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자를 하자라고 인정 못 하는 건설사… 고통은 입주민에게

하자보수 소송… 시공사 책임은 ‘다시 짓는 것’, 금전적 부담은 하자보증서 발급기관이

‘부실시공’ 인정하고 싶지 않은 시공사, 하자 지적에 따른 갈등 발생할 수밖에 없어

문제 생기면 보수해 주면 그만(?)… “처음부터 제대로 시공해야” 지적

아파트 하자보수 소송을 둘러싼 SK건설 등의 패소 사례가 공개됐다. (사진=한민철 기자)
한민철 기자

새 아파트의 하자보수 문제를 둘러싸고 입주자와 시공사 사이에서 여전한 갈등이 생기고 있다. 완벽한 아파트를 바라는 입주자 그리고 지나친 하자 지적이라는 시공사 각각의 입장이 물러서지 않으며, 일부 하자보수 문제는 법정소송으로 까지 이어지고 있다. 만약 시공사가 처음부터 제대로 시공을 했다면, 입주 후 생기는 하자에 대해 시공사 책임이 줄어들 여지가 있다. 반대로 시공 단계에서 문제점을 안은 채 완공이 됐다면, 하자보수에 대한 책임은 시공사에 돌아가는 것이 당연하며 향후 추가로 발생하는 하자에 대해서도 보수작업을 이어가야 한다. 국내 대형건설사 중 한 곳인 SK건설도 최근까지 이 하자보수와 관련된 소송으로 곤욕을 치렀다. 이는 SK건설 등이 제대로 시공하지 못해 발생한 하자로, 결국 입주민들에게 손해를 배상하라는 판결이 내려졌다.

막 입주가 시작된 새 아파트 대부분은 하자가 발견돼 이에 대한 사후 보수가 으레 있는 일처럼 돼버린 지 오래다.

공동주택관리법시행령 제37조에서 규정하는 아파트 등의 하자란, 건물의 균열이나 침하(沈下), 파손 그리고 도색 및 부착상태에 있어서의 결함, 기타 시설의 기능불량 등을 의미한다.

이런 하자는 아파트의 기능상 또는 미관상 지장이 있을 뿐만 아니라, 안전상의 문제와도 직결돼 있다.

때문에 하자에 대한 보수가 필요한데, 보통 입주자 대표회 등에서 하자를 발견한 뒤 이에 대한 보수를 아파트 신축공사의 사업주체에 청구하게 된다.

이 사업주체는 분양사인 시행사나 시공사가 해당하는데, 하자보수의 책임은 아파트를 직접 지은 시공사에서 떠맡는 것이 일반적이다.

시공사가 입주자 대표회의 하자보수 청구를 접수한 뒤, 즉시 보수에 돌입하거나 보름 내에 하자보수에 대한 계획서를 입주자 측에 회신해야 한다.

물론 하자보수에 따르는 금전적 부담은 시공사에 주어지지 않는다. 이들은 건설공사 도급계약을 맺은 뒤 시공에 들어가기에 앞서 서울보증보험이나 주택도시보증공사, 기타 금융기관 등을 통해 하자보증을 신청하게 된다.

이후 시공사는 이들로부터 하자보증이행증권을 발급받게 되며, 향후 아파트 하자보수에 따른 손해금액은 이들 하자보증서 발급기관에서 책임진다.

가장 큰 문제는 아파트 입주자 대표회에서 시공사에 신청한 하자가 즉각적으로 처리돼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는 보통 입주자 대표회가 지적한 하자들에 대해 시공사 측에서 하자로 인정할 수 없다고 이의를 제기하면서 비롯된다.

입주자들은 최대한 결함이 없는 새 아파트를 원하고 있고, 조금이라도 문제가 있다면 초기에 바로잡아야 한다는 의지가 강하다.

반면 시공사들은 자신들이 하자보수에 따른 손해액을 배상하는 것은 아니지만, 현실적으로 모든 일정과 사항을 입주자 대표회에 맞추기 힘들고 만약 다수의 하자를 인정하게 된다면 ‘부실시공’을 했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는 입장이다.

때문에 양측은 하자보수를 둘러싼 갈등은 원만히 해결되지 못해 공공기관의 중재로 넘어가거나 소송건으로 번지기도 한다.

특히 최근에는 단순 주거형이 아닌, 고층형 또는 주상복합형 아파트가 다수 생겨났고 시행사마다 ‘명품 아파트’라는 선전 문구로 분양을 하면서 하자보수 갈등이 더욱 늘어나고 있다.

명품 아파트를 갈망하는 입주자들은 더욱 많은 하자를 지적해 보수를 원하고 있고, 고층형 또는 주상복합형 아파트에서의 하자보수는 시공사들에게 더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토교통부 하자심사·분쟁조위원회의 공시에 따르면, 지난 2010년 69건에 불과했던 하자심사 신청건수는 2012년 830여건 그리고 2013년 1950여건으로 급격히 증가했고, 지난 2015년에는 약 4400여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에는 3880건으로 전년보다 줄었지만, 6년 사이 무려 55배 이상 증가한 셈이었다.

SK건설·대림산업, ‘시공할 부분 누락&기존 설계도면과 다른 시공’으로 문제 일으켜

하자보수에 대한 소송으로까지 번진다면, 입주자 대표회 측의 하자 지적에 대해 시공사가 이를 인정하지 않아 소송으로 가는 경우는 드물다.

하자보수 청구에 따라 시공사가 보수 작업을 실행한 후 또 다른 하자가 발견돼 재청구가 이뤄지거나, 하자보수 상태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입주자 측이 재보수를 요구할 경우 소송으로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지난 8월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판결난 SK건설 등에 대한 하자보수비 손해배상 청구소송 사례도 이에 해당했다.

지난 2007년 하반기, 천안·아산 신도시에 5만 5890㎡에 달하는 초고층 주상복합형 주거문화 그리고 수도권 최고 복합단지 조성을 목표한 ‘펜타포트 주상복합 아파트’의 분양 사업이 시작됐다.

당시 SK건설과 대림산업 등 4개의 시공사가 SK건설을 중심으로 한 컨소시엄에 참여했다. 이들 시공사는 착공에 들어간 지 약 4년 후인 지난 2011년 10월경 입주를 시작했다.

이 아파트는 본래 총 4개 블록으로 구성이 돼 있었는데, 지난 2008년 미국발 글로벌 부동산 경기 침체의 여파로 개발이 축소됐다.

이에 4개 블록 중 하나는 이곳 신도시 개발을 공모했던 한국토지주택공사에서 회수를 했고, 2개 블록은 SK건설 컨소시엄이 시공을 진행해 입주를 완료했다. 나머지 한 곳은 현재 사업 준비 단계에 있다.

그런데 입주 전인 지난 2011년 7월경부터 이곳 펜타포트 입주 예정자들은 SK건설 등에 소송을 제기했다.

입주 예정자들은 SK건설 등 시공사 및 분양사 측에 분양계약 취소와 함께 이미 납부한 분양대금 약 900억원을 반환하라고 주장했다. 당시 분양 홍보와는 다르게 주요 시설들의 설립이 추진되지 않거나, 아예 중단됐다는 이유로 ‘사기 분양’에 해당한다는 비난이 제기됐다.

이에 지난 2013년 10월, 법원은 SK건설 등에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해 분양대금의 18% 반환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후에도 소송은 이어졌다. 이번에는 바로 앞서 언급한 하자보수와 관련된 소송이었다.

서울시 종로구에 위치한 대림산업 본사. (사진=한민철 기자)
이곳 아파트의 1블록과 3블록 입주자 대표회 그리고 구분소유자들은 SK건설과 대림산업 등이 아파트 신축공사 당시 “시공해야 할 부분을 제대로 시공하지 않거나 설계도면과는 다르게 변경시공을 했다”는 사유로 하자보수를 청구했다.

해당 하자는 천장 내부나 싱크대 하부 등에 페인트가 제대로 시공되지 않았다거나 미장 두께 그리고 일부 도장 부족 등에서 비롯됐고, SK건설 등은 입주자 측의 요청에 따라 이 하자에 대한 보수를 3년 간 진행해 왔다.

1블럭의 시공 지분은 SK건설이 35% 그리고 대립산업이 약 20%를 가지고 있었지만, 이곳의 시공을 전담한 곳은 대림건설로 1블록 하자보수 역시 대림건설이 주도적으로 진행했다. 또 3블록은 SK건설이 시공을 주도했기 때문에 하자보수 작업 역시 SK건설이 주로 맡았다.

그러나 입주 3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보수할 부분이 남아있다거나 하자보수 처리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왔다.

당시 입주자 측이 SK건설 등에 대한 보수 책임 중 남아있던 부분들은 외벽균열 하자 그리고 부분도장 문제 등이었다.

역시 앞서 언급한대로 입주자 측이 제기한 하자 부분에 대해 시공사 측이 하자로 볼 수 없다는 등의 입장으로 나오며 갈등의 골이 깊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양측 간 협의가 끝까지 이뤄지지 않자, 입주자 대표회 측은 지난 2014년 SK건설 등 시공사 및 분양사에 하자보수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할 수밖에 없었다.

최근에야 법원으로부터 판결이 난 이 사건 소송은 SK건설 및 대림산업 등 4개 시공사 그리고 분양사가 약 5억원을 입주자 479세대에 지급하라는 내용으로 마무리 됐다.

분양사 측은 “배상할 금액이 약 5억원으로 총 세대로 보면 한 세대 당 100만원씩 지급한 꼴”이라며 “하자보수 그리고 하자보수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까지 가면 안 되겠지만, 보통 이정도 금액은 하자보수 배상비 중 굉장히 미미한 금액”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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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사 측의 해명처럼 세대별 약 100만원의 하자보수비는 그렇게 큰 금액은 아니었다.

또 입주자 측은 정당한 보상을 받으며, 기존 하자보수에 더해 보다 안전하며 결함이 없는 아파트를 주민들 스스로가 쟁취할 수 있었다. 현재는 주변 지역에서 가장 유명한 아파트 중 한 곳으로 손꼽히고 있다.

물론 향후 문제가 커질 수 있는 마감자재의 미시공 또는 변경시공에 대한 하자는 없었고, 제기된 하자들이 주거생활에 결정적인 침해를 줄 정도의 것들은 아니었다.

또 이들 시공사들은 아파트 1년차 및 2년차 하자에 대해 사용검사일 이후 지속적으로 하자보수를 실행했다.

문제는 SK건설과 대림산업이라는 국내 유명 건설사가 3년에 걸쳐 하자보수를 해왔음에도, 여전히 하자가 남아 소송까지 이어졌다는 부분이었다.

입주민 측의 주장대로 이곳 아파트 하자의 원인은 시공사들이 시공해야 할 부분을 제대로 시공하지 않거나 설계도면과 다른 변경시공을 했다는 점이었고, 법원도 이를 인정했다.

구체적으로 시공 당시 담당자들이 설계도서의 이해에 있어서의 착오가 발생해, 기존 계획도면과 실제 준공도면에서 차이가 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기본적인 부분에서 문제가 발생하다 보니, 하자보수비는 증가할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이 아파트의 1년차 하자보수비는 약 1억 5000만원이었는데, 그렇게 하자보수가 이뤄졌음에도 2년차에는 약 2억 5000만으로 무려 1억여원 이상의 하자보수비용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시공사의 하자보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거나 처음부터 결함이 많은 시공을 했다는 의심이 들 수밖에 없는 대목이었다.

특히 SK건설과 대림산업 등의 시공사가 아파트 1년차 및 2년차 하자에 대해 하자보수가 종료됐다며 입주자 측과 합의를 했다고 주장했지만, 이들이 받은 하자보수 작업완료 확인서는 전체가 아닌 일부 입주자들로부터 받은 것이었고 여전히 하자는 남아있었다.

시공사들은 자신들이 직접적으로 손해액을 배상하지 않기 때문에, 큰 부담 없이 ‘애프터서비스(After Service)’를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하자보수 작업에 임하면 그만이다.

그러나 이번 사례처럼 처음부터 시공 상의 누락 부분이 있거나 기존에 계획된 설계와 다르게 시공하는 등, 시공 단계에서의 문제로 하자보수 및 소송으로 이어지는 점은 국내 대형건설사들이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처음부터 제대로 만들었다면’ 향후 하자 여부를 두고 입주자들과 갈등을 겪거나 소송까지 이어지는 일이 없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최근 포항시에서 발생한 지진처럼 내진 설계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만큼, 만약 해당 부분에 대한 시공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향후 관련 하자보수에 시공사가 애를 먹을 뿐만 아니라 입주민들까지도 고통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목소리다.

한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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