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

우리은행 계파 갈등 불씨가 행장 바꿨다?

이광구 우리은행장, 특혜 채용 논란에 사의

우리은행, 상업은행ㆍ한일은행 출신 힘 겨루기 극에 달해

차기 행장 누가 되나…임원 13명 인사 향방은


이광구 우리은행장이 전격적으로 사의를 표명했다. 이 행장은 지난 2일 직원들에게 메일을 통해 “2016년 신입행원 채용 논란과 관련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우리은행 경영의 최고책임자로 국민과 고객님들께 사과의 말씀을 드리고 도의적 책임을 지고 긴급 이사간담회에서 사임의사를 밝혔다”고 사의를 전했다.

뿌리 깊은 계파 갈등…행장 사퇴 촉발 시켰나

이 행장 사퇴의 직접적 원인은 특혜 채용이었지만 원인은 계파갈등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의 일대일 합병으로 탄생한 한빛은행이 이름을 바꾼 우리은행은 출범 이후 20년 가까이 직원들끼리 융화되지 못한 채 갈등을 이어오고 있다. 보직과 지분을 놓고 잡음이 계속 나오는 이유다.

특히 이 행장이 올 3월 연임 임기를 시작하면서 내부 갈등은 극에 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은 합병 이후 상업은행과 한일은행 출신이 번갈아 행장을 맡아왔다. 하지만 상업은행 출신인 이순우 전 행장에 이어 이광구 행장이 연이어 행장을 맡았고 연임까지 이어지면서 한일은행 출신들의 불만이 상당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이 행장 체제에 불만을 품은 측에서 특혜 채용 관련 ‘투서’를 국회의원실에 넣으면서 현 상황까지 이르렀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심상정 의원이 공개한 문건 내용을 내부 사정을 상세히 알만한 위치에 있는 인물이 제공했을 가능성을 보고 있다.

채용 비리 의혹을 조사하고 있는 우리은행 ‘인사 태스크포스(TF)’ 팀은 지난 27일 이번 의혹과 관련된 남기명 국내부문 부문장과 A 검사실 상무를 직위 해제 조치했다. 공교롭게도 두 사람 모두 상업은행 출신으로 알려졌다.

떼지 못한 서금회 꼬리표

금융권 일각에서는 이 행장 퇴진은 정해진 수순이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박근혜 정부를 등에 업고 행장 자리에 올랐다는 의혹이 컸기 때문이다.

2014년 이순우 당시 행장은 연임이 유력해 보였다. 하지만 며칠 사이에 이광구 당시 부행장 내정설이 급부상했다. 이 행장은 당시 은행과 당국의 추천 후보군(3인-이순우 당시 행장, 이동건 당시 수석 부행장, 정화영 당시 중국 법인장)에도 들지 않았던 인물이었다.

내정설 배경에는 이 행장이 서강대 금융인들의 모임인 ‘서금회’ 멤버라는 점이 거론됐다. 이에 더해 친박 인사가 이 행장을 측면 지원했다는 얘기도 돌았다. 결국 이순우 당시 행장이 연임을 포기했고 이 행장은 수장 자리에 오르게 됐다.

‘박근혜 정부’ 인사라는 꼬리표를 달았지만 이 행장은 첫 임기 만료(지난해 12월)를 앞두고 국정원 사찰을 받기도 했다. 국정원 개혁발전위는 최근 추명호 전 국정원 국장이 지난해 6월 말부터 약 2달간 이 행장의 뒷조사를 벌여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 보고했다고 밝혔다. 최순실 씨의 부탁을 받은 우 전 수석이 국정원을 동원해 이 행장의 비리를 조사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차기 행장은? 임원 인사 일정은?

이 행장이 사의를 표명하자 사외이사들은 긴급 간담회를 갖고 이달 내로 차기 행장을 뽑기로 했다. 하지만 차기 행장 후보군 범위에 대한 의견은 좁히지 못했다.

지난 1월, 이사회는 이 행장 연임 당시 행장 후보 지원 자격을 '5년 이내 전ㆍ현직 임원'으로 제한한 바 있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인물은 이동건 전 영업지원그룹장과 손태승 글로벌그룹 부문장 등이다. 이 전 그룹장은 올 1월 이 행장과 행장직을 놓고 경쟁을 펼친 바 있다. 올해 12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는 손 부문장은 한일은행 출신이다. 상업은행 출신들이 수년간 행장직을 차지해왔기 때문에 이번에는 한일은행 출신 행장이 나와야 한다는 내부 기류가 조금씩 흐르고 있다. 하지만 특혜 채용 논란의 배경에 내부갈등이 지목되는 상황에 조직을 전면 쇄신할 수 있는 외부 인사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정권 측 인사가 고려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갑작스런 이 행장 사의에 임원 인사 역시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우리은행 내 상업은행과 한일은행 출신 임원은 각각 11명으로 총 22명이다. 이 가운데 올 12월에 임기가 만료되는 임원은 13명이다. 상업은행 출신으로는 김홍희 부동산그룹 부행장, 조재현 디지털금융그룹 부행장, 신현석 경영기획그룹 부행장, 조운행 기관그룹 부행장, 권광석 IB그룹 부행장, 김영배 외환사업단 상무, 허정진 정보보호단 상무가, 한일은행 출신은 손태승 글로벌그룹 부문장, 최정훈 리스크관리그룹 부행장, 박성일 준법감시인, 김선규 여신지원그룹 부행장, 장안호 기업그룹 부행장이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인사 시기를 놓고 해를 넘길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행장과 수석 부행장이 특혜채용 비리에 연루돼 혼란스러운 내부 상황에서 신임 행장이 임원 인사를 바로 단행하기는 어렵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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