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타깃… 소비자, 경기ㆍ제주 지자체장 분노

공정위, 자료 허위 제출 혐의 이중근 회장 고발

남경필ㆍ원희룡 지사 입주민들 고통에 분노

부실공사 시비에 이어 계열사 부실 심각

재계 16위(올해 5월 공정거래위원회 발표)부영그룹을 이끌고 있는 이중근 회장이 요즘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이 회장을 검찰에 고발했고, 아파트 임대료 인상과 부실시공 문제 등으로 인해 부영은 소비자들의 비난을 받고 있다.

이중근 회장은 누구인가

이중근 회장은 1941년 전라남도 순천에서 태어났다. 순천고를 졸업한 그는 1972년 우진건설산업을 창업했다. 그렇지만 7년 만에 부도를 내고 무너졌다.

그는 1983년 삼진엔지니어링(부영의 전신)을 세우고 임대주택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때 이 회장은 국민주택기금을 지원받는 등의 혜택을 받았다. 이에 힘입어 이 회장이 이끄는 부영이 번창하기 시작했다.

승승장구하던 이 회장은 2004년 4월 구속되기도 했다. 당시 이 회장은 2004년 불법 정치자금 수사 때 협력업체에 줄 공사대금을 부풀려 270억 원대 비자금을 만들고 법인세 74억 원을 포탈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이때 이 회장이 정치인들 등에게 돈을 제공한 것이 드러났다. 이 사건으로 이 회장은 2004년 4월 구속됐다. 같은 해 8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2008년 6월에는 징역 3년·집행유예 5년이 최종 확정됐다.

그렇지만 2008년 8월 이명박 정부는 광복절을 앞둔 상황에서 이 회장을 특별 사면 대상에 포함시켰다. 이 회장은 2011년 다시 회사로 돌아왔다.

부영을 노리는 공정위의 칼날

이 회장을 최근 공정위의 압박을 받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달 18일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지정 자료를 허위로 제출했다는 혐의로 이 회장을 고발하기로 결정했다. 이 회장은 해당 자료를 내면서 친족 운영 회사들을 부영 소속회사 현황에서 뺐다.

이렇게 빠진 기업은 흥덕기업, 대화알미늄, 신창씨앤에이에스, 명서건설, 현창인테리어, 라송 산업, 세현 등 7개사다. 부영 측은 신고 누락은 실수일 뿐이며 고의가 아니었다고 해명하고 있다.

공정위는 이것만 문제를 삼고 있는 것이 아니다. 공정위는 부영의 아파트 임대료 문제도 주의 깊게 보고 있다.

부영은 전국 22개 지방자치단체와 아파트 임대료 인상 문제로 맞서고 있다. 김승수 전주시장과 전국 13개 지자체 부단체장 및 담당부서장 등은 이달 11일 전주시청 회의실에서 ‘민간 임대주택 과도한 임대료 인상 공동대응을 위한 전국 시군구 연대회의’를 개최했다. 이들을 포함해 부영의 임대주택이 있는 전국 22개 지자체들은 같은 날 임대아파트 임차인 권리보호 강화를 위한 법 개정 촉구 성명서도 내놓았다. 전주시는 공정위 시장감시국 서비스업감시과에 직권 조사도 요청한 상태다.

공정위는 신고를 받으면 공정거래법 적용 대상인지 검토를 시작한다. 법령 위반이 분명하다고 판단되면 사건 심사에 들어간다. 그 다음 분쟁조정을 거친 다음 진술 조사 등을 진행하고 처리 방향을 결정한다.

남경필ㆍ원희룡 지사의 분노

부영그룹은 남경필 경기도 지사와 원희룡 제주도지사에게도 미움을 받고 있다.

남경필 경기지사는 18일 하자 민원들이 나온 화성 동탄2신도시 부영아파트 현장점검을 마치고 부영을 비판했다. 지난 5월 현장을 찾아 부영과 화성시에 빨리 해결방안을 만들라고 했으나 개선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원희룡 제주지사도 부영의 임대아파트 보증금 5% 인상을 막기 위해 행정력을 동원하겠다고말했다.

17일 제주도청에 따르면 원 지사는 최근 제주시 삼화지구와 서귀포시 혁신도시 부영아파트를 방문했다. 부영이 임대보증금을 법정 상한선인 5%까지 올리자 입주민들이 큰 고통을 받게 됐다. 그래서 원 지사가 주민들을 위해 나선 것이다.

부실공사 시비에 이어 부실계열사도 문제

부영은 부실공사 시비 뿐 만 아니라 부실계열사들도 문제다. 부영의 경우 부채비율이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 말 기준 188.4%를 기록했다.

특히 부영 계열사 가운데는 자본 잠식이거나 부채비율이 200%가 넘는 회사가 10개였다. 재벌닷컴에 따르면 부영그룹 계열사 중 자본잠식 계열사는 4곳, 부채비율 200% 이상 계열사는 6곳이었다. 비율로 보면 전체 22개 계열사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45.5%였다.

부영 측은 임대주택은 보증금 등이 부채로 계상되므로 부채비율이 높아 보이는 것일 뿐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부영이 ‘사면초가(四面楚歌)’ 신세가 된 이유는?

부영이 ▦ 공정위와 마찰 ▦ 부실공사 시비 ▦ 임대료 인상 시비 등에 시달리면서 포위돼 있는 이유를 경제계 인사들은 ‘지나친 욕심’이라고 지적한다.

부영그룹 계열사 중 상장된 계열사가 단 하나도 없는 것도, 회사를 자기 마음대로 움직이고 싶어하는 이 회장의 욕심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물론 이 회장이 지금까지 많은 선행을 해왔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좋은 집짓기’란 본업에 충실하는 것이라고 업계 인사들은 입을 모은다.

곽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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