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승세이나 ‘좋은 은행’ 순위에선 최하위권

은행권에도 세대교체 바람…최고령 은행장 부담

‘민원 줄이기’가 최대 과제

‘고비용 저효율’아닌 ‘저비용 고효율’이 살 길

KB국민은행에 ‘56세 행장’이 나오면서 은행권에 세대교체 바람이 불고 있다. 이에 따라 60대 은행장들의 교체여부에 은행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은행장 중에는 박종복 SC제일은행장이 1955년생으로 가장 고령이고 다음이 함영주 KEB하나은행장(56년생)이다. 박진회 한국씨티은행장이 57년생이며, 박 행장까지만 60대 행장이다.

2일 이광구 우리은행장(57년생)이 퇴진의사를 밝힘에 따라 은행권의 세대교체 바람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함 행장은 2019년 3월에 임기가 끝나며 연임에 성공한 박진회 행장의 임기는 2020년 10월까지다.

박종복 행장의 경우 2018년 1월로 임기가 끝난다. 금융권에선 박 행장이 연임을 하려면 강력한 세대교체 바람을 뛰어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SC제일은행, 상승세지만

박 행장은 2015년 1월부터 SC제일은행 행장을 맡아왔다. 박 행장 재임기간 동안 SC제일은행은 크게 성장했다.

SC제일은행의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1942억 원이었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51.7% 늘어난 것이다. SC제일은행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2245억 원이었다. 2015년에는 2858억 원의 적자를 냈다.

SC제일은행의 경영이 호전되긴 했지만 아직 SC제일은행의 갈 길은 멀다. 올해 7월에 나온 금융소비자연맹의 ‘좋은 은행’순위를 보면 SC제일은행은 12위였다. SC제일은행처럼 외국계은행인 씨티은행은 6위였다. 금융소비자연맹은 16개 국내 은행의 순위를 내놓았으며 평가기간은 지난해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였다.

‘좋은 은행’ 순위에는 안정성, 건전성, 수익성, 소비자성 순위도 있다. 종합순위를 산출할 때 안정성(40%), 건전성(20%), 수익성(10%), 소비자성(30%)이 반영됐다.

안정성에선 1위가 씨티은행이었고, SC제일은행은 9위였다. 건전성도 씨티은행이 1위를 차지했다. SC제일은행은 2위였다. 수익성은 씨티은행이 5위, SC제일은행이 13위였다. 소비자성은 SC제일은행이 15위, 씨티은행이 16위였다.

안정성 40%는 BIS자기자본비율 30%, 유동성비율 10%를 합친 수치이며, 소비자성 30%는 고객10만 명당 민원건수 10%, 고객10만 명당 민원증감률 5%, 소비자 인지‧신뢰도 10%, 규모(총자산) 5%로 구성돼 있다.

건전성 20%는 고정이하여신비율 10%, 대손충당금 적립률 10%를 합산해 나온 것이다. 수익성 10%는 총자산이익률(ROA) 3%, 순이자마진율(NIM) 3%, 당기순이익 4%를 더해 나온 수치다.

SC제일은행은 건전성에서는 2위를 차지했다. 그렇지만 가장 비중이 큰 안정성 평가에서 9위로 밀렸다. 수익성과 소비자성에서도 부진한 성적을 받아서 종합순위가 하위권으로 밀렸다. SC제일은행은 지난해 평가에서도 똑같은 12위였다.

박 행장의 과제

SC제일은행이 지난해에 이어 계속 12위에 머문 최대 이유는 안정성과 소비자성에서 순위가 많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SC제일은행은 BIS비율이 2015년에 비해 0.92%포인트 상승했다. 그렇지만 유동성비율이 106.62%로 2015년에 비해 9.99%포인트 하락했다. 유동성비율이란 기업의 단기 지급능력인 현금 동원력을 확인할 수 있는 지표다. SC제일은행은 이런 이유로 안정성 9위가 됐다. 2016년 조사에서는 4위였다.

소비자성 평가에서 SC제일은행은 15위였다. SC제일은행과 씨티은행은 소비자 인지도와 신뢰도에서는 중위권이었다. 그렇지만 지난해에 비해 민원이 많이 발생해 하위권으로 떨어졌다.

금융소비자연맹 조사 결과는 앞으로 SC제일은행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말해준다. SC제일은행은 안정성과 소비자성을 강화하는 것이 급선무인 셈이다.

안정성 순위를 높이려면 유동성비율을 높여야 하고, 유동성비율을 높이려면 부채를 줄이거나 자산을 늘리면 된다. 소비자성을 높이려면 인지도와 신뢰도를 높여야 하며, 민원을 크게 줄여야 한다.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선 홍보와 광고에 더 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금융국장은 “SC제일은행의 소비자 10만 명당 민원건수는 7.02였고 소비자 10만 명 당 민원 증감률을 보면 14% 증가했다”며 “민원이 많고 인지도 조사에서 안 좋았다”고 설명했다.

SC제일은행과 씨티은행이 민원이 많은 이유는 카드사업이 은행에 포함돼 있어 카드 민원이 은행 민원과 같이 잡히기 때문이다. 다른 시중은행들은 카드사가 별도의 회사로 대부분 분리돼 있다.

SC제일은행은 수익성도 16개 은행 중 13위로 하위권이었다. SC제일은행이 성적을 높이려면 총자산이익률과 순이자마진율을 높여야 한다. 총자산이익률은 총자산에서 당기순이익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이 어느 정도인지를 계산해서 산출한다. 금융사의 당기순이익을 총자산으로 나누면 나온다.

순이자마진율은 이자수익 자산의 단위당 이익률이다. 쉽게 말하면 이자수익에서 조달비용을 빼서 나온 것을 이자수익 자산(수익성자산)으로 나누면 나온다.

박 행장이 연임되려면

박 행장이 SC제일은행을 더욱 발전시킬 수 있는 방안을 갖고 있다면 연임 가능성이 더욱 높아질 것이다. 박 행장은 필사즉생(必死則生)의 정신과 소통을 강조하고 있다.

금융 전문가들은 SC제일은행이 번창하려면 고비용 저효율 구조가 아닌 저비용 고효율 구조를 지향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실제로 박 행장은 취임 후 2000여 명의 직원을 내보냈다. 과감한 구조조정을 통해 비용을 줄인 것은 실적 개선에 큰 도움이 됐다.

금융 전문가들은 SC제일은행이 구조조정과 비용 삭감을 더욱 열심히 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구조조정과 비용 삭감을 통해 생긴 자금으로 은행의 수익을 높일 수 있는 인력을 고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 여러 가지 금융서비스와 상품을 만들어 내야 하며, 증권이나 보험과의 연계업무를 해서 수수료 수입을 창출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SC제일은행은 증권이나 보험 계열사가 없으므로 다른 증권사나 보험사와 제휴할 필요가 있다. 전문가들 중에는 SC제일은행이 중금리 및 중위험 상품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아울러 SC제일은행이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의 노하우를 배우고 연구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었다. SC은행은 기업금융 및 파생상품 매매 등 자본시장 업무에 강한 것이 특징이다. 요즘 SC제일은행은 소매금융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다만 국내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하므로 앞으로 SC제일은행이 SC은행의 기업금융 노하우를 연구하면서 기업금융 사업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곽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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