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순’ 허창수 회장의 선택은?

아직은 허진수 회장이 유력

다크호스 허용수…승산 지분이 ‘비밀병기’

허윤홍 전무도 후계자 경쟁에 나설 가능성 있어

GS그룹의 수장인 허창수 회장이 칠순의 나이가 되면서 그룹 안팎에서 후계 구도에 대한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허 회장은 1948년 생으로 올해 칠순이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1979년부터 삼성그룹 부회장을 맡으면서 승계를 준비했다. 고(故) 이병철 회장도 칠순에 승계를 본격 준비한 것이다. 이건희 회장은 거의 9년 간 승계를 준비해 삼성그룹을 이어받았다.

재계 인사들은 허 회장도 이제부터 승계를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후계자도 승계를 준비할 시간을 줘야 하기 때문이다.

허진수 회장 연륜ㆍ능력ㆍ인성 갖춰

현재 GS그룹의 후계자로 가장 유력한 인물은 허진수 GS칼텍스 회장이다. 허 회장은 1953년 생으로 중앙고-고려대 경영학과 출신이다. 조지워싱턴대 대학원에서 국제경영학 석사학위도 받았다.

GS칼텍스는 GS그룹의 최고 핵심 계열사다. 지난해 GS그룹 매출액은 약 34조원이었는데 GS칼텍스는 지난해 25조원의 매출을 냈다. GS칼텍스가 GS그룹의 ‘견인차’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해 3월 말 기준으로 GS칼텍스 최대 주주는 GS에너지(지분 50.0%)다. 셰브론(Overseas)홀딩스가 1040만주(40%), 셰브론 글로벌에너지가 260만주(10%)를 보유하고 있다.

허진수 회장은 지난해 2월 GS칼텍스 대표이사이자 이사회 의장에 선임됐으며 올해 1월 회장 자리에 올랐다. 허 회장은 고 허준구 GS건설 명예회장의 셋째 아들이다. 허 명예회장의 장남은 허창수 회장이다.

허창수 회장이 GS그룹의 회장이 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높은 사교성이다. 허창수 회장은 선후배들과 관계가 매우 좋아서 2세 경영인들의 높은 지지를 받았다. GS그룹의 지주회사인 (주)GS는 많은 허씨 일가들이 지분을 나눠갖고 있다. 따라서 이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면 GS그룹의 회장이 될 수 없다.

허진수 회장도 겉모습은 날카롭지만 성격은 소탈하다. GS칼텍스 임직원들과 소주를 마시면서 편안하게 대화하는 것을 좋아한다.

허 회장은 직장생활을 호남정유에서 시작했다. 재무과, 국제금융부 등을 거치면서 30여 년 가까운 세월 동안 정유사에서 일했다.

허 회장이 2013년 GS칼텍스 대표이사가 되자 정유업계에선 모두 그를 ‘준비된 CEO’라고 평가했다. 이 정도로 허 회장은 정유업에 대해 아는 것이 많다.

또 허 회장은 GS칼텍스를 내수중심 기업에서 수출중심 기업으로 변신시킨 인물이다. 재계에선 허 회장이 연륜과 능력, 인성을 모두 갖춘 인물로 GS그룹 차기 회장으로 적합하다고 보고 있다.

허용수 부사장 1대 주주로 부상

허 회장과 GS그룹의 후계자 자리를 놓고 경쟁할 것으로 보이는 인물이 허용수 GS EPS 부사장이다. 허 부사장은 고 허완구 승산 회장의 아들이다. 허완구 회장은 허만정 LG그룹 창업주의 다섯째 아들이다.

허 부사장은 1968년생으로 조지타운대 경영학과를 거쳐 KAIST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2007년에 GS홀딩스에 입사했고 사업지원담당 상무를 맡았다. 2010년에는 ㈜GS 사업지원팀장 전무가 됐고 2013년에는 GS에너지 종합기획실장이 됐다.

지난해에는 GS에너지 에너지/자원사업본부장(부사장) 자리에 앉았다가 지난해 11월 인사에서 GS EPS 대표이사(부사장)로 진급했다.

허 부사장이 주목을 받게 된 것은 ㈜GS의 1대 주주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이달 2일 현재 허 부사장은 ㈜GS 지분 5.26%를 갖고 있으면서 허창수 회장(4.75%)보다 0.51% 많은 지분을 갖고 있다.

허완구 회장은 지난해 11월 22일부터 12월 26일까지 자신이 갖고 있던 ㈜GS 지분 전량(83만8905주)을 증시 장내에서 팔았다. 당시 그의 장남 허용수 부사장이 73만8905주를, 여동생인 허인영 대표가 10만주를 매입했다.

일각에선 허 부사장은 허완구 회장의 지분을 물려받았을 뿐, GS그룹 ‘대권’에는 관심이 없을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그러나 허창수 회장은 GS그룹의 대표이며, GS그룹의 ‘큰 어른’이다. 그런데 아무런 ‘뜻’도 없이 ㈜GS의 1대 주주 자리를 허 부사장이 지키고 있을 리 없다는 반론이 나온다.

허 부사장이 대표를 맡고 있는 GS EPS는 지난해 매출액이 6000억 수준이었다. 허진수 회장의 GS칼텍스와 비교하면 GS EPS는 상당히 작은 기업이지만 허 부사장에게는 부친에게 물려받은 승산 지분이 있다. 승산은 허완구 회장이 운영하던 기업으로 부동산 개발 및 투자업체다.

재계에선 앞으로 승산이 상장돼 허 부사장이 자금을 마련하면, 그 자금으로 ㈜GS 지분을 추가 매입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아직은 허진수 회장이 유리

재계에선 아직은 허진수 회장이 허 부사장보다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보고 있다. 허 회장은 허창수 회장의 동생이고, 나이도 많아서 ㈜GS 허씨 주주들에게 지지를 받을 수 있다. GS칼텍스를 직접 경영하고 있어서 경영능력도 검증됐다.

다만 첫째 변수는 허창수 회장의 아들 허윤홍 GS건설 전무이다. 허 회장이 허 전무에게 GS그룹 경영권을 물려주겠다고 생각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허 전무가 올해 38세여서 너무 젊고 경영 경력이 짧은 것이 문제다.

두 번째 변수는 허씨 주주들 간 합종연횡(合縱連衡) 가능성이다. 경영권 경쟁이 허진수-허용수 간 2파전이 되거나, 허진수-허용수-허윤홍의 3파전이 되면 허씨 주주들이 각각 지지후보를 따라 움직일 수 있다.

허창수 회장에게 있어 최악의 시나리오는 허씨 일가 내부 분쟁이 생기는 것이다. ㈜GS 주주구성을 보면 허씨 일가 주주가 40명 이상이다.

재계에선 허창수 회장이 승계 방향을 결정하게 되면, 허씨 주주들이 반발하지 않을 만한 후계자를 선택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지금은 GS그룹에게 있어 중요한 시기다. GS그룹을 이끌고 있는 GS칼텍스의 경우 신(新)성장동력 연구에 적극 나서야 할 시기이며, GS그룹의 다른 사업부문들도 마찬가지다.

재계 인사들은 GS그룹 허씨 일가가 내부 분쟁으로 시간을 낭비하면 GS그룹이 위기에 처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곽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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