀딩스로부터 율촌화학 주식 207만 8300주를 각각 194만 6000주를 매입했다. 형제가 각각 보유하고 있던 상대방 회사의 주식을 서로 주고받으며 각자 경영하고 있는 회사의 지분을 늘렸다. 새 정부가 기업들의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제재 수위를 높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계열분리를 서둘러 내부거래의 근본적 유인을 차단하겠다는 의지로도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삼양, 비싸게 공급해 오너 일가 배불려

이달 초 JTBC가 원재료 납품원가가 담긴 삼양식품 내부 거래 자료를 공개하면서 삼양은 오너일가 일감 몰아주기 논란에 휩싸였다.

삼양식품은 현재 라면 스프원료를 만드는 '와이더웨익홀딩스', 라면 포장지는 '테라윈프린팅', 라면박스는 '프루웰'과 알이알'라는 회사를 통해 공급받고 있다. 와이더웨익홀딩스와 알이알은 삼양식품 회장 부인인 김정수가 대표로 있으며, 박스를 공급하는 프루웰은 삼양식품 회장이 대표로 있다. 테라윈프린팅 심의전 대표는 삼양식품 회장 측근으로 알려졌다. 삼양식품은 스프의 주원료인 야채류와 제품에 쓰이는 포장상자는 최대주주기업인 내츄럴삼양과 종속회사인 프루웰로부터 각각 매입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이들 업체들의 공급가가 비교대상 대비 더 비싸다. 상자 가격의 경우 경쟁업체보다 20% 가량 비싸지만 품질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일부 야채도 20~30% 가격이 더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오너 일가의 잇속을 챙겨준다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프루웰이 일반 회사 보다 저품질의 박스를 공급하면서 비싸게 제공한다는 말들이 나오고 있는데 생산시설이 노후화돼 2017년 초 새 설비를 도입했다”고 밝히고 “새 설비 도입 전 아웃소싱도 고려했으나 당장은 단가를 떨어뜨릴 수는 있어도 프루웰이 문을 닫게 되면 고용문제 등이 발생해 설비 개선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다른 박스 제조사들의 경우 규모의 경제가 가능하나 프루웰은 규모가 작아 규모의 경제를 이룰 수 없어 가격적인 면은 단가가 높을 수 있다”면서 “회사가 다루는 품목이 100여가지가 넘고 도안 변경 및 수정이 빠르게 이뤄질 수 있어야 해서 자회사를 가지고 있어야 했다”고 해명했다.

빙그레, 오너 3세가 주인인 회사에 물류 집중

빙그레는 물류 계열사인 제때(Jette)에 일감을 몰아주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제때는 장남인 동환 씨가 지분 33.34%로 최대주주에 올라있고, 장녀 정화 씨와 차남 동만 씨가 나머지 지분을 33.33%씩 나눠 갖고 있다. 제때는 지난해 1020억 원의 매출과 51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매출과 이익은 전년대비 각각 18.6%, 142.8%씩 증가한 수치다.

제때의 최대 고객사는 빙그레다. 작년 빙그레와의 내부거래 비중은 39%에 달했다. 40%에 육박하는 높은 수준이다. 내부거래 비중이 높다는 지적에 빙그레 관계자는 통화에서 “내부거래 비중을 지속적으로 줄여가고 있다”고 답했다. 실제로 2010년 60%에 육박하던 내부거래 비중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전문가들은 오너 3세들이 제때를 활용해 중장기적으로 빙그레 지분 확보에 나설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제때의 기업가치를 높여 중장기적으로 후계 승계를 위한 밑그림을 그릴 것이라는 예상이다.

허인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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