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이 아마존처럼 되려면

KB금융과의 격차 더 벌어져…조용병 회장 분발 요구돼

과감한 M&A 검토해야…비(非)은행분야 투자 강화 필요

“경쟁력 높이려면 데이터 금융해야”

조용병 신한지주 회장이 9일 글로벌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을 방문했다. 조 회장이 아마존을 방문한 이유는 세계 최강의 경쟁력을 갖고 있는 아마존을 살펴보고 아마존과의 협력 확대 문제를 논의하기 위함이었다.

금융권 인사들은 요즘 조 회장의 마음이 편치는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본래 신한금융은 국내 금융사 중 1등이었지만 KB금융에게 밀리는 모습이다. 이는 윤종규 KB금융 회장이 조 회장을 앞서가고 있다는 뜻이다. 조 회장 입장에서는 거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신한은 KB에게 왜 밀리고 있나

최근 KB금융은 신한금융과의 차이를 더 벌리고 있다.

주가를 보면 12일 코스피시장에서 KB금융은 전 거래일에 비해 1.56%(900원)오른 5만8600원에 장을 마감했다. 같은 날 신한지주 주가는 전일 대비 0.2%(100원) 상승한 5만600원이었다.

13일 낮 12시 35분 현재 코스피 시가총액 12위가 KB금융이고 13위가 신한금융이다. KB금융은 신한금융보다 실적이 더 좋다.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KB금융의 3/4분기 당기순이익 컨센서스는 8930억 원이다. 신한지주는 8360억 원이다.

KB금융은 지난 2/4분기 1조47억 원의 순익을 내면서 신한지주(9019억 원)를 앞섰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보면 KB금융의 3/4분기 당기순이익 컨센서스는 약 54% 올랐다. 신한지주는 15% 오르는데 그쳤다.

KB금융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 이유로는 우선 윤 회장의 ‘치밀 경영’이 꼽힌다.

KB금융 계열사의 한 직원은 “KB금융 경영진이 대부분 재무통”이라며 “좋은 실적을 내기 위해 조직을 바짝 죄고 있다”고 말했다.

KB금융 직원들 중에는 윤 회장의 치밀한 경영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이들도 있다. 그렇지만 치밀한 경영은 KB금융의 좋은 실적을 만들어 내고 있다.

둘째 이유는 윤 회장의 과감한 M&A(인수합병)다. 윤 회장은 현대증권을 인수해 KB증권을 만들고 LIG손해보험을 사들여 KB손해보험을 출범시켰다.

M&A 검토하는 신한

M&A로 재미를 본 KB금융은 더 M&A를 진행할 기세다. 윤 회장은 29일 KB금융 창립 9주년 기념사에서 “현 사업포트폴리오의 안정화를 바탕으로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비유기적(Inorganic) 성장 기회를 잡기 위해 늘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유기적 성장이란 말은 본래 KB금융과 관계가 없었던 회사도 인수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렇게 KB금융이 강한 의욕을 보이자 신한금융 측도 대응에 나섰다.

위성호 신한은행 행장은 1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간담회를 열고 “솔직히 지금 나와 있는 증권사 매물에 관심이 없다”며 “하지만 대기업 계열 증권사가 매물로 나온다면 관심이 있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선 위 행장의 발언에 대해 적절한 생각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조 회장이 방문한 아마존도 M&A를 통해 번창했다.

아마존은 스크린터치 기술업체 리퀘비스타, 로봇 기반 물류회사 키바, 데이터 마이그레션 업체 아미아토, 영상처리 업체 엘리멘탈테크놀로지스, 소프트웨어 업체 클러스터크, 클라우드 컴퓨팅 업체 나이스 등을 인수했다.

신한금융은 신한금융투자라는 증권사를 갖고 있다. 신한금융은 은행이나 카드에서는 강하지만 증권업에서는 최상위권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금융권 인사들은 국내 시장에서 은행이나 카드업은 성장 한계에 왔고 해외에서도 수익을 늘리는 것이 쉽지 않은 만큼 신한금융이 증권업에 더 큰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신한이 아마존에서 배워야 할 것

금융권 인사들은 신한금융이 아마존에서 ‘끊임없는 혁신’을 배워야 하며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것도 배워야 할 것이라고 조언한다.

이영환 차의과대학 융합경영대학원 교수는 신한금융이 경쟁력을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데이터 금융을 해야 할 것”이라며 “경쟁력을 높이려면 데이터 분석부터 시작해야 하고 그러려면 먼저 뼈를 깎는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마존이 강한 IT경쟁력을 갖고 있는 것처럼 신한금융도 뛰어난 IT경쟁력을 갖기 위해선 과감히 금융 전산보안 서비스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김인성 한양대 전 교수는 “은행들이 공인인증서만 포기하면 카카오뱅크만큼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며 “보안사고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해서 공인인증 체계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 절대로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김 전 교수는 “보안은 기업이 알아서 하고 그 책임도 기업이 져야 할 것”이라며 “이 원칙을 지키는 기업들은 가능한 편리하게 거래를 할 수 있게 하려고 경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렇게 되면 기업이나 금융사에선 보안사고를 줄이기 위해서 상당한 노력을 할 것이며 이 과정에서 한국의 보안기술력이 높아질 것이란 주장이다. 현재의 금융 보안 시스템은 실효성있는 보안이 아니라 정부가 제시한 가이드라인을 지켰는지를 중요하게 보고 있다는 것이 김 전 교수의 지적이다.

김 전 교수는 “지금은 보안 사고가 나면 가이드라인 준수여부를 따져서 준수했으면 기업 책임을 없애주는 방식”이라며 “기업들이 가이드라인만 지키면 되니까 형식적인 보안만 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조용병 회장에게 쏠리는 시선

금융권 인사들은 조 회장이 17일 귀국해서 과연 무엇을 내놓을 것인지 궁금해 하고 있다. 한동우 전 회장과 조 회장이 방심한 틈을 타서 KB금융은 신한금융을 앞질렀다.

신한금융이 KB금융에게 빼앗긴 리딩뱅크 자리를 되찾기 위해선 조 회장이 먼저 변해야 한다고 금융권 인사들은 입을 모은다. 조 회장의 별명은 ‘엉클 조’이다. 이웃집 삼촌처럼 편안하다는 뜻이지만 부드러운 모습만 갖고 ‘치밀한’ 윤 회장과 경쟁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이야기도 나온다.

조 회장은 아마존 등 타 업종과의 전략적 제휴가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그동안 신한은행 의존도가 높았지만 앞으로는 은행 예대마진에만 의존하지 않도록 새 수익원을 찾아야 할 상황이다.

또 조 회장은 ‘디지털’을 중요하게 보고 있다. 이런 이유로 빅데이터·인공지능(AI) 등을 활용한 디지털금융 사업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다만 금융권 인사들은 디지털 금융도 중요하지만 증권업이나 은행이 아닌 금융관련 업종에 과감히 투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윤 회장이 과감히 현대증권을 인수한 것 같은 결단이 필요하다는 주문이다.

신한금융의 뿌리는 신한은행이고, 신한은행은 재일교포들이 세운 은행이다. 신한은행이 한국 최상위권 은행으로 도약했듯 신한은행이 증권업 강화에 전력을 기울이면 일본 노무라 증권 같은 아시아 최상위권 IB(투자은행)를 만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신한금융이 신한은행에 의존하면서 국내에서 예대마진 챙기기에만 몰두할 것이 아니라 노무라 증권 같은 IB를 만드는 것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아마존도 처음에는 인터넷서점이었을 뿐이지만 지금은 글로벌 전자상거래 업체가 돼 있다.

곽호성 기자

사진 설명 :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이 9일 미국 시애틀에 있는 아마존 본사를 방문해 아마존 주요 임원과 같이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하고, 아마존 주요 파트너사 CEO에게만 제공되는 CEO 벤치마킹을 했다. CEO 벤치마킹 중 조용병 회장(왼쪽에서 두번째)이 아마존 관계자의 설명을 청취하고 있다. (사진=신한지주 제공)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