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푸른밤’ 시판…소주 시장 3파전 예고

탄탄한 유통망 최대 강점…지방 업체들 “신세계가 소주까지?”

이마트가 인수한 제주소주가 ‘푸른밤’이란 이름의 새 소주를 이달에 시판할 계획이다.

재계의 애주가 중 한 명인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와인과 수제맥주 등 여러 가지 종류의 주류를 사업화해 왔다. 주류업계에선 푸른밤이 성공해 소주업계 판도를 바꿀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다.

‘푸른밤’ 어떤 소주인가

이마트는 이달에 알코올도수 16.9도와 20.1도의 제주소주 두 종류를 푸른밤이라는 브랜드로 내놓으려 하고 있다.

신세계 관계자는 “푸른밤을 이달 중순에서 이달 말 사이에 내놓을 계획”이라며 “아직 확실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신세계는 푸른밤을 신세계 계열사 유통망을 통해 출시할 예정이다. 이마트가 인수한 제주소주는 2011년 제주천수라는 이름으로 출범한 제주지역 두 번째 소주업체다. 2014년에 제주소주로 회사 명칭을 바꿨다.

신세계 측은 푸른밤이란 이름에는 휴식, 순수함 등 제주도가 지닌 감성적 이미지와 제주도에 대한 추억과 낭만을 더해 소비자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푸른밤 초대 모델은 씨스타 출신의 가수 ‘소유’다. 소유는 제주도 출신이다.

신세계는 블라인드 테스트 등 다양한 상품 개발과정을 진행하면서 기존 상품(곱들락, 산도롱)의 단점으로 지목된 ‘강한 알코올 향’과 ‘목 넘김’을 크게 개선했다. 제주의 맑고 깨끗한 물을 활용한 레시피를 개발해 새로운 소주 맛을 선보일 예정이다.

신세계 소주사업 잘 될 수 있을까

신세계의 소주 사업에 대해 업계에선 우선 이마트 등 자체 유통망의 지원을 받고 있는 점은 장점이라고 보고 있다.

다만 강력한 유통망을 믿고 자만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다. 마찬가지로 강한 유통망을 갖고 있는 롯데의 맥주사업도 큰 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롯데칠성음료는 올해 상반기 맥주 사업 적자 때문에 큰 타격을 받았다.

롯데칠성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886억9934만원)에 비해 43% 줄어든 497억4094만원이었다. 주류사업부가 영업익 적자전환된 것이 실적에 악영향을 미쳤다.

롯데칠성 주류사업부는 지난해 상반기에는 209억3300만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올해 상반기엔 적자가 85억9700만원이었다. 클라우드와 피츠 마케팅에 따른 판관비 상승과 제2공장 투자가 적자의 원인이다. 롯데칠성은 맥주 제2공장에만 7000억원을 투자했다.

반면 신세계의 투자금액은 아직 크지 않다. 지난 해 12월 이마트가 제주소주 지분 100%를 사들일 때 투입된 금액은 190억 원이었다. 신세계는 설비 확충 등을 위해 6월 100억원을 추가 출자하는 등 지금까지 총 250억원을 투자했다.

지난해 국내 소주시장 규모는 대략 2조 원으로 ‘참이슬’의 하이트진로가 시장점유율 절반을 갖고 있다. ‘처음처럼’을 판매하고 있는 롯데주류는 16%, 무학은 14%, 금복주 8% 순이다.

업계인사들은 푸른밤의 약점으로 제주도에서 육지로 들어올 때 들어가는 ‘물류비’를 꼽고 있다. 주류 사업의 경우 영업망 구축이 중요한데 이마트가 하이트진로나 롯데주류 못지 않은 영업망을 갖추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 일각에선 이마트가 해외 수출을 노리고 소주 사업에 뛰어든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이마트가 소주사업에서 성공하기 위해선 필라이트의 성공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요즘 하이트진로가 내놓은 필라이트는 잘 팔리고 있다. 필라이트는 엄밀히 말하면 맥주가 아닌 ‘발포주’다. 발포주는 맥주에 비해 맥아 함량이 적다. 맥주와 맛은 비슷하지만 가격은 맥주보다 훨씬 싸다.

조미진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필라이트는 지금의 매출 확대 속도를 유지하면 연간 약 400억원 이상(올해 초 목표 200억 원) 시현이 가능할 전망’이라며 ‘대형마트 기준으로 1만원에 12캔을 살 수 있는 높은 가성비 때문에 수입맥주와의 대결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분석했다.

주류업계 인사들은 필라이트의 성공이유에 대해 국내 시장에 없었던 발포주를 선보였고, 불경기에 맞는 저렴한 제품을 내놓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신세계 소주 사업이 성공하려면 필라이트 성공사례를 잘 생각해 봐야 한다는 것이 주류업계 인사들의 조언이다.

이와 함께 제품 디자인을 신경 써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류중호 정화예대 관광학부 식음료서비스전공 겸임교수는 “소주는 서민 이미지를 너무 부각시키고 있다”며 “보드카, 데낄라, 럼주 등은 심플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분위기도 잘 연출한다”고 평가했다.

류 교수는 “이런 마케팅에 어울리는 디자인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정욱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신세계 소주사업과 관련해 “B2C쪽에서 일부 판매는 가능하겠지만 B2B시장 자리잡기가 어려울 것”이라며 “맛이나 가격에서 특별하게 차별화되지 않는다면 점유율을 꾸준히 올리긴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지방 소주업체들 타격 입을 듯

한편 이마트의 소주 사업진출로 인해 힘든 상황에 놓여 있는 지방 소주업체들이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지방 소주업체들은 요즘 실적 부진을 겪고 있다. 주요 지방 소주업체들의 지난해 경영실적은 모두 떨어졌다.

소주 업계 3위인 무학의 연결기준 매출액은 지난해 2701억원이었다. 이는 전년에 비해 8.65% 줄어든 것이다.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519억원이었으며 직전 해보다 20.88% 줄었다. 수도권 진출을 위해 영업망을 확대하면서 판매관리비가 늘어난 것이 실적 악화에 영향을 줬다.

대구·경북지역 향토 주류업체인 금복주도 실적이 부진했다. 금복주의 지난해 매출액은 1391억원이었으며 전년에 비해 1.83% 줄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341억원이었으며 12.56% 감소했다.

광주‧전남지역 주류업체인 보해양조는 지난해 매출액이 1155억원이었다. 전년에 비해 6.7% 줄었다. 영업이익은 81억원 흑자에서 60억원 손실로 변했다.

곽호성 기자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