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암 해당하는 질병코드 ‘C67.9’였는데… 신한생명만 제자리암이라니

보험가입자 S씨, 의료기관으로부터 ‘방광암’ 진단확정 받고 신한생명에 암 진단비 청구

신한생명, 보험금 청구 접수 한 달 만에 “청구금액 10%만 지급” 통보

법원 “방광종양, 제자리암종으로 볼 수 없다” 판결

방광암을 제자리암이라며 보험금을 축소 지급한 신한생명의 사례가 비난의 대상이 될 전망이다. 사진은 서울시 중구 신한생명 본사. (사진=한민철 기자)
한민철 기자

신한생명이 방광암 진단을 받은 보험 가입자에게 제자리암이라며 보험금을 축소 지급했지만, 최근 법원으로부터 최종 패소판결을 받은 사례가 뒤늦게 밝혀졌다. 신한생명은 약관 상 제자리암으로 볼 수 없는 사안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로부터 보험금 청구가 접수된 지 무려 한 달이라는 기간이 넘어서야 제자리암이라고 주장하며 청구금액의 10%밖에 지급하지 않았다. 이에 소송까지 끌고 갔다가 패소한 신한생명 측의 태도가 비난의 대상이 될 전망이다. 반면, 이번 사례를 통해 보험 소비자들이 제자리암의 정의와 보험금 지급 사례에 대해 분명히 알아 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경기도 의정부에 거주하는 여성 S씨는 지난 2013년 말 신한생명의 한 암보험 상품에 가입했다.

중년에 접어들면서 평소 암보험의 필요성을 가졌고, 월 2만 7000원대의 비교적 저렴한 보험료만 납부하면 됐기 때문에 여러 모로 장점이 있었다.

구체적으로 S씨가 가입한 신한생명의 해당 보험상품의 피보험자는 S씨 자신이었고, 보험기간 및 보험료 납입기간은 가입 시점으로부터 15년으로 설정돼 있었다.

S씨는 보험기간 중 보장개시일 이후 의료법 상 의료기관으로 인정되는 병원의 전문의로부터 암으로 진단이 확정됐을 때, 암 진단비로 최소 200만원에서 최대 4000만원까지 지급받을 수 있었다.

우선 신한생명은 S씨가 백혈병과 뇌암 그리고 골수암 등을 포함하는 고액암을 진단받았을 때, 그 시점이 가입 후 1년 이상의 경우 4000만원(가입 후 90일 이상 1년 미만 2000만원)을 지급하게 돼있었다.

또 유방암의 경우 가입 후 1년 이상 800만원(가입 후 90일 이상 1년 미만 400만원), 고액암이나 유방암, 전립선암 이외의 암을 진단받았을 경우 가입 후 1년 이상 2000만원(가입 후 90일 이상 1년 미만 1000만원)을 지급하는 내용이었다.

만약 S씨가 보험기간 중 소위 ‘유사암’으로 분류되는 기타 피부암, 갑상선암, 제자리암, 경계성종양, 대장점막내암으로 진단이 확정됐다면, 가입 후 1년 이상이 지난 시기 200만원(가입 후 90일 이상 1년 미만 100만원)을 지급하게 돼 있었다.

각 보험사마다 미세한 차이가 있겠지만, 여기서 제자리암은 흔히 암의 전 단계 또는 ‘0기 암’으로도 불린다.

암 세포가 신체 내·외부를 싸고 있는 조직인 상피와 기저막 사이를 벗어나지 못하고 상피 내부, 즉 제자리에 머물러 있는 종양을 의미한다. 때문에 제자리암은 상피내암으로도 알려져 있다.

이 제자리암은 한국표준질병 사인분류의 제자리 신생물 분류표에서 정한 질병코드 D00부터 D09에 해당한다.

S씨가 가입한 신한생명 보험상품의 약관상에도 제자리암에 대해 이와 같이 정의하고 있었다.

그렇게 S씨는 신한생명의 암 보험을 약 10개월 동안 유지해오고 있었다. 그러던 지난 2014년 여름경 그는 한 대학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는 도중, 방광경 검사 결과 방광 우측 측벽에서 종양이 발견됐다는 진단을 받게 된다.

이에 S씨는 진단 하루 뒤 경요도 방광종양 절제술을 받았다. S씨의 수술을 담당했던 이 대학병원의 전문의는 한 달 뒤 그의 최종 병명을 ‘방광암(질병코드 C67.9)’로 기재한 진단서를 발행했다.

이에 S씨는 진단서 및 기타 의사 소견서 등의 자료를 첨부해 신한생명 측에 자신이 가입한 암 보험 상품의 특약에 따른 암 진단비 1000만원을 청구했다.

그런데 신한생명은 보험금 청구 한 달이 지난 시점에 S씨의 질병이 제자리암에 속한다는 사유로 청구금액의 10%인 100만원의 보험금을 지급했다.

당연히 S씨는 강력히 반발할 수밖에 없었다. 보험금 청구 무려 한 달이라는 시간 동안 기다렸지만, 결국 돌아온 답변은 그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제자리암이라는 어려운 의학 용어로 100만원 밖에 줄 수 없다는 말이었다.

통상 보험가입자가 보험사에 보험금 청구서류를 접수한지 2일에서 3일(영업일 기준) 내에 지급이 완료된다.

또 아무리 내부 심사부서 또는 외부 손해사정사 등을 통해 지급심사를 꼼꼼하게 한다고 할지라도, 1000만원 이하의 보험금 지급에 대해 한 달 동안이나 심사 기간을 둔다는 것은 흔하지 않은 경우다.

특히 S씨는 대학병원으로부터 방광암이라는 최종병명을 전달받으며, 이것이 유사암에 해당한다는 이야기를 듣지 못했음이 분명했다.

보통 한국표준질병 사인분류의 악성신생물 분류표 중 질병코드가 C44 및 C73에 해당하는 질병을 제외한 나머지 C로 시작하는 질병코드들이 일반적인 암에 포함된다. 또 S씨가 가입한 신한생명 보험상품의 약관에는 제6차 한국표준질병 사인분류에 있어 ‘요로의 악성신생물’로 질병코드 C64부터 C68까지를 암으로 정의했다.

때문에 질병코드 C67.9인 방광암이 질병코드 D00부터 D09까지의 제자리암에 해당된다는 신한생명 측 주장을 납득할 수 없는 것이 당연했다.

신한생명과 S씨 양측은 서로의 입장을 좁히지 못했고, 결국 대형보험사와 개인 소비자 사이의 소송전이 이어졌다.

법원 “S씨의 방광 종양, ‘암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 판결

이 사건 재판을 담당한 의정부 지방법원은 S씨가 진단받은 방광 종양에 대해 제자리암종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며, 신한생명 측의 패소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신한생명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심지어 신한생명은 항소까지 했지만, 최근 기각됐다. (사진=한민철 기자)
재판부는 우선 S씨의 방광종양 절제술을 도운 대학병원 등으로부터 받은 사실조회결과에 따라, 해당 병원의 전문의가 S씨에 대한 치료와 조직검사 내용에 최종병명을 방광암으로 진단하며 진단서의 국제질병 분류번호란에 C67.9를 기재한 점을 명확히 확인했다.

특히 S씨가 경요도적 내시경 방광종양 절제술을 받았고, 이 수술은 방광에 종양이 있거나 그 종양의 절제 및 병리적 확인을 위해 시행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다시 말해 방광암이 의심되는 모든 종양에 대해 1차적으로 시행하는 수술이 분명했다.

이런 소견은 법원이 보다 객관적인 판단을 내리기 위해 S씨의 수술을 시행한 대학병원과 다른 의료기관에 신청해 진료기록 감정촉탁에도 그대로 반영돼 있었다.

해당 의료기관은 “S씨에 대한 치료 내용을 토대로 할 때, S씨의 방광 종양은 저병기(Low Grade)의 악성 방광 종양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고, 방광의 제자리암종(질병코드 D090)으로 볼 수 없다”라는 내용으로 법원에 회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법원은 굉장히 간단한 결론을 내렸다. 이 사건 재판부는 “S씨의 질병이 신한생명과의 보험계약 약관 상 ‘암’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라며 “따라서 제자리암 진단이 아닌 암 진단을 적용할 것”이라고 판결했다.

신한생명은 재판부의 판결에 불복하며 항소까지 했지만, 최근 기각됐다. 결국 신한생명은 S씨에 미지급 보험금 900만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게 됐다.

S씨는 비록 뒤늦게나마 정당한 보험금을 지급받을 수 있었지만, 소비자로서의 대기업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하기까지 상당한 부담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또 가입할 때는 고객우선을 외치지지만, 막상 보험금을 지급해야 할 때는 태도가 바뀌는 보험사의 모순적인 태도에 큰 실망감을 느껴야만 했다.

사실 보험소비자들과 보험사 사이에 암 보험 지급과 관련해 제자리암 분쟁은 다반사인 것으로 나타났다. 때문에 이번 신한생명의 사례를 통해 보험 소비자들이 제자리암의 범위에 대해 제대로 숙지해 정당한 보험금을 지급받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무엇보다 S씨의 보험금 청구 이후 무려 한 달이라는 시간 동안 지급을 미뤄왔던 신한생명 측의 태도는 반드시 반성이 필요하며 재발방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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