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파워 약해…품질 개선도 시급

삼성과 브랜드 파워 경쟁에서 밀려…소비자 기대에 못 미쳐

8월 31일 V30 출시 예정, 어떤 성과 낼지 주목

LG전자 스마트폰이 사는 길은 ‘과감한 혁신’ 뿐

LG전자의 최신 스마트폰인 V30이 8월 31일 출시될 예정이다. LG전자 스마트폰 사업부는 1조원 이상의 누적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새로 나올 V30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지난 2분기 LG전자 MC(모바일 커뮤니케이션)사업본부는 2조7014억원의 매출과 1324억원의 영업 손실을 냈다. 이런 부진 때문에 MC사업본부장인 조준호 사장이 V30의 실적이 좋지 않을 경우 궁지에 몰릴 수도 있을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LG전자 스마트폰은 왜 고전하고 있나

LG전자 스마트폰이 고전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업계 인사들은 여러 가지 설명을 내놓고 있다.

우선 이들이 지목하고 있는 첫 번째 이유가 삼성 스마트폰이나 애플 아이폰에 비해 브랜드 파워가 밀린다는 점이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교수는 “(LG전자 스마트폰이)우선 시장점유율이 밀려 있어서 고객들이 주저하게 된다”라며 “안드로이드에서 삼성에게 너무 밀렸고 차별성을 못 찾았다”고 말했다.

LG전자 스마트폰은 오디오나 카메라 등 주변기기의 성능이 뛰어나다는 것을 강조했었는데 이것은 메인스트림(주류)이 아니라는 것이 이 교수의 생각이다. 대중은 대형 화면, 긴 배터리 시간, 높은 품질 같은 것들을 원했지만 LG전자 스마트폰은 대중이 원하는 것을 주지 못했다.

정옥현 서강대 전자공학과 교수도 LG전자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스마트폰에서 브랜드파워 차이하고 마케팅파워 차이가 많이 났다”고 말했다.

두 번째 이유로는 시장점유율이 삼성전자에 비해 낮음에도 고가 정책을 쓰고 있다는 것이다. LG전자의 최신 대표 스마트폰은 G6다. G6의 국내 출고가는 89만9800원이며, 삼성전자 갤럭시S8의 국내 출고가는 93만5000원이었다.

업계 인사들은 세 번째 이유로 업데이트가 잘 안 된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LG전자는 지난달 18일 G4의 안드로이드 7.0 업데이트를 내놓았다. 올해 5월 V10에 이어 G4 업데이트까지 나오면서 LG전자 OS 사후 지원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은 가라앉고 있다.

그렇지만 올해 초엔 소비자들이 거세게 불만을 표시했다. LG전자가 지난 2월 G4ㆍV10 사용자에게 OS 업데이트를 해줄 수 없다는 방침을 밝혔기 때문이다. 당시 소비자들은 출시한 지 2년도 되지 않은 80만 원대 스마트폰에 LG전자의 지원이 없다고 항의했다.

LG전자는 “소프트웨어 안정성과 기기 성능 유지를 감안한 결정”이라고 설명했지만 결국 업데이트를 해주기로 입장을 변경했다.

업계 인사들 중에는 LG전자 스마트폰이 내구성이 약하고 수리 센터 직원들이 불친절하다고 지적하는 이들도 있었다.

‘아리서련’이란 아이디를 쓰는 네티즌은 LG모바일 사용자 카페에 5월 25일 “LG전자 본사 가서 V20 부숴버릴까 생각중입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그는 “2016년 10월에 LG전자 V20 스마트폰을 구입해 사용하기 시작했다”며 “펌웨어(프로그램)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LG전자가 인식하고 수정 펌웨어를 내놓았다”고 적었다.

그러나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사용한 지 6개월 만에 배터리 급방전 등의 이상이 발생한 것이다. 아리서련은 “LG전자 서비스센터 측은 펌웨어 문제라 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말했고 “LG전자 민원실은 고객 데이터 지워지는 것은 죄송하지만 할 게 없다고 이야기했고 LG전자 공식입장이라고까지 이야기했다”고 주장했다.

LG전자 스마트폰의 최대 문제점은 ‘품질’

스마트폰에 관심이 많은 네티즌들은 LG전자 스마트폰의 최대 문제점으로 ‘품질’을 꼽는다.

대표적인 문제가 LG전자 스마트폰 중 G4나 V10에서 많이 나타나고 있는 ‘무한부팅’이다. 무한부팅은 입력을 하지 않았는데도 단말기가 전원이 저절로 들어왔다 나갔다 하는 것을 반복하는 것을 말한다. 업계에선 소프트웨어 간 충돌이나 메인보드ㆍ배터리 오류 등의 이유로 이런 문제가 생긴다고 보고 있다.

김인성 전(前)한양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LG전자 스마트폰은)새 스마트폰 사서 쓰는 분들에겐 안 좋은 스마트폰”이라며 “냉납 현상으로 메인보드가 고장 나는 경우가 많을 정도로 고질적인 하드웨어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냉납은 어떤 기능을 넣기 위해 PCB(인쇄회로기판)두께를 지나치게 얇게 만들어 배터리 발열이나 충격에 납땜이 녹아 떨어져 버리는 현상을 말한다.

김 전 교수는 “최근 G5까지 배터리 전압이 낮아 무한 리부팅 현상도 있고 V20은 잔상 문제도 심각하다”며 “LCD에 금가면 터치도 못 쓰는 설탕액정 논란도 있었고 메모리 칩이 고장나면 아예 폰을 쓸 수 없게 되는 심각한 버그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런 고질적인 문제가 기종마다 존재해서 안정성에 대한 신뢰가 별로 없다”라며 “소프트웨어 지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 이통업계 인사는 “LG전자 스마트폰 사업은 내외부적으로 전면 재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지난해 출시한 G5의 경우 모듈형으로 제작되었으나, 각 모듈이 이후 후속모델과 호환성이 전혀 없어, 고객들을 외면한 것이라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LG전자 스마트폰 사업의 어두운 미래

스마트폰 업계 인사들은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성장이 앞으로 더욱 LG전자 스마트폰에게 위협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화웨이, 오포, 비보 등이 LG전자가 차지했던 시장을 빼앗을 것이란 전망이다.

2013년 3월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 발표를 보면 LG전자의 스마트폰 매출기준 시장점유율은 전 세계 3위였다. 판매량으로는 7위였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의 조사에 따르면 LG전자의 올해 2분기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3.6%(1330만대)다. 삼성전자, 애플, 중국 4개사(화웨이ㆍ오포ㆍ비보ㆍ샤오미)가 LG전자보다 앞에 있다. LG전자는 제 자리 걸음만 하고 있는 셈이다.

차원용 아스펙연구소 소장은 “LG전자가 내세울 수 있는 기술이 없다”라며 “텔레비전이나 PC, 스마트폰 등은 5년 안에 중국으로 다 넘어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획기적 변화 없이는 LG전자 스마트폰 사업이 번창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보고 있다.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을 유지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대체로 스마트폰 사업을 계속 추진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이병태 교수는 “LG전자 스마트폰이 가격이나 품질에서 혁신성을 보여주기 전에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옥현 교수는 “모토롤라나 노키아가 스마트폰을 포기했다가 새로 시작하려고 검토하고 있다”며 “4차 산업혁명시대로 갈 때 스마트폰 기술이 기반기술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스마트폰 기술 자체가 자율주행자동차나 주요 기술이 되는 것이며 스마트폰 자체로도 이익을 많이 낼 수 있기 때문에 더 마케팅도 키우고 투자를 집중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곽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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