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신임받는 이재혁ㆍ허수영 BU장, 희비 엇갈리나

이재혁 식품BU장, 지주 출범 후 실적 하락세 브레이크 관건

롯데칠성ㆍ롯데제과 실적 급감…대표 자리 보전 가능하나

김용수 대표, 이영호 롯데푸드 대표, 롯데칠성 이영구ㆍ이종훈 대표 시험대에

허수영 화학BU장, 영업이익 3조 넘길 듯…특가법 위반으로 9년 구형 받아

롯데그룹은 올 초 그룹계열사를 유통·식품·화학·호텔 BU(Business Unit)로 나누는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지난달 12일에는 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롯데지주를 출범시켰다.

조직개편과 지주회사 출범 등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롯데그룹 내 BU간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적자 손실을 본 계열사가 있는가 하면 3조원이 넘는 매출이 예상되는 BU가 있는 등 실적에서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BU장 신임이 두터워 산하 계열사 대표들의 거취가 결정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롯데총수 일가가 ‘경영 비리’ 혐의로 재판 중이라 예정된 12월 정기인사의 시기와 폭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롯데칠성·롯데제과 적자전환…이재혁 BU장 난관 타개 가능할까

올해 롯데 식품BU 실적은 전반적으로 하락세다. 롯데칠성음료는 상반기 매출액이 1조 1887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8% 증가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497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9.99%로 크게 감소했고 당기순이익은 28억 원 적자를 기록해 지난해 상반기 553억 원에 비해 적자 전환했다. 롯데주류가 상반기 출시한 맥주 신제품 ‘피츠’ 마케팅으로 수익성이 대폭 감소한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2분기 연결 기준 음료부문과 주류부문 모두 실적이 감소했다. 2분기 실적은 매출액이 6422억 원으로 2.2%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230억 원으로 54.6% 감소했다. 음료부문은 매출액이 677억 원에서 583억 원으로 13.88% 증가했고, 주류부문은 209억 원에서 영업손실 85억 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적자 전환의 원인으로는 맥주 신공장에 투입된 비용과 신제품 ‘피츠’를 론칭하면서 과도한 마케팅비를 지출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제2맥주공장은 시운전을 거쳐 올해 8월부터 본격적으로 가동됐는데 이는 맥주 성수기인 여름을 일부분 놓쳤다는 지적이다.

롯데제과의 상황은 더 좋지 않다. 롯데제과는 연결기준으로 지난 3분기 롯데제과의 영업이익은 88억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4.7% 감소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고 당기순손실 234억 원이 발생해 전년대비 적자 전환했다.

롯데제과의 실적 악화에는 롯데지주 출범이 가장 큰 요인이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제과는 지주회사 체제 전환에 따라 롯데칠성음료ㆍ롯데푸드ㆍ롯데쇼핑 등 관계회사에 대한 지분(약 1조3331억 원) 전부와 해외 제과 계열사 지분(5343억 원) 대부분을 지주회사로 이관했다. 분할과정에서 법인세법상 적격 분할요건 충족을 위해 해외법인 가운데 일부 판매법인만 롯데제과 사업회사에 남은 것이다.

롯데제과의 해외 제과기업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매출액 5천340억 원과 순이익 177억 원을 기록했다. 라하트(카자흐스탄), 콜슨(파키스탄) 등의 이익 기여가 높았다. 연간 90억 원 수준의 임대 수익도 지주회사로 이관돼 이익 하락폭은 더 커졌다.

이러한 과정이 진행되면서 롯데제과는 전체 부채의 76%를 떠안아 부채비율이 121%까지 치솟았고 자본은 분할 전의 약 30% 수준인 7754억 원으로 줄었다. 향후 수익성이 더 악화될 우려가 커지고 있는 셈이다.

현재 식품BU장은 이재혁 부회장이다. 롯데그룹에 입사해 기획조정실에서 근무했으며 전공(서울대 식품공학과)을 살려 롯데칠성음료로 자리를 옮긴 뒤에도 기획업무를 맡았다. 이후 롯데리아 대표이사(전무)로 계열사를 이끌다 롯데그룹으로 복귀해 정책본부 운영실장(부사장)을 담당한 후, 올 2월 식품BU장에 선임됐다. 롯데칠성음료를 비롯한 롯데제과, 롯데푸드, 롯데리아 등 식품 계열사까지 총괄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취임 첫해 실적은 우울하다. 사드 여파로 중국 시장 매출이 지지부진하고 지주사 출범으로 인해 BU 차원에서 손실을 감안하더라도 적자전환한 계열사가 두드러진다는 지적이다.

부진한 실적에도 이 부회장에 대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신임은 두터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신 회장이 각별히 관심을 쏟은 ‘클라우드’를 성공적으로 안착시켰고 출시 이듬해 흑자전환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처음처럼’으로 저도주시장을 열었고 2015년에 '순하리' 돌풍을 이끌기도 했다.

BU산하 계열사 대표들의 운명은 한 치 앞을 알 수 없다. 현재 롯데제과는 김용수 사장이, 롯데칠성음료는 이영구 음료부문 대표와 이종훈 주류부문 대표가, 롯데푸드는 이영호 대표가 맡고 있다. 실적에 상관없이 김용수 롯데제과 대표와 이영호 롯데푸드 대표는 오래 사장단에 속해 있었기 때문에 일부는 교체할 수도 있다는 말도 나온다.

허수영 BU장, 9년 구형 받아…승승장구 화학 사업 빨간불

허수영 화학BU장(사장)이 총괄하고 있는 롯데그룹의 화학 부문은 석유화학 업황 호전에 힘입어 승승장구 중이다. 업계에 따르면, 올 3분기 롯데케미칼의 매출은 4조 원대, 영업이익은 8000억 원대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1~3분기 영업이익 누적으로는 2조 2518억 원에 달한며, 올해 총 영업이익이 3조 원을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창사 이래 최대 실적 경신하는 셈이다.

이 같은 결실을 맺기까지는 허 사장의 역할이 컸다. 1976년 롯데케미칼 전신인 호남석유화학 창립 멤버로 입사한 허 사장은 2005년 호남석유화학 전무를 거쳐 2012년 롯데케미칼 대표이사 사장직을 수행했다. 지난 2월에는 다른 BU장이 모두 부회장임에도 신동빈 회장이 허수영 당시 롯데케미칼 사장을 화학 BU장에 앉히는 파격 인사를 강행했다. 허 사장에 대한 믿음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승승장구하는 롯데그룹 화학 사업에 최근 먹구름이 꼈다. 검찰은 지난 달 17일, 허 사장에게 허위 회계자료를 근거로 정부로부터 수백억 원 대의 세금을 돌려받은 혐의 등으로 징역 9년과 벌금 466억여 원, 추징금 4300여만 원을 구형했다. 검찰에 따르면 허 사장 등은 2006년 4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허위 자료를 근거로 법인세 환급 신청을 내고 법인세 220억 원 등 총 270억 원을 부당하게 돌려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 등)로 지난해 재판에 넘겨졌다. 허 사장은 최후 진술에서 “법인세 환급 요건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선고 공판은 오는 29일 열린다.

재판부가 혐의를 인정해 실형을 선고할 경우, 롯데그룹의 타격은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공격적 경영을 펼쳐온 화학 사업의 성장세가 둔화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당장 대규모 투자나 M&A 등을 추진할 경우 의심의 눈초리를 피할 수 없고, 해외사업 관리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2년 연속 임원 인사 늦춰지나

롯데그룹은 매년 12월 정기인사를 실시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임원인사는 올 2월에 이뤄졌다. 작년 롯데그룹이 박근혜 대통령을 '제3자 뇌물죄'와 연루된 의혹을 받으면서 국정조사 및 특검수사 등에 대응해야하는 등 경영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롯데는 지난 2015년에는 '형제의 난' 사건으로 인사 폭을 최소화했다.

2018년 임원 인사 역시 내년으로 미뤄질 가능성이 높다. 최종 인사권자인 신동빈 회장이 ‘경영 비리’에 연루되면서 재판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실형을 받을 가능성도 제기되면서 그룹 내에서는 인사 폭, 시기를 가늠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지난달 30일, 검찰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유남근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서

신동빈 회장에게 징역 10년과 벌금 1000억 원을 구형했다. 신격호 총괄회장은 징역 10년과 벌금 3000억 원을,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은 징역 5년,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과 신격호 총괄회장과 사실혼 관계인 서미경 씨는 각각 징역 7년을 구형받았다.

검찰은 “롯데 총수일가는 불법적인 방법을 통해 막대한 부를 이전했다”며 “기업재산을 사유화해 일가의 사익을 추구했고 피고인들은 여전히 무엇이 잘못인지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을 엄정히 처벌해야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반복되는 총수일가의 사익 추구 범죄를 종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공교롭게도 이 날은 지주사 전환을 위해 분할합병한 롯데지주와, 롯데쇼핑, 롯데푸드, 롯데칠성, 롯데제과 등 5개사가 30일 재상장된 첫 날이었다. 하지만 신 회장과 함께 황각규 롯데지주 공동대표(당시 롯데그룹 경영혁신실장)도 징역 5년이 구형된 상태다. 지주회사 출범과 함께 지배구조를 개선하려는 롯데의 잔칫날에 검찰이 찬물을 끼얹힌 격이었다. 따라서 롯데그룹의 임원인사는 오는 22일 예정된 재판부 선고에 따라 결정될 확률이 커졌다.

허인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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