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시대…조현준 회장, 조현준 사장 윈윈게임 할까

김상조 공정위원장 등장도 영향 미친 듯

경영 투명성 높이고 경영권 안정도

효성그룹이 지주회사 전환을 검토하고 있어 재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효성그룹이 지주회사 체제를 도입하면 본래 지주회사 역할을 맡았던 ㈜효성이 사업회사와 지주사(투자회사)로 인적 분할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효성의 규모가 급격하게 커짐에 따라 인적 분할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효성그룹의 지주회사 전환은 그룹 경영권 승계에도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여 재계가 높은 관심을 갖고 있다.

현재 효성그룹은 조석래 명예회장의 장남인 조현준 회장이 대표이사를 맡고 있고 3남인 조현상 사장이 산업자재PG(퍼포먼스 그룹)장으로 일하고 있다.

효성그룹의 지주사 전환 검토에는 효성과 대척점에 섰던 김상조 교수가 공정거래위원장이 된 것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월 1300억원 탈세 혐의로 조석래 효성그룹 전 회장에 대해 1심 재판부가 유죄를 선고했을 때 김 교수는 효성그룹과 조 전 회장 일가에게 일침을 가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소장이었던 경제개혁연대는 지난해 1월 “이번 1심 판결로 조석래 회장 일가의 범죄혐의가 유죄로 인정된 만큼 조석래 회장ㆍ조현준 사장 및 최측근인 이상운 부회장은 즉각 효성그룹의 모든 등기이사직에서 사퇴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며 “이번 판결로 조석래 회장 등은 더 이상 증권선물위원회의 이사 해임권고 조치를 이행하지 않을 명분을 내세우기 어려운 바, 회사와 주주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을 지는 의미에서 해임권고 조치를 즉각 수용·이행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지주회사 전환 시 어떤 혜택 있나

현재 효성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효성의 특징은 섬유, 산업자재, 화학, 중공업, 건설, 무역 등 여러 사업 부문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인적 분할 형태의 지주회사 전환이 종료되면 조현준 회장과 조현상 사장도 안정적으로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조 회장 등은 지주사와 사업회사로 나눠진 효성 지분을 사들일 수 있다. 사업회사 지분을 지주사에 현물 출자하면 지주사 지분을 더 많이 가질 수 있다.

따라서 현재 조 회장(14.27%), 조 사장(12.21%), 조석래 명예 회장(10.18%) 등이 갖고 있는 총수 일가의 ㈜효성 관련 지분도 올라가게 된다.

또 효성은 실적 전망이 좋아 지주사로 전환할 경우 사업 가치를 높게 평가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주사로 바꾸면 지배구조의 투명성도 높일 수 있다.

조 회장은 올해 1월 회장직에 올랐고 7월에는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재계에선 이번 지주회사 전환이 끝나면 그룹 승계도 마무리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조 회장의 과제는 자신의 안정적 경영권 행사를 위해 14.27% 정도인 개인 지분율을 높이는 것이다. 현재는 조 사장과 지분 차이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효성그룹 계열사 중 조 회장 지분이 많은 갤럭시아컴즈, 효성ITX 등의 계열사 지분과 지주회사의 지분이 교환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효성은 한국거래소의 조회공시 요구를 받고 “경영 효율성 제고를 위해 인적분할·지주회사 전환을 검토하고 있으나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공시했다.

효성 지주사 전환 시나리오

재계에선 효성그룹의 지주사 전환 시나리오를 이렇게 보고 있다. 먼저 1단계로 (주)효성을 사업회사와 지주회사로 나눈다. 그 다음 지주사 효성이 자회사가 될 회사의 주주들을 대상으로 공개매수를 시행한다.

지주회사는 자회사 주주들에게서 주식을 현물출자 받고 지주회사가 주식을 발행해서 현물출자한 주주들에게 배정해준다. 3단계로는 지주회사 규제에 맞게 지분을 조정하는 순서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조 회장은 현재 효성 대표이사직도 겸하고 있다. 조 사장은 전략본부장과 산업자재부문장 및 화학부문 최고마케팅책임자(CMO)를 같이 맡고 있다.

효성의 경우 총수 일가의 지분율이 높아 자사주 특혜 논란과도 거리가 있다. 자사주 특혜는 기업들이 지주회사로 전환하면서 기업을 인적 분할할 때 본래 의결권이 없었던 자사주가 인적분할을 거치면서 의결권 있는 주식으로 변하는 것이다. 이것을 활용하면 대주주가 자사주를 이용해 지분율을 대폭 높일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내놓은 지주사 전환 요건 강화 공약도 효성에게는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 문 대통령은 지주사 보유 자회사(손자회사) 지분율(상장사 기준)을 현재 20%에서 30%로 상향하고 부채비율도 기존 200%에서 100%로 낮추는 공약을 제시했다.

국회에선 주로 여당 의원들의 발의한 지주사 요건 강화 법안들이 계류돼 있다. 국회의원들이 발의한 지주사 요건 강화 법안의 내용도 문 대통령 공약과 비슷하다. 여당 의원들이 내놓은 법안을 보면 지주회사의 자회사 지분율 요건 상향(비상장사 40%→50%, 상장사 20%→30%), 부채비율 강화(200%→100%), 자회사-손자회사 간 사업연관성 요건 도입 등의 내용이 들어 있다.

여당 의원들이 내놓은 법안이 시행되면 경영 투명성이 개선돼 지주사와 자회사가 더욱 발전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는 이들도 있으나 규제 강화가 기업 성장과 투자를 막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효성은 자회사 지분율도 대체로 공약에 맞고 현재 부채비율도 120%까지 떨어뜨렸다. 내년에 혜택이 종료되는 조세특례제한법에 따른 세제 혜택도 효성의 지주사 전환 움직임에 힘을 붙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법안의 핵심은 지주사로 전환 시 대주주의 현물 출자에 대한 양도차익세를 주식 처분까지 무기한 연기해준다는 것이다.

재계 인사들은 조 회장과 조 사장이 지주사 전환 이후 바로 계열 분리에 나서기보다는 여유를 갖고 경영에 최선을 다하면서 적당한 기회를 찾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곽호성 기자

사진설명 :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사진=효성그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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