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전면에 나서고 있는 재벌 3ㆍ4세, 현주소는?

재벌 3ㆍ4세, 평균 29살 입사… 33살에 임원 승진

삼성 3세 이재용ㆍ이부진ㆍ이서현에 국내외 주목

LG, 구광모 상무 승계 작업 착착

SK, 3세 삼형제 중 장녀만 입사

한국 사회를 얘기할 때 빠질 수 없는 키워드 중 하나는 재벌(財閥)이다. 재벌의 사전적 의미는 ‘여러 시장에 걸친 많은 계열기업을 소유하며 산하기업들 사이의 자본소유관계 또는 임원 겸임 등을 통해 일관된 체제하에 움직이는 기업군’이다. ‘여러 시장’, ‘많은 계열기업’, ‘자본 소유관계’ 등에서 알 수 있듯이 재벌이 한국 사회에서의 경제적, 사회적 지배력은 절대적이다.

이러한 재벌의 세대교체가 시작됐다. 3세 경영이 본격화되고 있는 것이다. 2015년 청와대 기업인 오찬 모습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흰머리가 희끗희끗한 총수들 사이에서 구본무 LG회장과 어깨를 나란히 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아버지뻘인 손경식 CJ 그룹 회장과 귓속말을 나누는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의 모습은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광경이었다.

경영 전면에 나서고 있는 3세들이 많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재벌 3세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재벌개혁의 당사자로 지목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재벌 3, 4세들에 대해 언급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8월 SBS라디오 '박진호의 시사전망대'에 출연해 “기업인들이 이제는 세상이 변했고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는 인식은 분명히 품고 있다”면서도 “문제는 그런 변화된 환경에 어떻게 적응할 것인지 어떤 변화 전략을 세워 갈 것인지 정확한 생각이 정립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더욱 더 문제가 되는 것은 지금 경영권을 승계 받는 3세나 4세들이 도전의식 또는 기업가정신을 상실한 사람이 많고. 또 그룹 내에 가신들이 정보를 왜곡하는 등의 지배구조 문제가 많이 남아있다고 느꼈다”고 꼬집었다.

김 위원장은 그러면서 “창업주나 2세들은 한국 경제 고도성장기 과정에서 맨땅에 헤딩하는 식의 도전 정신을 보여줬고 한국 경제를 성장시키는 주역이었다”면서 “추격자 입장을 벗어난 현 시점에 이르게 되니 모든 사업이 성공 가능성 못지 않게 실패 위험을 안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다 보니 온실 속에서 자란 3세들이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고 한국의 성장잠재력을 떨어뜨리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가 됐다는 것이 저의 판단”이라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또 “4차 산업혁명의 환경 속에서 이제는 기업가들이 보다 적극적인 도전정신을 발휘해야 되겠고, 또 그런 것이 발휘될 수 있도록 경제 질서를 만들어가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며 “정부가 법 제도도 만들고 정책을 통해서 유도하는 노력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비판만 받는 것은 아니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일화는 지금도 여전히 회자되고 있다. 2014년 한 택시기사가 신라호텔 출입문을 들이받아 승객과 호텔 직원 4명을 다치게 했다. 사고 과정에서 회전문이 파손돼 택시기사는 4억 원 상당의 금액을 호텔에 변상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사고를 보고 받은 이 사장은 “고의 사고 같지 않다. 그의 집을 방문하고 상황이 어떤지 알아봐달라”고 말했다. 회사 관계자가 찾아간 집에는 몸이 성치 않은 택시기사가 낡은 반지하 빌라에 홀로 거주하고 있었다.

이를 전해들은 이 사장은 택시기사의 어려운 집안 형편을 감안해 보상을 받지 않기로 했다.

또 “우리도 피해가 있었지만 운전자도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며 “배상을 요구하지 말고 필요하면 치료비도 지급하라”고 지시했다.

이 사장의 선처에 당시 여론은 “진정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볼 수 있었다”며 찬사를 보냈다.

이처럼 일거수 일투족 대중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재벌 3,4세들의 현주소를 살펴봤다.

평균 29살 입사, 33살에 임원 승진

재벌 총수 일가의 경영 수업 코스는 두 가지로 나뉜다. 일찌감치 가족 회사에 들어가 밑바닥부터 배우며 경영 수업을 받거나 가족의 회사가 아닌 다른 기업의 회사에 들어가 자신의 능력을 쌓은 후 가족 회사에 입사하는 방법이다. 일종의 외도를 하더라도 대개 30살을 전후해 가족 회사로 들어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월 기업 경영 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는 총수가 있는 상위 50대 그룹의 총수 일가 208명의 경영 참여 현황을 조사한 결과, 이들이 입사 뒤 임원이 되는데 걸린 시간이 평균 4년11개월이었다고 밝혔다. 재벌가 자제들은 평균 29살에 입사해 33살에 임원으로 승진했다. 이후 평균 42살에 사장 이상의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올랐다. 일반 회사원들이 임원이 되기까지 걸리는 시간(평균 24년)과 견줘 5배 가까이 빠른 승진이다.

후대로 갈수록 총수 일가의 승진 기간은 단축됐다. 창업 1~2세대에 해당하는 부모 세대는 평균 29.5살에 입사해 5년1개월 뒤인 34.6살에 임원이 됐지만, 3~4세대인 자녀 세대는 28.8살에 입사해 4년2개월 만인 33살에 ‘기업의 별’을 달았다. 부모 세대보다 1년 가까이 임원 승진 연한이 단축된 것이다.

재벌 3,4세들의 이른 경영 참여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의견이 나온다. 나이가 젊은 만큼 진취적인 사고방식으로 무장하고 있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한 이해도도 높아 최근 저성장에 빠진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는가 하면 기업 규모는 이전보다 훨씬 커졌지만 경험이 적은 상태에서 의사 결정을 하는 자리에 오른다는 비판도 있다.

삼성, 희비 엇갈리는 3세 이재용·이부진·이서현

재벌 세대교체의 대표적인 인물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었다. 이 부회장은 2014년 이건희 회장이 급성심근경색으로 병상에 눕자 예상보다 빨리 경영 일선에 나섰다. 이후 삼성전자 등기이사에 등재되며 적극적인 사업재편과 인수합병으로 삼성그룹의 체질개선과 새 성장동력 마련을 추진했다. 아울러 경영권 승계에 속도를 냈지만 특검의 박근혜 게이트 수사에서 뇌물공여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모든 혐의를 부인하며 치열한 법정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8월 1심 판결 결과 징역 5년형을 선고받았다. 이 부회장 측은 항소한 상태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 결과에 따라 집행유예 가능성도 흘러나오고 있다.

이건희 회장의 장녀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1995년 25살에 삼성복지재단 기획지원팀에 입사하며 경영수업을 시작했다. 이후 호텔신라 기획부 부장으로 자리를 옮긴 뒤 빠른 승진을 거듭해 2011년 호텔신라의 대표이사 사장에 올랐다. 호텔과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는 이 사장은 신라스테이와 HDC신라면세점 등 신규사업의 수익성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 사장의 경영능력은 중국의 사드보복으로 직격탄을 맞은 호텔업계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중국인 관광객이 줄어 울상인 비즈니스호텔과는 달리 실적 호조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호텔신라가 운영하는 서울신라호텔과 제주신라호텔, 신라스테이는 모두 가격대가 높아 중국인관광객보다 내국인이 더욱 많이 찾고 있다.

서울신라호텔의 경우 중국인투숙객 비중이 15%가량인데 대부분이 비즈니스를 위해 한국을 찾는 고객이다. 신라스테이 역시 1박에 15만 원 정도라 중국인 관광객이 잘 찾지 않는다. 제주신라호텔의 경우 내국인 비중이 95%에 이른다.

특히 신라스테이는 호텔신라가 운영하는 비즈니스호텔이라는 점에서 다른 비즈니스호텔과 확실한 차별점을 갖추는 데 성공했다.

신라스테이는 전국에 모두 11개가 있다. 올해 서초점과 부산 해운대점을 새로 냈다. 출점이 거의 마무리된 만큼 앞으로는 본격적으로 수익성 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사장은 2013년 11월에 신라스테이 동탄점을 선보이면서 비즈니스호텔사업에 뛰어들었는데 3년 반 만에 정상화 궤도에 올랐다.

이 사장은 서울 장충동에 기존 특급호텔과 차별화된 한옥호텔을 지어 틈새 수요를 잡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다섯 차례의 도전 끝에 지난해 숙원사업으로 추진하던 한옥호텔 건축을 허가받았다. 호텔신라의 한옥호텔은 장충동 신라호텔 바로 앞에 지어지며 지하3층∼지상3층, 91실 규모로 이뤄진다. 전체 투자규모는 3000억 원 가량으로 2022년경 완공된다.

이서현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의 상황은 녹록치 않다. 통합 삼성물산이 출범하면서 패션부문장을 맡아 삼성그룹의 패션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이 사장은 만족스런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2016년 영업손실 450억 원을 봤다. 2015년 5년 만에 처음으로 90억 원 영업손실을 봤는데 적자폭이 더 커졌다. 삼성물산 출범 이후 건설, 상사, 리조트가 흑자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패션부문은 적자를 기록했다.

현대차, 정의선 부회장 난관 타개하나

현대차의 미래를 책임지고 있는 정의선 부회장은 일찌감치 현대차그룹 후계자로 결정됐다. 이후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사원부터 착실하게 경영수업을 받아왔다. 바닥부터 시작하라는 정몽구 회장의 명령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정공(현 현대모비스)에 입사한 뒤 현대자동차에서 근무를 시작했고 기아자동차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정 부회장은 아우디와 폭스바겐 책임 디자이너 피터 슈라이더를 영입해 기아차 브랜드 가치를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 부회장은 대내외적인 위기에 처해있는 상황이다. 사드 여파로 인한 중국 판매 감소 등 실적 부진과 함께 순환 출자 해소, 경영권 승계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하다. 정 부회장의 묘수가 필요한 시점이다.

LG, 구광모 상무 승계 작업 착착

LG그룹은 구광모 LG 시너지팀 상무 중심의 경영권 승계 작업을 단계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본격적인 후계 승계를 위해 친인척들의 지분을 구 상무를 중심으로 재편하는 모습이다.

구 상무는 로체스터 인스티튜트 공과대학을 졸업하고 LG전자 재경부문 금융팀 대리로 입사해 일했다. 2007년부터 2009년까지는 휴직한 채 미국 스탠퍼드 대학에서 MBA를 수료했다. 이후 2009년부터 2012년까지 LG전자 미국 뉴저지 법인에 근무했다. 2013년 초 귀국해 LG전자 HE(홈엔터테인먼트) 사업본부 선행상품기획팀, HA(홈어플라이언스) 사업본부 창원사업장 등에서 실무경험을 쌓은 구 상무는 LG전자 부장으로 진급한 후 ㈜LG 시너지팀으로 이동해 1년 6개월 만에 상무 승진했다.

구 상무는 임원 승진 후 ㈜LG 지분을 서서히 늘리고 있다. 구 상무는 LG 지분을 지속적으로 매입하며 2006년 말 2.75%에서 지난 2분기 말 기준 6.24%로 확대했다. 구 상무의 친부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도 꾸준한 주식매입으로 현재 3.45%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앞서 지난해 12월 고모부인 최병민 깨끗한나라 회장은 구 상무와 구연경씨에게 각각 35만주씩 총 70만주를 증여했다. 최 회장은 구자경 LG 명예회장의 둘째 딸인 구미정씨의 남편이다. 즉 구 상무의 고모부인 셈이다. 구연경씨는 구본무 LG 회장의 장녀로 구 상무와는 남매지간이다.

구 상무는 또 그룹 내 '캐시카우'로 불리는 종합물류 계열사 판토스의 지분도 7.5% 소유하면서 LG그룹 내 지분을 확대하는 중이다.

SK, 3세 삼형제 중 장녀만 입사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자제 중 SK에서 근무하고 있는 3세는 장녀 최윤정 씨가 유일하다. 최 씨는 지난 6월 SK바이오팜 경영전략실 산하 전략팀에서 선임매니저(대리급)로 근무를 시작했다. 2008년 미국 시카고대학교에 입학해 생물학을 전공한 최 씨는 시카고대 뇌과학 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2년간 근무한 전력이 있다. 또 미국 하버드대 물리화학 연구소와 국내 한 제약회사에서 인턴으로 근무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글로벌 경영컨설팅 기업인 베인&컴퍼니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다.

차녀 최민정 씨는 해군 중위다. 아덴만 파병에 이어 우리 서해 최전방 북방한계선(NLL)을 방어하는 부대에서 임무를 수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장남은 최인근 씨는 현재 브라운대 재학 중이다.

GS, 안갯속 후계구도

GS그룹은 ㈜GS 지분을 보유한 GS일가가 48명에서 알 수 있듯이 지배구조가 복잡하다. 특히 4세에서 기류가 심상치 않다. 허창수 회장의 장남 허윤홍 GS건설 전무는 ㈜GS 지분 0.48%를 보유하고 있다. 지분율은 아직 미미하지만 현재 총수의 외동아들이자 장남이라는 점에서 승계후보로 거론된다.

허남각 삼양통상 회장의 장남 허준홍 GS칼텍스 전무도 후계선상에 올라 있다. 그는 GS가의 장손으로 현재 ㈜GS 지분 1.70%를 가지고 있다. 범LG가는 보수적인 가풍 속에서 ‘장자승계 원칙’을 고수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범LG가로 분류되는 GS그룹 역시 유교적인 가풍으로 장자승계 원칙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장자승계 원칙대로라면 허윤홍 전무 또는 허준홍 전무가 다음 주인공이라고 볼 수 있다.

이외에 GS가 4세 중 가장 연장자인 허세홍 GS글로벌 대표(허동수 GS칼텍스 회장의 장남)와 지난해부터 적극적으로 지분 매입에 나선 허서홍 GS에너지 상무(허광수 삼양인터내셔널 회장의 장남)도 주목할 만하다. 허서홍 상무는 ㈜GS 지분 1.19%를, 허세홍 대표는 1.4%를 보유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재계에서는 GS가의 경영권에 변화가 생기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그러나 GS 측은 현재 허창수 회장이 경영활동을 하고 있는 가운데 승계 문제가 거론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포스트 허창수’로 허용수 부사장이 거론되는 데 대해서도 GS그룹 측은 “허용수 대표가 부친인 고 허완구 회장의 지분을 받으면서 보유 지분이 다소 높아진 것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CJ, 이경후·이선호 쌍두마차

현재 CJ그룹에서 근무하고 있는 재벌 3,4세는 이경후 CJ그룹 상무와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이다. 이 상무는 2011년 26세에 CJ에듀케이션즈 기획팀 대리로 입사. CJ오쇼핑 상품개발본부, 방송기획팀, CJ 미국지역본부 등에서 신시장 확대와 글로벌 마케팅 업무를 맡아오다 2015년 3월 부장 승진 후 2년만이자 입사 6년 만인 올해 상무대우로 승진했다. 작년 초 미국지역본부 통합마케팅팀장을 맡으면서 괄목한 만한 성과를 냈다는 평가다. 만두시장에서 작년 중국업체를 제치고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했고 매출은 2015년 890억 원에서 2016년 1080억 원으로 21.3%(190억 원)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은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금융경제학을 전공하고 2012년 7월 22세의 나이에 CJ제일제당 소속 인턴으로 입사했다. CJ제일제당에서 영업·마케팅 등 현장 경험을 쌓은 뒤 2015년 대리로 승진했고 1년 만인 2016년 과장으로 승진했다. CJ제일제당 BIO사업관리팀을 거쳐 현재 CJ(주) 사업팀 부장으로 근무 중이다. 이 부장은 지분 17.97%를 보유한 CJ올리브네트웍스의 2대 주주이다. CJ올리브네트웍스 외에 CJ E&M 지분도 0.68%를 보유하고 있다.

한화, 김동관 전무 역량 발휘 중

한화그룹이 유력 경영권 승계자는 김승연 회장 장남인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다. 김 전무는 한화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한화에 차장으로 입사해 중국법인인 한화솔라원 기획실장, 독일법인인 한화큐셀 전략마케팅실장, 한화솔라원 영업담당실장 등을 거쳤다. 그는 다보스포럼 등의 국제행사에 참석해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하며 한화그룹의 유력한 경영권 승계자로서 활발한 경영활동을 펼치고 있다. 태양광사업을 한화그룹의 신사업이자 주력사업으로 확고하게 자리매김하면서 안정적 경영권 승계의 발판을 다졌다는 평을 듣는다. 한화큐셀은 2011년부터 2015년 1분기까지 연속 적자를 냈으나 2015년 2분기에 처음으로 흑자전환했고 3분기에는 당시로서는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냈다. 2016년 1분기에는 영업이익 671억 원, 당기순이익으로 325억 원을 기록하며 4분기 연속 흑자를 내 김동관이 경영능력을 발휘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승연 회장 차남인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도 발군의 실력을 선보이고 있다. 김 상무는 2015년 전사혁신실 부실장으로 발령받은 후 K뱅크 사업에 참여했다. 현재 인터넷은행 사업에 참여한 보험사는 한화생명이 유일하다. 보험업계 최초로 빅데이터를 활용한 핀테크기반 중금리 신용대출 상품(한화스마트 신용대출)을 선보이기도 했다. 김 상무는 또 국제적으로 스위스 다보스포럼(세계경제포럼), 중국 보아오(博鼇)포럼(아시아경제포럼) 등에 참석해 여러 글로벌 인사와 교류를 나누는 등 대내외적으로 활발히 활동 중이다.

두산, 4세 경영 궤도에 올라

두산그룹은 이미 4세 경영인에 해당하는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등 그룹 최고위직을 맡고 있는 이들이 대다수다. '형제 경영'의 전통이 이어져 내려오고 있는 만큼, 오너 일가의 형제들이 저마다 경영에 참여해 왔고 이제 '사촌 경영'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다만 지난 2005년 '형제의 난'으로 가문에서 제명된 박용오 전 두산그룹 회장 일가와 범두산 계열 그룹인 이생그룹을 따로 운영하고 있는 박용욱 회장 일가는 경영 승계에서 제외됐다.

박용곤 두산 명예회장의 자녀인 박정원 회장·박혜원 두산매거진 부사장·박지원 두산중공업 회장, 박용성 전 중앙대 이사장의 아들인 박진원 네오플럭스 부사장·박석원 두산엔진 부사장, 박용현 두산연강재단 이사장의 아들인 박태원 두산건설 부회장·박형원 두산인프라코어 부사장·박인원 두산중공업 전무,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의 아들인 박서원 유통전략담당 전무·박재원 두산인프라코어 부장 등이 두산그룹 내에 직함을 가지고 있다.

가장 전면에 나선 이는 박정원 두산 회장이다. 지난해 3월 두산그룹 회장에 취임한 박 회장은, 지난해 두산 전 계열사가 흑자전환을 하는데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올해 들어서도 두산그룹은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5.6% 오른 2천658억원을 기록하며 실적 개선 행진을 이어나가고 있다.

한진, 조양호 회장 건재 중

한진그룹은 여전히 조양호 회장이 건재하지만 3세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조 회장 장녀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1999년 7월 대한항공 호텔면세사업본부 사원으로 입사했다. 지난 2013년 1월 부사장으로 승진했으나 2014년 12월 ‘땅콩회항’ 사건으로 사회적 물의를 빚어 사직하고 최근 보육원 등에서 아이를 돌보는 등 자원봉사활동을 하며 자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진그룹 3세 중 둘째이자 조 회장의 장남인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은 2003년 8월 한진그룹 계열사인 한진정보통신 영업기획담당 차장으로 입사했다. 2013년 1월 대한항공 그룹경영지원실과 경영전략부 부사장으로 사장단 자리에 올랐으며 대한항공 사장 직함은 2017년 1월 달았다. 조 사장은 지난 5월 첫 경영시험대이자 대한항공에서 2년 여 끌어왔던 ‘2016 임단협(일반노조)’을 타결 시키며 업계에서 비교적 후한 성적을 받았다. 사장에 취임하자마자 조종사 노조, 조종사 새노조, 일반 노조 등 3개 노조를 방문했다. 노조를 직접 찾아가 간부와 소통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7년 대한항공 통합커뮤니케이션 과장으로 경력 입사한 셋째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 겸 진에어 부사장은 현재 진에어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진에어는 2016년 전년 대비 매출 56% 영업이익 76% 증가한 매출 7197억원, 영업이익 523억원을 기록하며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신세계, 정용진·정유경 남매경영

신세계 그룹은 정용진 부회장(이마트), 정유경 총괄사장(신세계백화점) 남매 경영 체제를 굳히고 있다. 남매 경영의 성과는 인정받고 있는 상황이다. 자산총액 10조원 이상 기업집단 순위에서 지난해보다 순위가 3계단 오르면서 재계 순위 10위에 등극했기 때문이다.

정 부회장이 이끄는 이마트는 지난해 경기침체를 무색하게 할 정도의 성장을 거뒀다. 이마트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은 전년대비 7.7% 증가한 14조7779억원, 영업이익은 8.6% 늘어난 5469억원을 기록했다. 정 부회장은 또 ‘스타필드’라는 새로운 유형의 유통 매장을 오픈하며 지역 랜드마크로 성장시키고 있다. 이마트는 올해 16조1500억원이라는 매출 목표도 내놓았다. 이마트가 매출 목표를 공식적으로 발표한 것은 이례적이다. 이는 정 부회장이 자체브랜드 상품과 창고형 할인점, 그리고 '즐기는 유통매장'이라는 세가지 성장동력으로 인해 자신감을 얻은 것이라는 분석이다.

백화점부문을 맡고 있는 정 총괄사장의 성과도 호평을 받고 있다. ‘은둔형’ 경영 스타일로 잘 알려진 정 총괄사장은 지난해 12월 오픈한 대구 신세계백화점에 20년 만에 모습을 드러내며 본격 경영에 나섰다. 대구 신세계백화점은 오픈한 지 100일 만에 1000만 명의 방문객 숫자를 기록했다. 특히 방문객의 절반가량은 대구 외 지역에서 온 것으로 나타나면서 지역 상권의 ‘집객’ 노릇을 톡톡히 했다는 평을 받았다. 이에 힘입어 올해 말까지 매출 목표를 6000억 원으로 잡기도 했다.

정 총괄사장은 지난해 12월 대구점에 화장품 편집숍 ‘시코르’ 1호점을 열면서 화장품 사업 강화를 예고했다. 그동안 아모레퍼시픽·LG생활건강 등 화장품 제조업체 중심의 화장품 편집숍을 유통업체가 직접 운영하는 것은 신세계가 처음이다.

정 총괄사장은 화장품 제조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신세계인터내셔날과 이탈리아 인터코스사가 합작해 만든 ‘신세계인터코스코리아’를 통해 본격적인 제품 생산에 돌입했으며, 이를 통해 글로벌 뷰티 시장에서 2020년까지 연매출 1000억원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허인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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